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5

지금 어디에 사세요?

5년을 강남구 역삼동에 살았다. 선릉역 5번 출구로 나와 첫번째 골목길에서 우회전하여 경복아파트 사거리로 이어지는 골목길 어딘가에 살았다. 3분만 걸어나가면 테헤란로지만, 사는 곳은 주택가가 밀집된 구역이다. 차를 몰고 나가지 않는다면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2호선과 분당선이 가깝고 차를 타고 두어 정거장 가면 9호선을 탈 수 있다. 5분 거리에 선릉공원이 있어 도심에서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고, 집 주변에 수십 개의 카페가 있어 마음 당기는 대로 즐기는 맛도 있다. 역삼동으로의 이사 결정은 난관이 많았다. 월세가 비쌌기 때문이다. 내 형편에는 분명 과분했으니 그 과분함을 설득할 수 있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했다. 누군가에게 허영심 많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는 신앙인이기도 해서 ..

나는 이번 이사를 후회한다

브라질 여행을 마치고 제가 돌아온 곳은 서울이 아니라 양평이었습니다. 25일이 지나는 동안, 시골 생활에 대한 제 생각과 감정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뀌어 갈런지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있네요. 기대감은 점점 이곳이 좋아지기 때문이고, 두려움은 하나의 선택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때로는 매우 크다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인생을 잘 살기란 참 어렵구나, 하는 사실을 자각할 때의 두려움 말입니다. 성실하게 살아도, 때론 한 영역의 진보가 다른 두 영역에서의 퇴보를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시골 한적한 곳에서 한 번 살고 싶어 이사를 왔습니다. 중년 이후가 아닌 젊었을 때 그러고 싶었습니다. 사실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예측불가였습니다. 도전해 보아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기다움

지난 1월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일상의 일들을 자기경영 혹은 인생살이 등과 연결시켜 사유하는 편인데, 이사를 통해 느낀 바가 있어 몇 마디 나누어 봅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기다움에 대한 단상들입니다. 하나. 시간에 대하여 1~2년만 살아야지, 하고 들어갔던 집인데, 4년 4개월이나 지났습니다. 훌쩍 지나가버리는 세월의 무심한 속도에 놀라기도 하고(인생도 이렇게 쏜살처럼 지나가 버릴까 봐), 마음 먹은 것을 실천하는 일에 느려터진 제 게으름이 무섭기도 합니다(게으름이 내 소원을 모두 삼켜 버릴까 봐). 당분간은 무서움을 느끼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하루 이틀이면 타성이 무서움을 집어삼켜 버리니, 타성에 젖어버리는 일이야말로 무서운 일인 듯 합니다..

일상 속의 소원들

1. 를 통해 여러 지지자들을 만나게 되어 감사했다. 메일을 통해 보내 준 메시지도 감동적이었다. 지금까지 글을 통해 얻은 유익이 크다며 투자가 아니라 기부를 하고 싶다는 분도 계셨다. 한없는 칭찬에 내 삶을 들여다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고개 숙여 감사 드리며 다짐해 본다. 보보야, 그 말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를! 2. 이틀 후에는 2011년의 첫 강연이 있다. 강연이 많지 않은 올해가 될 것이기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가장 멋진 일은 강연 후에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이다. 교육 담당자의 칭찬이나 사람들의 좋은 반응도 중요하긴 하나,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야말로 나를 살아 있게 한다. 평판은 나의 껍데기를 키우지만, 성실함은 실력을 키우고, 진실한 자존감은 나의 내면을 부요케 한다. 부디..

『오빠가 돌아왔다』독서리뷰

- 김영하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리뷰 『오빠가 돌아왔다』는 김영하의 단편 8편을 묶은 책입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책이고, 김영하는 이미 한국 문단을 이끄는 주역 중의 한 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김영하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2010년도 가을입니다. 이제서야 읽게 된 것은 문학의 유익을 몰라서가 아니라, 다분히 시간의 유한성 때문이랍니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부지런히 읽어오기도 했지만, 항상 읽을 책들은 제가 독서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압도해 버립니다. 희망 독서 리스트를 들여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시간의 (초라하기 짝이 없는) 유한함이지요.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기에는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런 유한성이 있기에 시간을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맛이 있기에 도전적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