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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22 안녕, 어제의 나여

7년 전, 연인과 함께 안동을 여행했다. 서울로 돌아오던 날이었다. 우리는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일상을 만난다는 설렘을 매만지기에 적합한 공간을 찾았다. 어디 괜찮은 카페 없을까? 여행자들의 신 헤르메스가 그때 우리를 보살폈다.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찾았던 것!

 

핸즈커피(안동댐점). 재즈 선율과 그윽한 커피 향에 매료된 카페였다. 한적한 시간대였는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들떴다. 카페에 실례가 되지 않을 정도의 떠들썩함으로 공간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감탄했다. “오빠, 여기 너무 좋아요.” “딱 우리 스타일이잖아.”

 

둘의 음악 취향은 비슷하다 못해 똑같았다. 그녀를 만족하게 하긴 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죄다 그녀의 취향이었다. 지직거리는 잡음이 포함된 1920~1940년대 녹음판 재즈곡을 들으면 그녀는 전율했다.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 듀크 엘링턴의 곡들 말이다.

 

우리는 함께 있을 때도 서로의 고독을 찾아줄 줄 아는 연인이었다. 완벽하게 독립된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온전하게 함께하는 연합의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그때 핸즈커피에 머무는 동안에도 시간을 쪼개어 고독과 연대의 기쁨을 모두 누렸다. 고요하고 따뜻한 낭만을 즐긴 덕분에 더욱 애틋한 안동 여행이 되었다. 인상 깊은 마지막 여정이었다.

 

7년이 지나, 홀로 이곳 핸즈커피에 들렀다. 그 사이에도 여러 차례 들렀지만, 오늘은 오롯이 그녀를 추억하기 위해 찾은 것이다. 몇 달 전,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회한과 축하하는 마음이 뒤범벅되어 복잡한 심경으로 며칠을 지냈다.

 

다행하게도 세월이 나를 조금씩 치유했다. 언젠가부터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축복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아내와 엄마가 되리라고 믿어진다. 이러한 믿음도,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는 사실도 무척 고마웠다. 고마움의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나는 끝없이 감사해 했다.

 

이제 마음속으로 인사하고, 여길 떠나련다.

참 많이 고마워,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렴.

그리고 안녕, 어제의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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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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