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동생에게] 여행 권유

카잔 2011. 1. 5. 09:58

 

동생에게 새해 인사 메일을 보냈더니 회신이 왔네요. 20대 초반인데, 요즘 자기 꿈을 향한 노력이 시들해지고 나태해져서 고민이라는 내용입니다. 저라고 뾰족한 해결책은 없었지요. 그래도 고민하여 오늘 아침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혹, 동생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전해 지기를 바라며...



준희야, 형아다. 

보내 준 메일 잘 읽었다. 준희야, 네가 자기합리화를 하며 점점 나태해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음은 훌륭한 점이다. 막상 하려면 하기 싫고, 이러다간 죽도 밥도 될 것 같다고 표현한 것도 진솔한 말이네. 옳은 말을 하고 있어서 반가웠다. 형아가 어떤 조언을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이 열려 있음을 느꼈다.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란 누구나 힘든 것 같구나. 형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지난 해에는 책을 못 냈네.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지. 형은 종종 예전과 똑같이 행동하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원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다르게 행동해야 결과가 달라질 텐데 말이다. 힘든 과정을 넘어서 자기 꿈을 이룬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변화라는 힘듦 과정을 지나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형에게 하는 엄살만은 아닌 것 같아) 내 생각을 조금 전하려고 한다. 괜찮지? 준희야, 무엇보다 마음부터 다잡아야 한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으니 말이다. 지금 네가 보내고 있는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젊음의 날들이다. 형처럼 서른이 넘은 이들이나 (혹은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이들은) 젊음의 그 날들을 종종 그리워한단다.

 

좀 더 열심히 공부 못 한 걸 아쉬워하기도 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지는 젊음의 에너지를 부러워도 하고, 나의 여인을 더 열정적으로 사랑하지 못한 자신을 타박하기도 한다. 작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전국 산천을 여행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이런 감정들은 '현재의 내'가 싫어서 넋두리를 늘어놓거나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아름다운 그 시절을 힘껏 살아내지 못한 것을 상기하며 오늘을 더욱 잘 살자고 다짐하는 것이란다.)

 

형은 올해 무전여행을 다녀 오려고 한다. (이것으로 이벤트도 기획해 두었다.) 9 10일이든 14 15일이든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한민국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최소한의 비용이라 함은 식비, 교통비, 숙박비를 포함하여 하루 1만원~1 5천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필요하면 여정 중에 돈을 벌며 여행을 이어갈 생각이다. 무전여행은 더 늦기 전에 해 보고 싶은 일이었다사실 20대에 무전여행을 떠나보지 못한 게 아쉽다.


어쩌면 그 나이에 가장 어울리는 여행 스타일이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10대에는 친구들과 텐트를 짊어 지고 바다로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고 20대에는 가벼운 주머니로 훌쩍 배낭 여행을 떠나고 말야. (형은 유럽은 못 갔지만 중국에 다녀왔지.) 30대가 되면,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다. (다들 가정이 있고, 직장이 있으니) 떠난다고 해도 그저 편안히 리조트로 떠나려고 하지, 텐트를 메고 가는 녀석은 거의 없다지금 하면 가장 좋은 일들을 하며, 혹은 훗날에는 못하는 일들을 하며 살 때, 인생은 더욱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워진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시기를 놓쳐도 상관없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주관적인 인생 시간표가 있는 거니까.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너에게 여행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까닭은 1 2일이라도 홀로 여행을 다녀오기를 권하고 싶어서다. 형아가 메일의 시작에서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 여행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마음을 다잡는 데에 도움이 될 게다. 환경은 중요하다. 좋은 학벌, 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다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돕는 환경에 거할 때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좁은 벽에 둘러싸여서는 세상을 품기보다는 자괴감에 빠지기가 쉽다.
물론 신영복 선생처럼 마음의 힘이 강한 분은 감옥에서도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시지만, 우리네 일반인들은 종종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으면 새로운 기운과 미래의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여행 중의 길 위에서 네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면 새로운 힘을 얻을지도 모르잖우.

 

여행에 대해 중요한 사항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구나. 여행은 돈 문제가 아님을 명심하거라. 형은 2010년도에 여러 곳을 다녀왔다. (춘천, 영주, 제천, 단양, 속초, 강릉, 장성, 안동 & 그리스, 터키, 베트남) 2009년에 비해 수입이 줄었지만, 그래도 다녀왔다. 형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모두 형만큼 많은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아니란다. 여행은 돈 문제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어디에 돈을 쓰느냐가 관건이다. 돈을 어디에 쓰느냐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타낸다.

 

형은 할부로 나가는 돈이 없다. 자동차도 없고, 오디오도 없고, TV도 없으니까. 집 안에 가전제품을 들이는 대신 여행을 떠나는 삶을 선택했다. 집 월세가 내 형편에 비하면 비싼 편인데 이것마저 줄이면 더 많이 떠날 수 있겠지. 이렇게 살아가는 형을,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생각이 짧다고 하는 이들도 있을게다. 하지만, 형은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기다운 삶을 방해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사고의 틀에 갇혀 있는 자기 자신이다.

 

준희야! 기억해 두거라. 제대로 사는 것은 기분 좋게 살아가는 것이다. (Happy!) 더 나은 삶은 기분 좋음을 누군가와 함께 누리는 것이다. (Happy Together!) 최고의 삶은 기분 좋음을 누군가와 함께 ‘오늘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지속적으로 누리는 것이다. (Happy Together Forever!)

 

기분 좋게 살아야, 누군가를 만나서 일이 힘들어 죽겠다고 몸이 아프다고 누군가가 보기싫다고 넋두리를 하는 대신, 나의 기분 좋음을 전할 수 있다. 이는 함께 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상의 실천이다. 기분 좋아지도록 시간을 경영하렴. 하지만, 나의 기분좋음만으로는 종종 허전함이 느껴질 게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항상 남들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고 친절을 베풀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기면 힘써 도와야 한다. 이렇게 남을 돕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단다.

 

이제 다시 이야기의 본론으로 가자. 여행을 다녀 오거라. 1 2일이면 비용은 3만원이면 되겠네. 하하. 농담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동기부여가 안 된 이에게 권할 순 없지. 10만원을 네 계좌로 보냈으니 보태어 다녀 오시게. 혹 갈 만한 곳을 찾는다면 울진에 있는 망양정을 추천한다. 관동8경 중의 하나로 바다가 보이는 동산 위의 정자에서 겨울의 청냉한 하늘을 바라보고 끝없는 동해를 바라볼 수 있다.

 

여행은 함께 하는 이가 있으면 더욱 즐겁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기 위한 여행은 홀로 떠나는 것도 괜찮다. 이번에는 홀로 다녀 오길 권한다. ^^ 혼자 떠나면 지겨울 수 있지만, 1 2일 정도는 괜찮을 게다. 혹 홀로 떠난 여행이 매우 좋아서, 하루 더 머물고 싶다면 형에게 연락 다오. 만사를 제쳐 두고 너에게 날아갈 테니.

 

사랑한다. 준희.
 

너를 신뢰하는 형아가.



망양정 [출처 : http://cafe.naver.com/sson3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