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by 북'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0.26 새로운 롤 모델, 마이클 더다 (4)
  2. 2010.10.21 독서는 즐거워! (6)
  3. 2010.01.13 가치 있는 지식
마이클 더다의 『북 by 북』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서의 즐거움에 빠졌고,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저자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독서 리뷰를 적었습니다. 서평은 무엇보다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데, 길기만 했지 재미를 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독서 여정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알 수 있는 리뷰입니다. 마지막 대목에서는 사상에 대한 이야기가 지루하게 이어질 것 같아 싹둑 잘라 버렸습니다. 언젠가 더 재미있게 말할 수 있을 날을 기약하면서 말이죠. ^^


2001년 가을, 이제 막 점화된 내 독서 불꽃에 뜨거운 화력(火力)을 더해 주었던 한 권의 책이 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1997년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이 책을 통해

한 단계 진보한 독서를 하게 되었다. 독학의 방법론에 눈을 떠 독서를 통해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보다 열정적으로 독서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하고 여러 독서 관련 책을 정리하여 살을 붙여 후배들에게 독서 노하우를 전해 주었던 것을 훗날 내 책을 쓰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도 여러 독서 노하우를 담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흥분과 열정을 안겨 주지는 못했다. 그들은 다치바나 다카시 만큼의 독서 열정이나 전방위적인 독서 체험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읽었던 책 중에는 표정훈의『탐서주의자의 책』, 모티머 애들러의『생각을 넓혀 주는 독서법』,  에밀 파게의 『독서론』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랬다.


그러다가 2010년에 마이클 더다를 만났다. 사실, 그의 책은 일이 년 전에 『오픈북』을 먼저 읽기 시작했(

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관두었)다. 재미 없었던 기억이다. 혹은 끈기 없는 내 성정 때문이거나. (이렇게 읽다가 관둔 책이 완독한 책보다 훨씬 많다.) 『오픈북』은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독서기가 지나치게 상세하게 기술되어 재미 없었다. 청소년들에게나 유익할 듯 한 책이라 생각하며 손을 놓았었다. 그런데 지금의 난 그 행동을 의아해하고 있다. 마이클 더다의 『북 by 북』은 나를 매우 흥분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2010년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이 책을 읽었다. 글을 읽는 속도가 느리고, 집중력이 평범한 내게는 단숨에 읽은 책에 속한다. 책은 지적 자극도, 각 주제마다의 깨달음도,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책장을 덮을 즈음엔, 다치바나 다카시에 이은 나의 두 번째 역할 모델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반갑다. 다치바나 다카시에 흥미를 잃은 지가 오래 되었으니.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읽으면서, 점점 그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대목이 많아졌다.)


첫인상과 끝맺음이 좋았다

책은 교수이자 평론가 (공격적인 서평가로 알려지기도 한) 마빈 머드릭의 말로 시작한다.
"운명을 함께 하느니 서로 간섭하지 않고 공존하는 게 낫고, 풀이 죽어 있느니 활기찬 게 낫다. 동정할 바엔 사랑하고, 대체 가능한 것보다는 독보적인 게 낫고, 똑같은 생각보다는 다른 의견이 낫다. 이해관계보다는 원칙이 먼저이고, 원칙보다는 인간이 먼저이다."
나는 이 말이 참 좋았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마이클 더다는 이 말에 대해 추가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사상을 대변하는 말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시 인용문이다. 토마스 아 켐피스의 유명한 말, "심판의 날에 우리는 무엇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믿음의 '실천'을 강조하는 기독교적 윤리가 담긴 말이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명한 기독 고전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저자다.) 나는 이 말도 좋았다. 책벌레보다는 리더(Leader)가 되기를 꿈꿔온 나의 독서철학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독서하는 것 자체가 곧 실천일 수 있기에 '대부분'이라고 표현했다. 책을 읽고 평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이들 말이다. 그들에게는 읽기와 쓰기가 곧 실천인 것이다.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독실한 그리스도인의 실천을 중시하는 저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삶에는 독서 이상의 것이 있고, 독서 말고도 배울 수 있는 원천이 많다. 얼마 전, 군 입대를 앞둔 친구가 자신의 군생활 목표를 '300권 독서'라고 하길래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군대 목표가 '300권 독서'라면 너무 많은 듯 합니다. 책만 읽기에는 군대라는 장소가 특별한 곳이니까요. 우리는 살면서 늘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기 마련입니다. 계급이나 취향 등이 비슷한 사람들을 말이지요. 그러다가 전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군대가 그런 곳 중에 하나입니다. 전국팔도에서 몰려 든 이들, 나와 다른 말투를 쓰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학교를 나온 이들이지요. 군대 밖에서는 전혀 만나지 못할 이들을 통해 우리는 사고의 전환을 하기도 하고, 진짜 세상을 만나기도 합니다. 독서의 목적이 삶과 인생의 지혜를 얻고자 함이라면, 군대에서는 살을 부대껴 가며 그들과 교류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책 뿐만이 아니라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도 읽으라는 게지요. 300권 독서는 그럴 시간이 없을 정도의 목표니까요."

책의 세계에 매료되다

"지난 오십 년 동안 나는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보냈다. 그냥 많은 시간이 아니라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용문을 제외한 저자가 쓴 첫 문장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읽었고, 대학원생이었을 때에는 비교문학 전공자로서 읽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전문서평가이자 칼럼니스트로서 책을 읽었다. 누구 못지 않은 성실한 독서가요 비평가라는 사실은 퓰리처상 수상(1993년 비평부문)에서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북 by 북』을 읽으며 직접 느낄 수도 있다. 책은 10개의 주제마다 좋은 문장을 가려 뽑은 사화집(anthology)의 형식에다 주제에 대한 저자가 쓴 몇 개의 글, 그리고 주제별 고전들이 추천되어 있다.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챕터에서는 명문들을 꼽씹는 즐거움이 있고, 주제에 대한 마이클 더다의 통찰을 맛볼 수도 있다. 게다가 저자가 가려 뽑은 추천 도서 목록을 얻는 기쁨까지 있다. <4장 사랑의 책>을 통해 예를 들어 본다. 사랑에 관한 잠언들이 이런 식으로 소개된다.
 
사자와 짝지어지는 암사슴은 사랑 때문에 죽게 마련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첫사랑의 마법은
언젠가는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 벤저민 디즈레일리

낭만주의는 둘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며

사실주의는 그들의 실상을 꿰뚫어보는 것이다. - 존 업다이크


잠언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가 하면, 다음과 같이 저자가 여러 문헌들을 통해 익힌 지혜를 들려 주기도 한다.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시기는 매우 짧다. 열정은 곧 잔잔한 애정으로 가라앉는다. 아주 이상적인 변화다. 50퍼센트는 열정이 완전한 무관심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잔한 애정을 뛰어넘는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운 좋은 부부가 있다. 그런 결혼생활은 본질적으로 둘이서 꾸려가는 문명 세계이며, 그런 세계에서 가장 큰 기쁨은 수십 년 동안 끊이지 않는 대화다. 남편과 부인 간의 섹스가 진정한 기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런 섹스는 자식과 더불어 가정의 행복을 지탱하는 진정한 토대가 된다."  깊이 공감하여 별표 네 개를 주었던 문장이다.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한 고전적 문헌부터 20세기의 훌륭한 소설들까지 소개한다. 사랑의 문학 중 걸작으로 꼽히는 사포의 시, 플라톤의 『향연』 중 사랑의 본질에 대해 토론하는 대목, 카툴루스와 호라티우스의 시선집, 아서왕 이야기, 흠모하는 페트라르카의 시, 존 던의 욕망적인 시 '침대에 막 누운 여인에 대하여' 등이다. 20세기의 마지막 사반세기에 출간된 소설도 빠뜨리지 않았다. 제임스 솔터, 존 크롤리, 아룬다티 로이, 필립 로스, A. S. 바이어트. 에드먼드 화이트 등의 소설 10권을 소개했다. 이 책들 중 국내 번역된 책이 극히 소수인 것이 아쉽다. 인터넷 서점 등에서 확인해 보니,  A. S. 바이어트의 『소유』,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 정도가 번역되었다. (국내 번역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편집자 혹은 옮긴이가 국내 번역 여부와 원제를 알려 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
 
저자의 사상(?)에 동의하다

나는 아직 내가 어떤 세계관을 가졌는지,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지 못한다. 내 사고의 근원이 되는 세계관을 5가지 문장으로 정리해 두긴 했지만, 아직은 설익은 철학이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철학사를 공부하며 관심이 가는 사상가들을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염원이 있을 뿐, 아직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초, 와우팀원들을 대상으로 20시간짜리 철학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중용, 칸트에게서 정언명령, 데이비드 흄의 회의론, 존 듀이의 실용주의 등에 대해 정리해 본 것이 무척 도움이 된 정도다. 이런 내용들이 내 안에 깊이 스며들고 잘 어우러지면 나도 일관되고 체계적인 세계관을 갖게 될 것이다. 언급한 내용들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관의 화두들이고, 세계관의 얼개가 되어 줄 사상은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그리고 마르크스주의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나의 지적 수준이다.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는 노암 촘스키와 자본주의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장하준 교수의 책들에 열광하는 정도로는 세계관을 정리할 수 없다. 그들이 B급 저자라는 것이 아니라(그들은 특A급 학자들이다), 열광하느라 성찰과 연구를 하지 못했던 나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그들을 보다 깊이 있게 읽어내면서 경제학이나 사회학 사상가들의 책을 섭렵해야 한다. 이것이 스스로에게 진단한 지적 처방이다. 내가 갖게 될 자유주의 사상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하이에크를 읽으며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하이에크의 반대편에 서서 그의 사상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겠지. 이처럼 '자유론'에 대하여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지에 대하여 궁금하던 차였는데, 마이클 더다를 통해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이사야 벌린이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사야 벌린은 시스템 설계자, 일원론적 이론가 등 우리는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아는 척하는 사람들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고, '소극적 자유(negetive liberty)', 즉 개개인이 억압과 제약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장했다. 그러나 개혁가들과 광신자들은 '적극적 자유(positive liberty)'를 고집하며, 인간은 원하는 것은 선택하는 데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것을 선택하는 데 자유로우면 된다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동자 계급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면, 현명하고 선견지명이 있다는 보호자들이 나서 무지한 프롤레타리아를 인도하고 재교육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벌린은 인간의 도덕적 주권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이런 관리통제주의를 철저히 배격했다."


마이클 더다가 설명한 이사야 벌린이다. 이어지는 내용(p.198~199)에 구구절절 동의하고 감동했다. 이 즈음하면 이사야 벌린을 읽기 위해 시간을 낼 수 밖에 없다. 아! 나의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일부는 잠과 식사 등 생리적 욕구에게 주어야 하고, 일부는 사회적 관계를 위해 주어야 한다. 게다가 나는 욕망을 가진 존재다. 동물적 욕망 앞에서도, 나는 무릎을 꿇고 시간을 내어 줄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욕망 가운데에는 호기심을 쫓아가는 지적 욕망도 있으니 결국 나는 인터넷 서점을 찾아가 이사야 벌린이 쓰거나 그에 관련된 책, 『고슴도치와 여우』,『이사야 벌린의 지적 유산』를 카트에 집어 넣고 말았다. 그리고 보르헤스 책 한 권과 마이클 더다의 원서까지 합쳐서 주문해 버렸다. 아! 요즘 자주 강림하신다. 책 지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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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unice 2010.10.26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에 눈을 뜬지 이제 30개월 되는 독서초보인 저로서는
    나열해 두신 책의 저자와 책 제목 만으로 약간 주눅이 드는 듯 합니다. ^^;
    그러나 마음 한 곳에는 스승님을 따라 독서의 참 기쁨을 누리고 싶은 열망이 피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10년전 다치바다 다카시를 통해 독서의 불꽃을 태우시다가 점점 그의 사상에 동의 하지 않게 되었다고 적으신 부분에서 약간의 전율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선생님의 추천도서를 읽는 정도이고, 선생님의 생각에 매료되어 있지만,
    언젠가 나의 생각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짜릿해 지던걸요.
    선생님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 역시 성장하여 제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조금더 날카롭게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지요.

    사상이 같은 저자를 만나면 신이 나는 것 같아요.
    기분 좋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나의 믿음에 대한 확신과 더 단단해 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기분 좋음이요.

    마이클 더다가 읽었던 책들을 모두 읽는다고 해서 그의 지력을 가질 수는 없겠지요?
    저자의 생각을 치열하게 따라가고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선생님이 독서토론회때 언급하셨던
    저자의 생각을 얻기 위한 독서 방법론을 적용하여 읽고 있습니다.

    저도 선생님의 글에 멋진 댓글을 달고 싶지만 아직 지력이 미치지 못해.. 제 생각들만 주저리 주저리 적었네요..
    나중에, 나중에..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제 성장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2. 하뜻 2012.03.30 1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 글을 지금 다시 보니
    그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이번 주 들어, 독서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영혼이 허기져 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제가 정신의 둔감함을 감지할 수 있는 영적 감각을 가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독서하는 시간이 줄었다는 뜻이고(이건 플래너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지요), 지적 충만함이 사라졌고(이건 생각과 글이 날카롭지 못함에서 알 수 있고), 정신이 조금 예민해졌다는 말이지요(이건 신경질적인 모습이 나주 나타남에서 알 수 있습니다).

독서량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는 이틀간의 휴가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가용 시간이 늘어났다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이유일 것입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의 원인 분석은 보기 좋은 말을 갖다 붙여 놓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우리는 이성적인 동물이어서 무척 편리합니다. 의도적인 목적 없이 시작한 일이라고 해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거나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자기합리화에 능한 사람들을 비꼬는 말투입니다.  

요즘 저는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여 보려고 동료들과 의논 중입니다. 동료들은 전적으로 저의 의견을 존중해 주겠다면서 며칠 동안의 생각할 시간을 주더군요. (멋진 그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이 지금의 상황에서 더 좋은 선택인지 몰라 갈등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원과 욕심, 다시 말해 편안한 일상을 바라는 나의 소원과 명예와 돈을 얻을 수 있다는 욕심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니, 합리적인 생각 후에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 의견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나면, 저는 그 의견에 맞추거나 보완하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를 끌어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더군요.

어쨌거나, 제가 좋아하는 일에 풍덩 빠져 시간을 보냈던 오늘은 제게 참 좋은 날입니다. 오늘 저는 마이클 더다의 『북 by 북』을 첫 장부터 150페이지까지 읽었습니다. 구입하여 듬성듬성 읽던 것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읽기 시작한 겁니다. 참!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이 나의 입맛에 딱(!) 맞았다는 사실입니다. 제게는 흡입력이 매우 강한 책입니다. 오늘 하루동안 4시간 30분의 시간을 투자하여 읽은 것 같네요. 저는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랍니다.

『북 by 북』은 주제별로 목차를 정하여, 주제마다 책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삶, 배우, 일과 여가, 사랑, 가정 등의 주제마다, 좋은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저자가 좋은 책을 읽어오며 가려 뽑은 좋은 문장들을 담았습니다. 저자의 통찰과 지혜까지 곁들어져서 주제별 추천도서와 주제별 생각꺼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마이클 더다는 미국의 다치바나 다카시라 불릴 만한 탁월한 독서가입니다. 퓰리처 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에 독서력만큼은 전혀 무색하지 않습니다. 주제마다 읽을 만한 책들, 특히 고전에 대한 지식은 독자를 흥분케 하거나(읽고 싶은 비명을 지르기에), 압도합니다(와, 제목도 모르는 이 많은 책들이라니, 라고 놀라기에).

오늘 낮에는 약속이 있어서 놀다가, 저녁 먹은 이후부터 11시까지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역에 앉아서 90분 동안 책을 읽었습니다. 조사하고 싶은 대목, 읽어야지 하고 마음먹은 책들, 기억하고 싶은 인용문 등을 체크해 가며 열심히 읽었습니다. 처음 알게 된 책들이 무지 많았지만, 나의 무지에 압도당하기 보다는 무지한 사실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만약, 부끄러워해야 한다면, 무지를 부끄러워하지는 않으렵니다. 정확하지 못한 지식을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독서 리스트를 다듬게 되었고, 공부할 꺼리들을 한아름 얻었습니다.

실제로 공부로 이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은 제게 곧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독서가 나를 이리도 즐겁게 하고 충만하게 하니,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하루가 시작되면 다른 일에 앞서 책을 손에 잡아야겠습니다. 소중한 것을 미루면 마음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하니까요.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은 『북 by 북』, 『공산당 선언』,『CEO 인문학』(이 책은 수개월 동안 읽고 있네요)인데, 10월 말까지 다 읽고 독서리뷰를 하나씩 써야겠습니다. 11월에는 마이클 더다가 안겨 준 달콤한 독서 리스트를 따라가고 싶지만, 읽어야 하는 책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네요. 『오빠가 돌아왔다』, 『한국의 1인 주식회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람풍경』,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 등입니다. 독서모임, 개인컨설팅, 집필 작업 등을 위해 읽어야 하는 책들이지요.

아! 또 마음이 앞서갑니다. 저는 어쩔 수 없는 몽상가요, 허풍쟁이네요. 허허.
아주 가끔씩 실천이 뒤따를 때에는 꿈꾸는 자이기도 하구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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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빌리 2010.10.21 2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매일 발생하는 상황을 해석해 내는 능력을 책으로부터 배우고 싶어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미리 준비되어 있지도, 무얼 먼저 읽어야 할지도 모르는 요즘. 그러나 사고 싶은 책이 많은 요즘. 주문할 새책들의 가격은 부담이 되니 지나가는 길가에 있는 헌책방에 들려 사고싶었던 책이나 그와 비슷한 책들을 사는 요즘입니다. 그냥 모으기 바쁩니다. 독서리스트라는건 없고 그냥 손가는 대로 읽습니다. 뭐든 책들속에는 참 멋진 문구들이 많습니다. 그 문장들을 더욱 듬뿍 만나고 싶은 욕심으로 책을 모으고, 새 책들은 리스트로만 등록하고 언젠가 한번에 다 주문할 날 만을 위해 저축하고 있습니다. ~ㅎㅎ 희석님의 독서리뷰들을 따라가며 같이 만날 날을 VD 하겠습니다. 그럼 R이 된다고 해서리~^^*

    • 보보 2010.10.23 1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돈은 좋은 것이고, 귀한 것입니다. 좋아서 귀한 것이니 귀해서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좋은 선택을 위해서 쓸 수 있으면 현명하지요. 말씀하신 삶을 읽어내는 능력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다음의 책들을 우선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수업』
      -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 공자 『논어』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조셉 캠벨의 『신화와 인생』
      - 괴테의 『파우스트』

      아래로 내려갈수록 어려운 책인 것 같네요. ^^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일기쓰기를 권합니다. '매일매일 발생하는 상황을 해석해 내는 능력을 책으로부터 배우고' 싶으시다면 말이지요.

  2. 김재철 2010.10.22 0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무료로 소중한 강의를 듣고 있어 죄송한 기분이 듭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이렇게 정리하시는 것이 쉽지 않을듯 싶은데
    대단하시네요..
    항상 감사의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 보보 2010.10.23 1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철님의 댓글로 인해 인정받는 것의 달콤함을 맛보게 되네요.
      잠깐의 열정을 꾸준한 근성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즐거운 부담감으로 오늘도 열심히 포스팅하겠습니다.

  3. 김재철 2010.10.22 0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에도 단계가 있다는 내용을 책에서 보았습니다.
    많은 독서량을 가진 사람이 한 이야기라서 공감이 갔습니다.
    그럼 난 어느 단계인가? ㅋㅋ 총 3단계 과정에서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네요.
    그런데 2단계로 넘어가는 고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될때
    독서에도 변화의 단계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은 최종 3단계이시네요.
    더 넓은 범위로 확장을 해 나가시는 모습이 많이 느껴집니다.
    덩달아 제가 넓어지는 느낌이 드는것은 왜 일까요?
    아마도 미지의 것을 인식하게되고, 기존의 것들이 조금씩이라도 정리되는
    황홀감을 느끼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 보보 2010.10.23 1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찬의 말씀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네요.
      더욱 성실한 학습자, 치열한 행동가가 되겠습니다. 꾸벅.


마이클 더다는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미국의 책벌레다.
1993년에 비평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영향력 있는 독서가이자, 평론가다.
이제 육십 줄(1948년생)에 접어든 그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책과 함께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눈앞에 보이는 건 그린 랜턴의 만화책부터
세계문학의 위대한 고전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 『북 by 북』中


더다의 자서전인 『오픈 북』에는 어린 시절의 남독하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나는 『오픈 북』을 읽다가 지루해서 1/3 밖에 읽지 못한 채 책장을 덮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도 저자의 어린 시절 독서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마이클 더다의 자서전과 비슷한데, 2001년에 읽은 다카시의 책이 훨씬 재미있었다. 
벌써 9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책 이야기를 위주로 전개되어 재밌었던 것 같다.
더다의 자서전은 저자 중심의 이야기가 많아 지루했으니까.
한편,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이야기를 담은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재밌게 읽고 있다.
이상의 사실들로 『오픈 북』이 지루했던 원인 분석을 나름 시도했지만, 진짜 원인은 나도 모른다.

사실,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밝히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개별적인 경험을 인식할 뿐이다. 어떤 책이 재미없었다는 경험과 또 다른 책은 재미있었다는 경험.
그런 경험들의 인과 관계를 논할 때,
나는 어디까지 생각해야 하며, 도대체 어떤 생각과 어떤 생각을 연결해야 한단 말인가.
책을 읽을 당시의 내가 유난히 집중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물론, 거듭 노력을 했지만)
예전보다 지금의 내가 좀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앞서 내가 설명한 재미없고, 재있음에 대한 원인 분석이 틀리더라도 양해해 주시라.
혹, 훗날에 『오픈 북』을 재미있다고 번복하더라도 '아, 다시 재밌게 읽었나 보다'하고 생각해 주시라.

마이클 더다를 언급한 것은 그의『북 by 북』을 권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분야별로 저자가 생각하는 고전을 간략히 소개하며 추천한 책이다.
독서와 교양에 관한 명언이 많이 등장하여, 잠시 책을 놓고 생각하면서 읽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귀한 고전 목록을 손에 얻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엄청난 분량의 목록이지만, 마음에 와 닿는 목록들이다.
철학, 역사, 정치 등의 전형적인 분류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분류니까.

"큰 소리로 읽어도 괜찮고, 혼자 조용히 읽으면서
이런저런 일로 시달린 당신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p.124)
(목록은 생략 ^^)

"도덕주의자들은 '우리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본질적인 문제의 답을 구하려 애써왔다.
이 유구한 전통을 잇는 핵심적인 책들을 대력적으로 소개해 보자."
(p.204)
(역시, 목록 생략 ^^)

독서가라면, 이런 식으로 자신이 읽은 책을 분류해 두어 필요한 이에게 목록을 추천하고 싶으리라.
이것은 나의 꿈이기도 한데, 게으름과 불성실한 독서로 인해 아직 제대로 만들어 둔 목록이 없다.
더욱 직접적인 원인은 목록을 만들 만한 지식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계속 무지하게 살고 싶진 않기에, 인문학에서부터 교양이라 부를 만한 지식을 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이클 더다는 '가치 있는 지식'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세계문학의 Must-Read Book을 소개했다.

"세계문학에 대해 우리는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내 생각이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 독서 계획을 짜든 위대한 '표본 작품'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표본 작품은 후세의 작가들이 근본으로 삼고 수시로 언급하며 모방하려는 작품을 뜻한다."

 (『북 by 북』 p.25)

- 성경 (구약과 신약)
-『불핀치의 전설의 시대』 (혹은 그리스, 로마, 스칸디나비아 신화)
- 호메로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단테 『지옥편』
-『아라비안나이트』
- 토마스 말로리 『아서왕의 죽음』 (나남)
- 셰익스피어의 주요 희곡, 특히 『햄릿』『헨리 4세』, 『리어 왕』『한여름 밤의 꿈』『템페스트』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그림 형제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 세계 주요 민담집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 아서 코넌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참고로, 희랍 고전의 번역서는 무조건 '천병희' 선생의 책을 고르면 된다.
『아서왕의 죽음』과 『오뒷세이아』 등은 한국에서 보다 널리 쓰이는 제목 표기를 따랐다.)

나는 이 목록을 『인문학 스터디』와 비교해 봤는데, 고대와 근대의 목록은 많은 부분 일치한다.
『인문학 스터디』에서는 근대 이후의 책은 다루지 않는데 반해,
더다는 현대의 고전을 많이 포함시켰기에 현대 문학의 목록을 서로 비교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위의 목록에 대한 나의 결론은 더다의 권위있는 다음의 말에 고개 숙일 수 밖에 없다. 읽은 책이 없으니.
"이 책들부터 읽어라. 그럼 세계 문학의 거의 대부분을 읽은 셈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더다의 책 『북 by 북』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240페이지의 얇은 책이지만, 고전에 대한 알짜 정보가 가득하다.
아쉬운 것은 저자가 추천하는 책 중에는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 말은 번역된 책들이 태반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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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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