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을 끝내고 점심 먹기 전, 그림 하나를 그리자고 생각했다. 포틴세이아를 그렸던 카페에 앉아 있던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릴 만한 것을 찾기 위해서다. 카운터에 딸린 케잌 진열대,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 여러 가지가 눈에 들어왔지만, 시선이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그리지 못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 그림용 수첩 하나를 샀다. 새 수첩의 첫 장을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패작'으로 채우기는 싫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난하고 쉬운 대상을 그려야 할 것이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1편부터 봐야 하는 성미인지라, 첫 장이 중요했다. 뭐가 좋을까? 가방은 그려 두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