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김석류 아나운서, 그녀처럼

카잔 2010. 8. 23. 00:12

프로야구를 좋아한다. 종종 잠실야구장을 찾기도 하고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느긋하게 삼성의 경기 중계를 보는 걸 즐긴다.
모임 등으로 인해 밤 늦게 귀가할 때에는 10시 50분에 맞추려고 잰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KBS N 스포츠 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 앞에 '김석류'라는 이름을 붙여도 전혀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김석류 아나운서의 진행은 빼어났다. "참 진행 잘 하네"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녀는 얼마 전, 김태균 선수와의 결혼을 발표했다.
또 하나의 선남선녀의 커플이 탄생한 순간, 나는 김태균 선수가 부러웠다.
똑 부러지는 프로다움, 귀엽고 깜찍한 미모를 갖춘 여인을 아내로 맞아 들였으니. ^^
그녀의 성격까지는 알 순 없지만, 여러 가지로 참 괜찮은 여인이다.
기사를 보니, 김태균 선수가 그녀와의 결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김석류 아나운서 또한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참 열심히 노력한 프로였다.

또 다른 기사를 통해, 주위로부터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프로답게 일했다는 글을 읽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오늘(8월 22일)은 김석류 아나운서의 마지막 방송일이다.
이제 방송 활동을 접고, 결혼과 일본 유학을 준비한다고 한다.
오늘 방송에서 그녀는 마지막 상품 소개를 하며 순간 울컥하더니 결국 눈물을 흘렸다.
금방 감정을 다잡더니, 그간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평소와 똑같이 인사하겠단다.


"좋은 꿈 꾸세요. 아이 러브 베이스볼"

그녀의 끝인사다. 빠르게 말하면서도 정확한 발음의 그녀의 말은
속도감이 있고 리듬이 있어 듣기에 무척 좋았다. 오늘 마지막 인사도 그랬다.
방송은 끝났지만, 그녀의 눈물이 남긴 여운이 마음에 남아 있다.
야구 선수랑 결혼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났다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나도 수없이 말을 뒤집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의 일을 어찌 안단 말인가!
사랑의 마법에 빠져 버렸으니,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나는 그저 4년 동안 열심히 달려온 그녀의 프로다움이 아름다워 보인다.
애착을 가지고, 치열하게 임하였기에 눈물도 흐르는 것이리라.
눈믈은 마음을 다하여 나를 던진 공동체를 떠날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질 때 흐르는 법이다.
애정과 시간을 주지 않은 일이나 사람과 헤어질 때에는 애틋함도 없다.
김석류 아나운서의 눈물은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낸 열정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열정은 나의 잠을 확 달아나게 만들었고,
잠자리에 들려 했던 나를 컴퓨터 앞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에게 소원한다. 그녀처럼 제발 쫌! 치열하게 살아가기를.
시간과 애정을 다하여 밤이 깊어 갈 무렵에는 너도 기진맥진하기를.
젊은이답게 도전과 실패 그리고 배움이 가득한 하루 하루를 만들어가기를.
그리고, 김석류 아나운서 예비 부부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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