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교과서 클래식음악 관람후기

카잔 2010. 1. 18. 12:16

공연 : <교과서에 나오는 클래식음악> 특별공연
주최 : 아름다운오케스트라
주관 : 공연문화발전소
지휘 : 윤기연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관람 : 2010년 1월 17일. 와우팀원 2人, 보독카페님 2人 & 나.

연주
- 주페의 경기병 서곡
- 비제의 카르멘 서곡
- 베르디의 나부코 서곡
- 베버의 오베론 서곡
-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휴식
-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
-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콘서트홀에 다섯 명이서 나란히 앉았다. 쉬는 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동행이 물었다.
"저기 있는 악기들 이름 모두 알아요?"
"(농담끼 발동한 목소리로) 알지요.
저기 보이는 것은 악기구요, 저쪽에 보이는 것은 악기,
그리고 뒤쪽에 보이는 것은 악기지요."
동행 왈, (썰렁하지만 유쾌하다는 표정으로)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오케스트라 = 관현악단 ?!

오케스트라는 우리 나라 말로 관현악단으로 번역된다.
관악기, 현악기를 연주하는 악단이라는 말인데 타악기가 제외된 용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관현악단이라는 용어보다는 '오케스트라'라는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어제의 공연에서도 심벌즈와 북(혹은 팀파니)가
자주 눈에 들어왔던 까닭도 있다. 어쩌면 난 멜로디 뿐만 아니라 리듬에도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주페의 경기병 서곡을 연주하던 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박자에 맞추어 울리는 심벌즈의 금속 소리와 북소리가 꽤 흥겨웠다.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은 음악 시험을 재밌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스무 곡의 클래식 음악을 선정하여 그것을 자주 듣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시험 시간에는 음악을 들려 주고, 그 곡의 제목과 악장, 작곡가 등을 적도록 했다. 
그 때, 많이 들었던 음악들을 나는 지금도 자주 흥얼거리며 돌아다닌다.
정확하진 않지만, 주페의 경기병 서곡, 비제의 카르멘 서곡,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 그리고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등이었던 것 같다. 
핀란디아는 영화 <죠스>의 삽입곡이었나? 이것 역시 확실하지 않다. 

확실하지도 않은 기억을 더듬어 올라간 까닭은 
어린 시절에 이런 음악과 미술 등의 문화 생활을 접한 것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가난 때문이었는지, 나는 스무 살이 훌쩍 넘어서야 처음 음악회에 갔던 것 같다. 
클래식 음악과의 첫 만남은 중학교 음악 선생님의 시험 덕분에 이뤄졌다. 
그것 때문에 내가 음악과 친해졌다는 식의 서술은 근거가 약하다. 
그 때의 동기들이 모두 음악과 친해졌을 리는 만무하니까.
그보다는 내가 음악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 
나의 특성(음악에 관심)과 당시 상황(재밌는 방식의 음악 시험)이 어울러져 즐겼던 것이리라.

(더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중가요를 즐겼다. 
이선희의 영, 박남정의 널 그리며, 조용필의 추억 속의 재회, 변진섭의 숙녀에게 등은
훗날 누군가의 추천으로 만난 가요가 아니라, 당시 내가 몰입하여 빠졌던 곡들이다.)


미학적 탐구는 인간의 본성?!

공연이 끝나고, 우리 일행은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며 동행이 물었다. 
"어느 때가 되면 마치 머리에 칩을 꽂듯이, 그래서 이런 것(음악회)에 관심이 생기는 건가요?
저는 언젠가부터 음악회를 찾아가고 있거든요. 관심이 생겨났어요."
"음악회라고 한정 짓지 않고, 예술이라고 하면 그 말이 맞지 않을까요?
어느 시점에 자기에게 맞는 예술의 한 장르를 찾게 되지 않나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음악, 어떤 사람을 미술, 어떤 사람은 영화 등을 말이죠."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하고 라고 생각해요."
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마음 속으로만 해럴드 블룸의 말을 곱씹었다.
"우리 마음은 언제나 아름다움과 진리 그리고 통찰력이 필요하다." (해럴드 블룸, 문학비평가)
인생이나 자연에 담긴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이해해 보려는 미학적 탐구는
인간의 본성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헤럴드 블룸이라는 이름을 꺼내자니, 괜히 어려워지는 것 같았고
그 이름을 꺼내지 않고 말하자니, 괜히 도둑질하는 것 같아 망설이다가 말하지 못한 것이다. 
혹은 틀릴 수도 있는 생각을 전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연장에서의 앵콜은 질문?!

음악회는 참 유명한 곡들이어서 편안하고 잘 즐겼던 한편으로 신선함은 없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마도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친절하게 다음 곡을 설명해 주는 연주자의 친절이 고마웠으리라.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지 못하는 분들도 마음 편히 즐기고,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공연이리라. 이 말은 나도 마음 편히 즐겼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공연 내내 지난 해, 두 달 동안의 유럽 여행이 떠올랐다. 
베토벤하우스, 모차르트 박물관, 드보르작 기념관 등 천재 음악가들의 발자취를 엿보았고
바이마르의 국민극장에서는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고,
드레스덴의 틴모 교회에서는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를 듣기도 했다. 
이전까지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유럽 여행을 계기로 관심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졌다.
예술로부터 영감 받는 삶이 어떤 것일까, 대한 인식의 눈이 떠지기 시작하기도 했다.
오해 마시라. 아직은 아무런 영감을 받지 못했고, 그 가능성에 눈을 떴다는 말이다. 

모든 공연은 중간에 잠시 졸리더라도 막바지에 이르면 정신이 말짱해지는 법이다. 
기획하는 분들도 그것을 아는지, 마지막 곡은 웅장하고 감동적으로 끝을 맺는다. 
졸았던 이도 공연장을 나서며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와, 감동의 클로징이었어."
앵콜은 또 어찌나 크게 외치는지. 하하. 허나, 분명 진심으로 감동을 받은 이들의 앵콜 외침도 있다.
분명 앵콜을 외치는 소리의 크기와 진정성은 관중이 받은 감동 소리에 비례한다.
좋은 공연 뒤에는 열렬한 박수 소리와 앵콜을 외치는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문득, 나의 강연을 더욱 효과적인 메시지로 보완하고 감동적인 클로징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의 감동은 앵콜로 이어지고, 강연의 감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강연장의 앵콜은 질문인 셈이다.
지난 해, 숭실대에서의 첫 시간 강연을 제대로 해낸 후에 쏟아지는 질문을 떠올리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수첩을 꺼내 적어 두었다. "강연의 앵콜은 질문이다."


간단한 클래식음악 감상후기

오늘 들었던 곡 중에서 가장 마음을 치고 들어온 곡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이다. 
오페레타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경가극, 희가극 정도가 된다는 지휘자의 설명처럼 밝고 경쾌한 곡이다.
주페의 경기병 서곡은 언제 들어도 웅장하고, 비제의 카르멘 서곡은 나의 주제가처럼 편안하다.
카르멘 서곡은 늘 흥얼거리나 휘바람을 부는 곡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중학생 때였으리라.
경기병 서곡 중에서도 유명한 대목, 마치 말을 타고 행진하는 듯한 경쾌한 리듬은 백미였다.
공연 후에 동행들이 '고비'였다고 표현한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은 괜찮았다.

반면, 베버의 오베론 서곡은 조금 지루했다. 베버는 39세에 요절한 19세기 독일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다. 
그가 사망한 연도는 1826년, 그로부터 184년이 지난 2010년에 그의 음악을 들었다. 
39세에 사망했다는 말을 들으면, 먼저 같은 나이에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떠오른다.  
뒤이어 요절한 천재들의 유산이 오랫동안 인류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몽테뉴의 말이 떠오른다.
"삶의 유용함은 그 길이가 아니라 유산에 있다. 즉 요절한 사람이 외려 오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유산이 아니라 용도로 번역된 말을 내가 좋아하는 단어로 바꿨다. 
그러니 몽테뉴의 의도한 뜻이 아닐 수도 있다. 이 말의 출처 원전을 아신다면 알려 주시길.)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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