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이사, 이기심 그리고 후련함

카잔 2010. 5. 21. 14:02


이사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집을 보러 다니는 요즘입니다.
시간이 자주 나는 것은 아니어서 집보기는 더디게 진행되지요.
그러다가 우연찮게 구경한 집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 서재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는 구조와 넓은 공간을 가진 집이었지요.
제 형편에 비하면 꽤 비싼 집이라는 것만이 문제였습니다.

집 구하기가 어려운 까닭은 본질적으로 결정의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있는 돈으로 갈 수 있는 '현실의 집'은 항상
돈이 조금 더 있으면 갈 수 있는 '이상의 집'보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있는 돈'으로 '이상의 집'을 찾는 시간만큼 집 결정이 늦어집니다.
2006년, 이사를 위해 두 달 동안 집 구경을 하고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집 구하기는 발품 팔기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의 문제란 사실!

발품 팔기의 유익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저는 지금 발품을 팔아가면서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 자신이 머무를만한 안전한 지점을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집 구하기, 그건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라고 보시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문제의 원인을 우리 자신이 아닌 외부(돈, 환경, 타인)에 두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곧 영향력의 감소를 뜻하니까요.
돈이 문제의 일부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어제 보았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은
분명 제 형편에 무리가 되는 일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돈으로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나 도와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제가 돈을 많이 못 버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돈에 대해서도 이중 사고가 필요합니다.

돈이 있으면 좋다. 돈을 벌고 쓰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부자를 악하게, 빈자를 선하게 보는 시선은 위험하다.
그런 시선은 그것 자체로 왜곡된 생각이기 때문에
또한 자신의 삶을 부와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현명하지 않다.
돈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정신적 가치가 외면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현대인들이 '자본'이라는 신을 믿고 있는데, 이것 역시 위험하다.
돈이 있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보다 진한 행복은 우정, 의미, 근면함에서 오기 때문이다.
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탐욕에 영혼을 팔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혜는 역설 가운데 서 있는 균형의 모습을 띠곤 합니다.
체 게바라의 표현이 그런 지혜의 모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지금까지도 나를 위해서 돈을 써 왔지만,
이번 이사가 또 그러할까봐 걱정 됩니다.
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데 말입니다.
나를 위한 여행, 나를 위한 이사, 나를 위한 시간.
모두가 나를 위한 것들이니, 이외수 선생님의 트윗에 찔끔하네요.

"초파일. 절에 가서 자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공을 드리는 심정이야 한번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구한 날을 자기 잘 되기만을 바라는 불공을 드린다면
부처님 기분이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 이외수


누군가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은 쉽지요.
돈 드리는 일도 아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돕는 것은 조금 더 어렵지요.
그렇게 어려운 일을 마다하며 살다가
이번에 또 다시 제 형편을 고려치 않고 이사가려고 하니 마음이 찔리네요.

그래서, 재능십일조 강연을 몇 번 더 하려고 합니다.
<좋은 습관 만들기> 이벤트도 참가비 10만원에서 1만원으로 낮추었습니다.
이 모든 것의 동기는 제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랍니다.
남들 보기엔 그럴 듯 할지 몰라도, 저는 제 마음을 따라 움직인 게지요.
하하하. 이거 별 것 아닌데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네요.
그래도 가.슴.은. 후.련.합.니.다.
 
문득, 연구원 동기 누나의 책 제목(가제)이 떠오르네요.
'후련히 살다 홀연히 사라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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