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한 달에 책을 몇 권 읽으세요?

카잔 2010. 5. 15. 09:36

한 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어림잡아 대답한다.
읽은 책이 많아 헤아리지 못해서가 아니다.
권수를 헤아리며 읽지 않기에 그렇다. 
읽은 권수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헤아리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완독하는 권수로 따지면, 한 달에 3~4개 권 정도 될 거예요."

그래서 어림잡은 나의 대답이다.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는 책들도 있다.
뒷심이 약한 고약한 천성 때문이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형편없어서 읽다가 집어 던지는 책은 거의 없다.
이렇게 부분적으로 읽은 책들을 모두 모으면
한 달에 3, 4권 정도는 읽는 셈이 되리라 생각해서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다가,
2010년 5월 1일부터 읽은 페이지를 체크해보았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매일 빠짐없이 기록했다.
책의 표지와 간지 등은 모두 제외하여 내가 읽은 페이지만을 계산했다.
5월 14일까지 2주가 지났다. 내가 읽은 페이지는 540페이지였다.
이제 누군가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5월 첫번째 2주 동안, 540페이지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 짓거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이렇다.

1. 소통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 하나를 알게 되었다.
이제는 누군가 물으면 어림잡을 필요 없이 구체적으로 알려 줄 수 있다.
이것은 모호함을 구체성으로 대체한 것, 그 이상의 효과다.

540페이지를 권수로 따지면 두 권이 될 수도 있고, 한 권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는 540페이지짜리 책이다.
저 묵직한 책은 540페이지를 씹어 삼켜야 한 권을 읽는 셈이 된다.
반면, 어제 완독한 『30분에 읽는 니체』는 150페이지짜리 책이다.
540페이지는 이런 책을 4권 가까이 읽어야 도달하는 수치다.
페이지로 말하는 것은 "한 달에 2권의 책을 읽습니다"라는 말보다
읽은 분량에 대해서만큼은 오해없이 전할 수 있는 방법인 게다.

사람은 자기만의 해석을 보태어 듣거나 읽는다.
구체적인 '사실'만을 전해 주어야 그들의 해석을 도울 수 있다.
잘못 해석되는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읽은 책의 권수가 부풀어지는 것은 막아 준다. 여기서 두 번째 교훈이 나온다.

2. 읽은 페이지를 공개하는 것은 거품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이것은 독서가 이희석의 거품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4천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결코 4천 권의 책을 읽었다고 말한 적은 없다.
나는 고작해야 일년에 50 여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이다.
이렇게 10년을 읽어야 500권 정도가 된다. 나는 달팽이 독서가다.
꽤 느리게 읽는다. 온 몸으로 읽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렇게 썼다.

"책을 읽다가 적용할 만한 것이 나오면 책을 덮고 당장 실행해 보자.
머리로 책을 읽을 때 우리의 지성은 날카로워지고,
가슴으로 책을 읽을 때 우리의 정서는 풍성해지고 따뜻해진다.
손과 발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삶의 도약을 경험한다."

-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p.179

나의 속도로 4천권을 채우려면 80년이 걸린다.
이것에 대해서 나는 20대 초반에 계산해 본 적이 있었다.
계산하고 난 후, 느낀 것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정말 적구나, 였다.
그 때 배운 것은 정말 좋은 책을 읽어야겠구나, 였다.
이것은 내 인생의 유한성과 읽고 싶은 책의 무한성에 대한 자각이었다.

읽은 책의 권수를 따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냐? 고 물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권수가 중요해서가 아니다.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
모호함은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3번째로 얻은 교훈이다.

3.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알려야 한다.
책의 내용을 찾아서 옮겨 적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럼에도 앞서 책을 인용한 까닭은 성공의 사다리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나는 많은 책을 읽어서 삶의 도약을 이뤄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읽으면서 도약을 이뤄내었다.
천천히 읽게 되는 것은 자주 책장을 덮기 때문이다.
사색하기 위해서 혹은 실천하기 위해서.

요컨대, 나는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자주 내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읽은 책의 권수는 성공으로 가는 비법이 아니다.
책 읽는 Leader 들이 성공적인 삶을 이뤄가는 것은 이런 등식 때문이다.

독서 + Somethings =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

somethings 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좋은 대인관계, 실행력, 열정, 주도적인 태도, 리더십, 학력 등.

다음과 같은 말은 틀린 것이다.
"이희석은 4천 권의 책을 읽었으니 얼마나 예의바르고 지혜롭겠어?"
'4천권'은 사실이 아니고, '지혜'라는 결론도 틀렸다.
많은 책은 지혜보다는 지식을 안겨다 준다.
지혜는 좋은 책과 삶의 현장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책을 읽었으니 지혜로워질 것이라는 명제에 나는 반대한다.
지혜를 다룬 책, 지혜로운 저자가 쓴 책을 읽어야 지혜로워진다.
(그저 이론과 지식을 담은 책들이 있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기능의 차이다.)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자기경영 강사이고, 누군가는 내 말을 실험해 볼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은 그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고, 시간은 곧 그의 인생이다.
나의 그들의 실험이 성공을 창조하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성공의 진실을 전해야 한다.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삶으로 실험하여 검증된 것을 전해야지
대충 짐작한 것이나, 숙고하지 않은 것을 전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나의 직업에 대한 윤리요, 성실함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