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시간관리의 본질

카잔 2010. 11. 14. 12:09


[주간성찰] 시간관리의 본질

일주일만의 여유다. 지난 한 주간은 분주했다. 월화수 3일 동안의 쏠비치 여행, 금토 이틀 간의 서울 나들이로 일주일이 금새 지났고, 그 사이에 낀 목요일은 친구을 도와 주느라 오전 두어 시간을 썼더니 유일한 업무 날이었던 하루가 훌러덩 지나갔다. 확인하지 못한 메일이 밀린 데다가, 해야 할 자잘한 일들이 쌓여 나를 조금씩 압박한다. 이런 부담감 없이도 결국엔 해낼 텐데, 나의 이런 성정이 얄밉다. 이번 한 주가 의미 있는 것은 마음에 드는 포스팅 몇 개를 올린 것과 사람들과 오롯이 함께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생활은 어떠했나?  독서, 영화, 만남, 여행, 글쓰기, 운동 등 주안점을 두고 있는 활동들을 하나 하나 되돌아보았다. 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까지의 삶에 대한 성찰인 셈이다. 책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책을 읽을 자유』, 『사람풍경』 을 완독했거나 혹은 조금씩 읽어가는 중으로, 꼭 400페이지를 읽었다. 오늘 읽을 분량을 더하면 주간 목표 400페이지를 넘어설 것이다. 김영하를 계속 읽고 싶은데, 아직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이런 저런 연유로 읽어야 할 책들이 나를 기다린다.

영화 보기가 참 쉽지 않지만, 좀 더 노력해야겠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 여유 그리고 배움이 크니까. 유일한 장애물은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인데, 필요한 것이라면 삶의 모양을 바꾸어야 한다. 현실에 나를 맞추지 말자. 사는 방식을 바꾸어 꿈과 이상에 나를 조율하자. 오늘 오후에는 한 편의 영화를 보아야겠다. 집에서 조용히 QOOK TV 영화와 함께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것도 분위기 있을 것이다.

솔개팀(5기 와우팀의 이름)원 한 분이 한국 여행을 왔기에, 그 내외분을 모시고 이틀 간 서울 나들이를 다녔다. 멀리서 오신 귀한 손님이기에 시간을 통째로 내어 많은 시간을 즐겼다. 이번 주에는 강원도 양양 여행, 서울여행 이렇게 두 번의 여행을 진하게 한 셈이다. 다음 주에는 5일 동안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다음 주 여행을 당겨왔다고 생각하련다. 서울여행의 둘째 날 오후에는 여행의 피로감을 느낄 만큼 부지런히 찾아 다녔다. 모두 멋진 곳이었지만 조금 피로하긴 했다. 개인 업무를 밀쳐 두었지만 잘 한 일이었다. 집으로 들어오며, 발맛사지를 받았는데 기분이 좋았다.

글쓰기에 스스로에게 기대한 만큼의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지만, 날마다 노력했다. 이번 주에 올린 포스팅은 모두 두어 시간, 혹은 그 이상을 투자한 글이다. 쓰는 동안 흐뭇했고, 쓰고 나서 뿌듯했다. 4개의 포스팅 모두 어느 정도씩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라는 정성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오늘 독서리뷰 하나를 작성하고 한국리더십센터 웹진 칼럼을 초안 수준으로 완성해 두자.

운동할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쏠비치 아쿠아월드에서 물놀이를 잠깐 한 수준이다. 토요일 저녁에는 피곤함을 잊고 저녁에 밀린 업무를 하기 위해 발맛사지를 받은 정도다. 맛사지는 앞서 언급한 줄 알지만 운동이라고 끌어올 만한 것이 이것 밖에 없었으니 이해해 주시길. 하하하. 이건 분명히 내가 계획한 운동과는 거리가 먼 것인데, 은근슬쩍 타협하고 합리화하고 있네. 그래, 운동을 하지 못했다. 운동에 관해서만큼 이번 주간 성적이 형편 없다. 다음 주에는 예비군 훈련으로 더욱 시간이 없을 텐데, 어쩌나?

창 밖을 본다. 주말은, 한 주간을 정신없이 지내 온 나에게도, 분주했던 테헤란로에게도 여유를 회복하는 날이다. 여유로운 시간이라고 해서 느리게 흐르는 것은 아니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이 시간이 하릴 없이 지나가지 않도록, 나를 돌아보고, 책을 읽고, 다음 주를 계획한다. 주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기도 하고, 가끔씩은 낮잠도 잔다. 지금은 커피 한 잔을 하고 몇 장의 책을 읽으려 한다.

문득, 쏠비치 앞 동해 바다에서 잠시 드러누웠던 기억이 난다. 일어나며 한 손 가득 모래를 움켜 쥐었다. 모래 알갱이는 밀가루만큼 고왔으나 점성이 없어 내 손가락 사이 사이를 빠져 흘러나왔다. 주먹 안에 모래가 가득하여 장갑 낀 손처럼 부풀어올랐던 내 주먹은, 금새 모래가 빠져나가며 본래의 크기 대로 돌아왔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한 줌의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금새 어디론가 흘러가 버린다. 이 글을 쓰는 동안도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이 많다고, 그래서 지루하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언젠가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이유로 한탄할 것이다. 지루한 세월에 대한 한탄과는 담 쌓고 사는 이들은 시간의 축복에 감탄하며 산다. 24시간이라는 선물에 감사해 하며 오늘 여기를 산다. 언젠가 거기에 대한 망상은 접고, 오늘이야말로 꿈으로 가는 징검다리임을 알고 삶의 축복에 감탄하며 산다. 잠시 뒷산에 올라 고운 단풍에 감탄하기도 한다.

눈이 피곤하여 잠시 감았다가 떴다. 그 사이에도 시간이 흘렀다. 시간의 진공이 없다는 것은 生의 이치다.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죽음만이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간관리의 본질은 자신을 경영하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경영하며 의미와 성취, 행복과 성공을 건져 올리는 것이 시간관리다.

시간관리는 세속적인 주제도 아니고, 비즈니스맨들에게만 필요한 기술도 아니다. 시간관리는 인생이라는 학문의 전공 필수 과목이다. 나는 잠시 시간내어 전공 필수 과목을 연마하기 위해 '나'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한 것이다. 시간은 지금도 흐른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주는 교훈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채로 살면, 우리는 점점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초조해지고 절박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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