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카잔 2010. 5. 22. 11:41


저 멀리, 농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강변 산책길을 걷던 나는 속도를 내었다.
신나게 농구 한 게임을 뛰고 싶었다.
들고 있던 가방을 던지듯 내려 넣고, 농구 코트로 뛰어 들었다.

"어, 야! 네 가방!"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녀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내 가방은 공원에 조성된 작은 호수에 빠졌다.
던졌던 나의 힘 조절이 잘못되었던 게다.

문득, 살아오면서 겪었던 비슷한 일들이 떠올랐다.
찰나의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
핸드폰을 구입한 첫 날, 하늘 높이 던졌다가 잡지 못해 바닥에 내팽쳐졌던 일.
지하철 역내 의자에 앉을 때 노트북 가방을 세게 내려 놓아 하드웨어가 빠졌던 일.

'으악! 내 노트북은 어떡하지?'

노트북을 생각하는 순간, 지금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그 날, 물에 빠진 가방 안에도 노트북이 들어 있었다.
나는 달려가 호수에 떨어진 노트북을 건져 올렸다.
수심이 깊지 않아 수월하게 건져 올렸지만, 이미 물에 푹 젖은 상태!

의외로 나는 담담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은 내게 호들갑을 떤다고, 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란 의미다.
그래서 가방을 햇볕 좋은 곳에 놓아두고 농구를 했다.
친구들이 뭐라고들 한다. 그래도 나는 농구를 했다.

*

그저께 꾸었던 꿈이었습니다.
여느 꿈은 일상을 시작하자마자 곧 잊어 버리는데,
이 꿈은 하루가 다 지나고 이튿날이 다 지나도 잊혀지지 않네요.
오늘 아침에도 그대로 기억이 나서 적어 보았습니다.

저는 프로이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꿈에 대한 그의 견해를 담은 『꿈의 해석』이란 책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요.
프로이트에 이론에 따르면,
'꿈이란 무의식 속에 깊이 억압되어 있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시도'입니다.

현실(의식)에서 진행되었던 자기 검열은
꿈(무의식)에서 완화되어 억압된 소망들이 흘러 나오는 것입니다.
완화가 완전하면 소망들이 드러나는 것이고,
완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는 일부를 숨기는 타협이 이루어집니다.

이상이 프로로이트의 견해들입니다.
소망이 부끄러운 것일 때도 많아서 검열을 당하고 왜곡되기도 한다네요.
그래서 자신의 소망은 꿈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의 반대인 경우도 있구요.
어디까지가 과학적 사실인지는 대해서는 학문적 논쟁이 되기도 하나 봅니다.

제가 꾸었던 꿈의 해석은 무엇일까요?
분명한 것은 꿈의 모양 그대로가 저의 소망은 아니란 것입니다.
노트북을 물에 빠뜨린다니!
에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노트북에는 제가 쓰고 있는 원고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보물 1호이자, 저의 미래이고, 희망입니다.
원고들을 어서 빨리 마무리하여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저의 간절한 소망이 표출된 것이, 그저께의 꿈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저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답니다~! ^^

이건 저의 해석이구요,
와우팀원이 이 글을 읽더니 그의 해석을 들려주더군요.

"선생님, 이건 Back-up 하라는 꿈인데요."

하하하. 그는 서른 두 살입니다.
꿈을 꾸어야 할 나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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