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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을 읽고

카잔 2010. 8. 31. 12:03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소박한 삶』을 읽고.


한 번 갔던 레스토랑이나 바(bar)에는 가고 싶지 않다. 좀 더 멋지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에 가고 싶다. 뭐, 새롭게 생긴 곳이 없나?

요즘 내 친구와 시내에서 만나면 이런 고민을 한다. 눈앞에 수많은 레스토랑이 있지만, 우리는 식사 한 끼를 근사하게 해결하고 싶은 욕망에 아무 곳에나 들어가지 않는다. 큰일이다. 혹시 허영심이라는 불필요하고 가치 없는 놈이 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아닐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내 소비 수준이나 가치가 소박한 삶과 거리가 멀거나, 삶의 의미를 잃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참된 삶의 의미, 특히 소비가 인생의 목표인양 '비곗살 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판을 치는 시대에서 한 번쯤은 내가 가는 길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현대인의 그릇된 소비 성향과 물질적인 것으로 비대해진 인생의 부조리를 일깨워주는 『소박한 삶』은 나에게 그런 필요를 채워주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소박한 삶』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며 살아왔다고 얘기한다. 소비는 현대인들의 당연한 여가 생활이 되어버렸다(우리는 기분이 좋거나 나쁘다는 것만으로도 카드를 긁는 합당한 이유가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미 '우리는 더 이상 소비를 하며 잃어 가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p.7) 레기네 슈나이더의 말대로 우리는 물건을 살 때마다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정말 필요한 물건일까? 잠시 동안은 마음을 달래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물건은 아닐까? 내 구매욕이 뭔가의 조종을 받은 결과일까, 아니면 내 주체적인 판단에 의해서일까?"

지나친 구매욕은 그릇된 가치관에서 기인한 것 같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소유함의 정도에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존재 가치와 소유 가치는 전혀 별개의 가치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광고 '선전대로 갖추어 입고 남들 앞에 나서고 싶어'하고, '쇼핑을 위대해지는 느낌과 결합시켜 고상하고 스케일이 큰 특정 그룹에 속한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이러한 쇼핑 중독증은 '새로운 유형의 가난한 사람들'을 탄생시켰다(p.66). 많은 봉급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과소비로 인해 지게 된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독일의 200만 가계가 위험수위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우리 나라의 상황을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이유가 과소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의 가계가 안고 있는 빚도 적지 않다.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지고 있는 카드빚의 심각성을 보도한다. 과도한 소비로 인한 개인의 빚 문제가 이제 사회 문제가 되어, 제도적인 조치와 함께 의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저자는 무분별한 소비가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새로운 유형의 가난한 사람들은 카드사 뿐만 아니라, 후손에게도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삶의 질이 구매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현대인들이 깊이 깨달아야 할 시기이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성숙해지는 것이라 말하면서 다음의 말을 덧붙인다. "성숙한 소비 활동은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해내고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광고에 이끌리지 않는 것, 소비세계의 유혹에 맞서는 것이다. 광고가 떠들어대는 거짓약속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독일은 우리보다 일찍 '새로운 소박함'의 비전을 발견한 것 같다. 독일 국민들은 미친듯한 자신들의 소비 성향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염증을 느끼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소비를 하면서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나은 커피를, 더 나은 악세사리를 선택하기 위해 인생을 낭비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염증을 느끼지 않고, '새로운 소박함'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는 여러 일반인들의 수기가 많이 실려 있다. 한 여성 동독인은 서독인의 소비 모습을 굉장히 불건전하다고 느낀다. 돈쓰는 것이 전부였던 삶을 살던 한 여성이 자신의 인생은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소박함의 기쁨을 통해 참다운 행복을 발견한다. 이전의 삶은 끊임없이 보이기 위한 삶이고, 주류에 끼어 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삶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반인들의 수기를 읽으며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지막 장의 제목은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이다. 1장에서 현대인들의 소비에 대한 잘못된 태도와 삶의 방식을 고발하고, 2장에서는 소비 지향적인 삶으로부터의 구원 방법으로 '새로운 소박함'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나서, 저자는 묻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언인가? 그것은 큰 일보다는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소비하기를 포기하고 '속도에 대한 광기 어린 신념'도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느림의 기쁨과 삶의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다. 정원의 꽃향기를 맡으며 자신의 인생이 의미 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는 중년 여성 '잉고'의 말처럼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결정이나 사고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가치나 원칙은 물질주의적인 것에 희생되거나 흔들리지 않는 고귀하고 정신적인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해야 한다. 다소 시대 착오적인 제안처럼 들릴지라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정말 중요한 것이다. 이것을 발견해야만 우리는 광고로부터, 그리고 이 시대의 망령인 소비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는 이미 충족되었기 때문에 광고는 인위적으로 욕구를 조작한다. 광고가 아니었으면 아무도 자각하지 못했을 욕구를 일깨우는 것이다. p.42~43)

나는 오늘 시내에서 그 친구를 만난다. 오늘은 새롭고 고급스런 어떤 카페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냥 눈 앞에 보이는 아무 곳에 들어가서 적당한 가격의 음식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멋진 식당을 선택하느라 낭비하지 않은 그 시간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성숙한 소비 활동은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해내고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광고에 이끌리지 않는 것, 소비세계의 유혹에 맞서는 것이다. 광고가 떠들어대는 거짓약속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 2002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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