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앞서거니 뒤서거니

카잔 2011. 1. 10. 17:16

1. 나는 체력이 좋다. 10대부터 그랬다. 타고난 것인지, 초중고 내내 운동을 즐겨서 단련된 것인지 모르지만, 체력이 좋다는 것은 분명하다. 33살이었을 때, 나는 10km를 달렸다. 달리기를 위해 사전 운동을 하지도 않았다. 수개월 동안 달린 것이라곤 약속 시간이 빠듯하여 지하철역으로 후다닥 뛰어 간 것을 제외하면 없다. 그럼에도 나는 53분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10km를 골인했다.

녀석은 나보다 체력이 약하다. 10대 시절, 농구 두 경기를 뛰고 나서 이제 좀 본격적으로 뛰어볼까, 하고 생각할라치면, 녀석은 피곤하다며 이제 그만하자고 한다. 그를 쫌생이 같다고 생각했다. 남자답지 못한 째째함이라고도 치부했다. 운동을 시작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다른 체력의 10대 청소년이었다. 체력으로는 그를 앞섰던 시절이다.

나는 체력에 자만했고, 그는 매사에 건강을 중시했다. 나는 과식했고, 폭음했고,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 그는 소식했고, 술과 담배를 멀리했으며, 건강을 돌보느라 정기적으로 병원을 드나들기도 했다. 오랜 시절 동안, 우리는 자신의 생활 방식을 고수했다. 20대의 어느 순간, 그는 무척 활기에 넘치는 건강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피곤에 찌든 여느 직장인과는 달랐다. 나보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다.  
앞서 있다고 자만하지 말 일이고,
뒤에 섰다고 실망하지 말 일이다.

2. P와 L은 고교시절 부터 선의의 경쟁자였다. 실력은 L이 한 수 위였다. 프로 무대에서 먼저 빛을 발한 것도 L 이었다. 하지만, P의 타고난 성실함과 치열한 자기관리 덕분에 지금은 P의 이름이 더욱 빛난다. L은 인터뷰에서 P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선수다. 맨유에서 정말 잘하고 있다. 감동적이다."

눈치 챘을 게다. P는 박지성이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을 선발했을 때에만 해도 그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지금은? 박.지.성. 이름 만으로도 신뢰감이 들 정도다. L 은 이천수다. 이천수와 박지성도 뒤서거니 앞서거니 했다. 이천수가 다시 한 번 앞서 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프로의 세계요, 세상의 이치니까. 다만, 꿈을 위한 댓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3. S는 저자다. 하지만 실력이 없는 데다, 게으른 저자다. 그래도 매년 그를 주목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 인생의 이치니까. 매년 그가 지난 해보다 나아졌는지 기대하며 책을 읽지만, 매년 실망한다. S를 통해, 뒤선 자가 앞서게 되는 것은 그저 시간이 주는 선물이 아님을 깨닫는다. 원대한 비전과 치열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올해도 난 그의 책을 읽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매년 책을 출간한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는다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어제의 그'가 아니라, '오늘의 그'로 바라보아야 한다. 어제로부터 도약한 것이 없는지, 있다면 도약의 폭이 어떠한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리더, 훌륭한 코치가 될 수 있는 법이다.

4. '앞서거니 뒤서거니'가 우리네 삶의 모습이긴 하지만, 절대 진리는 아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는 같은 방향으로 나가면서 앞에 서기도 하고 뒤에 서기도 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이다. 개인이 만약 자기 길을 찾았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방향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자기 길을 가면, 자연스레 다른 이들에게 그의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는 제3자가 보았을 때의 모양이지, 자신이 스스로를 누군가와 비교할 때 쓰여서는 안 되는 말이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오늘 힘써 나아가야 할 자신의 길에 게으르게 된다.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가꿔가면 된다. 비교는 무의미하다. '어제의 나'를 넘어서려는 자기와의 아름다운 경주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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