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 6

마음아, 너는 어떠니?

울음을 참으며 3월을 지냈다. 4월 2일 어머니 기일이 되면 엄마 묘 앞에서 한 번 실컷 웃자고 생각하면서 나를 달랬다. 4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 '한 번의 실컷'을 감행하지 못했다. 내 인생에 벌어진 일들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 내게 필요하다 싶어 집어든 책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삶의 고통에 직면하라!" 조언을 좇고 싶은데도 견뎌낼 여력이 없다. 가슴이 미어져 책을 내려놓고 만다. 얼른 다시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다고 마냥 세월을 보낼 수도 없다. 나에게는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픈 마음을 보다듬고 그녀를 축복하고 내 시선을 앞으로의 날들로 돌리는 리추얼의 시간이 절실하다. 매주 시도하지만 번번이 포기한다. 아직은 너무 아프다. 매주 ..

예술을 ‘살아낸’ 자코메티

- 자코메티 전시회를 다녀와서 (1/3) 1. 전시장에 들어서면 브레송이 찍은 사진 한 장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가 연보를 만난다. 비 오는 날 자코메티가 코트를 머리까지 올려 쓴 채로 걷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브레송답게 그야말로 '결정적 순간'을 찍은 사진이었다.)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행을 시작한 자코메티! 다른 행인은 없었다. 약간의 쓸쓸함, 왠지 모를 처연함, 왜 우산이 없을까 하는 궁금함... 그리고 걸어가는 자코메티! 2. 작가 연보에서부터 감동했다. 1926년 자코메티는 자신의 작업실에 정착했다. 연보는 이후 20년을 소개하지 않았다. 곧바로 1946년으로 갔다. 길고 날씬한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1946년으로! 20년 동안 이어졌을 작업실에서의 수련이 파노라마처럼 ..

상실의 방을 명랑하게

선생님은 벚꽃이 피고지던 무렵 떠나셨습니다. 5년 전 오늘입니다. 존경하던 분이라 여전히 마음 한켠엔 그리움과 아린 슬픔이 있네요. 오늘은 지난 기일들과는 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로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오늘을 잊은 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저 바쁘게 보냈습니다. 수원으로 강연을 다녀왔고 저녁엔 사람들을 만났죠. 반쯤은 의도한 일정이었네요. 아직은 '상실'이라는 아픔을 직면하기가 두려워던 겁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의 책 한 장을 읽지 않고 사진 한 번 바라보지 않고 보낸 하루를 후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네요. '오늘 하루를 아침부터 다시 산다면 선생님이 잠드신 곳으로 찾아뵐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

박효신, 집필 재개 & 명저

1.박효신의 를 오늘 하루 종일 들었다. (2014년 3월에 발매된 동명 앨범에 수록된 곡이고 유명한 노래인데 진자하게 감상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스무 번은 들은 것 같다. 가히 이 노래만큼은 완벽한 경지에 올라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지독할 정도로 연습하고 노력한다는 박효신! 그에게서 이상은의 노래와는 다른 미덕을 만났다.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길을 조우한 느낌도 든다. 다름 아닌, 일을 작게 쪼개어(노래 한 곡) 치열하게 노력할 것! (일기에 적은 글도 이곳에 옮겨 둔다.) 2. 무려 20일 만에 조르바 집필을 재개했다. 프롤로그를 고쳐 썼다. 독자와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전 글보다 나아졌다. 저자 중심에서 독자 지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한 결과인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 읽을 때에도 여전히..

은근히 설레입니다

두통으로 이틀을 앓았습니다. 목소리가 완전히 나가버린 기간마저 합치면 나흘 동안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네요. 오늘도 하루 종일 몸져 누워 지내다가 저녁에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내친 김에 저녁 수업도 청강하고 왔지요. 행여 결석할까 걱정했던 수업인데 다녀오니 기분이 좋네요. 청강하러 가는 길에도 혹시 아플까 염려했지만 수업 듣고 온 지금 저는 멀쩡합니다. 아직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두통은 많이 가셨습니다. 머리가 안 아프니 살 맛 납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두통인데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을 날이었네요. 하루는 제 생일이었고(이 날 하루 종일 문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하루는 엄마 기일이었거든요(바로 어제였죠). 생일은 아픈 채로 보내어도 아쉬움이 없었지만 어머니 기..

2018년 3월 성찰일지

2018년 3월이 지나갔습니다. 꽤나 바빴고 조금은 고단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3월을 돌아보는 첫 마디가 '수고했다'라는 혼잣말이었네요. 자위를 건넨 이유는 간단합니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열심이라니! 스스로를 늘 못마땅해 하는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다니! 참 낯설고만.) 한 달 남짓 동안 3kg이 빠졌고, 자주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공부했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수업을 진행했고요. 한 달을 수놓았던 단어들을 나열해 봅니다. 인문정신 수업(달빛강남), 다섯 개의 수업 청강, 새로운 공부 인연들, 『인간성 수업』, 와우수업 종강, 북도슨트 자원봉사, 미세먼지, 플로라이팅 수업 종강, 카프카 커넥션 등등. 1. 달빛 강남학파! 결국엔 이 분들과도 수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결국'이라고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