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가끔은 북미여행 13

워싱턴대학교에서 보낸 하루

1. 12월 9일, 시애틀 여행 이틀째 날이다. 어제 그야말로 긴긴 하루를 보냈는데다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느라 꽤나 피곤했는데, 7시 30분에 눈을 떴다. 숙박 중인 Seattle University Travelodge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음식은 별로였지만 끼니로는 충분했다. 사과와 오렌지, 커피와 머핀, 삶은 계란과 오렌지 주스를 먹었다. 오렌지 껍질은 까기가 힘들었고, 사과는 푸석했다. 주스와 커피 그리고 계란은 맛났다. 식당에는 미국인 노부부들이 많았고, 동양인들도 두어 테이블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에는 알아듣지 못한 영어 뉴스가 흘러나왔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가는 비가 내렸다. 숙소 앞 OFFICE DEPOT에 들러 전압 컨버터와 핸드워시용 소독제를 샀다. 가죽가방을 들고 오는 바람에 ..

이해가 깊어지는 여행

1. 12월 8일이 어두워졌을 때 한국을 떠났다. 9시간 넘게 날아서 도착한 시애틀은 여전히 12월 8일이었다. (시애틀과 한국의 시차는 15시간이다. 한국이 빠르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비행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하루의 낮 시간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여행이라면, 나는 매일 여행을 떠날 것이다. 하루씩 젊어지는 여행!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젊어지는 것이 과연 멋질까, 하는 철학적 질문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그런 여행은 존재하지 않고, 게다가 하루씩 젊어지는 '인생'이나 '일상'이 아니라, 하루씩 젊어지는 '여행'이니, 선택은 자유다. 망상이지만, 정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종종 여행을 떠날 것이다. 삶을 사랑하고,..

정신없이 여행을 떠나다

1. 여행 준비도 일이다. 그것도 이중의 일이다. 숙박 예약, 동선 파악, 여행지 조사 등 여행 자체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 부재 중일 때를 대비한 일상의 업무도 몇 가지는 처리해 두어야 한다. 여행이 설레임과 함께 얼마간의 부담감으로도 다가오는 까닭이다. 12월 8일부터 22일까지의 미국 여행은 내게 설레임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여행 직전의 일정이 다소 빡빡했고, 지난 9월에 벌어진 데이터 유실 사고의 후유증으로부터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했기에 해야 할 업무도 많았다. 왜 이럴 때 여행을 떠나냐고? 내가 그 말이다. 나는 7월 이후, 줄곧 슬프거나 힘겨웠다. 여행이라도 떠나야지, 했던 때가 10월 초였다. 그때 계획한 여행이 이번 미국 여행이다. 계획된 일정을 피하다보니, 출발일이 12월 8일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