♥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볼테르의 책 찬양

카잔 2010. 1. 7. 04:45

"당신은 책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당신의 생활은 부질없는 야심과 쾌락을
추구하는 데 바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그 세계는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 볼테르


근사한 말이기도 하고,
책을 읽지 않은 이에게는
약간의 반감을 일으킬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잠깐 생각해 보자.
볼테르의 말은 옳은가?
아래 글이 생각을 돕기 위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볼테르의 책 찬양론 고찰


볼테르는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만약 그가 세상을 움직여 본 경험이 있고,
자신은 책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이리라.

볼테르는 명성이 높았다. 그가 머무는 마을에는 인구가 열배 이상 불어나기도 했으니.
그가 가는 곳마다 다양한 계층과 신분의 사람들이 볼테르에게 조언을 구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국왕, 러시아 여제 카타리나 2세가 볼테르에게 경의를 표했고
프리드리히 2세는 볼테르와 10년 이상 편지를 주고 받았고 여러 차례 초청하기도 했다.

분명 당대의 지성계를 뒤흔들었던 볼테르였다.
안광복 선생(『처음 읽는 서양철학사』의 저자)은
볼테르를 '프랑스의 대표 문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한 달 동안 독일을 여행한 나로서는
"괴테는 독일의 대표 문화 상품"이라는 말에는 경험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직접 보았으니.
그러나 3일 동안 파리만 여행했으니 안광복 선생의 말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안광복 선생의 말에 대한 찬성은 유보하기로 한다.

빅토르 위고가 볼테르를 치하한(?) 말은 정말 놀랍다.
"이탈리아에는 르네상스가 있었고, 독일에 종교개혁이 있었다면
프랑스에는 볼테르가 있었다."
다른 두 나라의 역사적 사건에 비견되는 인물이라니.
이상의 사실로도 볼테르의 독서 찬양론에 타당성이 부여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빅토르 위고의 말 역시 판단 유보다. 
빅토르 위고는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을지 모르니까.

볼테르는 분명 당시 세계에서 존경 받는 지성인이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가 남긴 책은 99권이다. 볼테르는 독창적인 사상으로 철학사를 풍성하게 하기보다는
달변의 사상가이고, 열정적이고 끈기 있게 글을 써낸 사상가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학자가 아닌 사상가로 불려질 수 있는 까닭은
역사의 서술에서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개척했고
당시 세태를 탁월한 풍자로 비판했던 지성이었기 때문이다.

볼테르는 『여러 민족의 풍속과 정신에 관한 시론』를 썼다.
역사서인 이 책에서 그는 개별적인 사실들만을 나열하고 싶지 않았다.
역사를 꿰뚫어 설명하는 원리를 예술과 정신의 진보에서 찾았다. 
그리하여 '군주나 크고 작은 전쟁의 역사'가 아니라, '예술과 정신의 역사'를 썼다.
 
"나의 목적은 인간 정신의 역사를 쓰는 것이지,
하찮은 사실을 무수히 열거하거나 위대한 군주들의 역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 어떤 단계를 거쳐 야만에서 문명 상태로 진보해 왔는가를 알고자 한다."

이 책은 페르시아, 중국, 인도의 역사를 포함하기도 하여
지금까지의 역사서와는 달리 폭넓은 시각과 이민족의 문화까지 다룬 역작이 되었다. 

볼테르는 불의한 기독교와 교회를 신랄히 비판하고 풍자하기도 했다.
그의 유명한 "파렴치한들을 타도하라"는 말에서 파렴치한은 모든 종파의 교회를 지칭한 것이다. 
자신을 '이신론자'라고 말하면서도, 예수의 존재나 산상수훈에는 열광적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평생 신에 대한 믿음을 가졌으나 이신론자의 정체성대로 기독교를 수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서로 반목하는 종교, 공허한 겉치레, 난해한 형이상학적 견해를 비판했다. 

루소와 함께 대표적인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
그에 견줄만한 당대의 지성은 드니 디드로, 루소 등 극소수다.
만약, 볼테르가 지식과 독서, 글쓰기 등에 대하여 주장한다면,
그가 말한 내용들은 신뢰할 만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지성 전체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1)

볼테르가 독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다시 적어 본다.

"당신은 책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한 당신의 생활은 부질없는 야심과 쾌락을
추구하는 데 바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그 세계는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나는 이 말의 출처를 원전에서 찾지 못했다.
스티브 레빈의 『전략적 책읽기』에서 본 말인데
거기에는 출처가 볼테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래서 볼테르의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한스2)에 따르면, 볼테르의 책이 당시 시대상을 풍자한 내용이 많아
지금으로서는 그의 원전이 거의 읽히지 않는단다.
그러면서도 소설 『캉디드』를 오늘날에도 독서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꼽았다.
나는 『캉디드』와 『관용론』을 읽어야겠다.
관용은 상대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필수품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한 손에는 복음을, 다른 손에는 관용을 들어야한다.
상대주의 시대에 (복음이라는) 절대주의를 전파하려면 고도의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관용이라는 키워드에 그러한 지혜가 깃들어 있으리라고 믿는다.
오래 전부터, 관용(톨레랑스)를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다.



1) 볼테르는 윌 듀란트의 지적처럼 민중을 신뢰하지 않는다.
부자였던 볼테르는 보수주의 쪽으로 기우는 생각을 지녔던 것이다.
대지진 후에 염세주의 쪽으로 흘러버린 점도 아쉽다.
대중에 대한 불신과 염세주의는 쇼펜하우어와 닮은 꼴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점에서 볼테르를 따를 수 없다. 그러나 지성은 존경한다.


2)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는 『세계 철학사』의 저자다.
이 책은 나의 눈높이에 딱 맞으면서도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요즘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권하는 책이냐고? 모르겠다.
왜냐고? 좀 두껍다 싶어, 지금 막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했더니 1187페이여서.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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