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이대호가 멋있는 3가지 이유

카잔 2011. 1. 12. 10:41

"정말 힘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2010년 프로야구의 MVP에 빛나는 이대호가 연봉조정 신청을 하고 나서 한 말이다. 이대호가 누구던가? 지난 해, 세계 최초로 9경기 연속 홈런을 쳤던 사나이 아닌가. 하지만 이것은 경이로운 기록이긴 하나 팀 성적과는 무관할 수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팀 공헌도다. 이대호가 대단한 것은 이 점에서 더욱 빛난다는 것!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타격 7관왕을 했다. 당연히 타점도 1위니까 팀 공헌도 역시 최고다. 그야말로 슈퍼스타다. 
 


이에 화답(?)하여, 구단(롯데 자이언츠)은 "이승엽과 같은 대우를 해주기로 했다"며 이대호의 2011년 연봉으로 6억 3천만원을 제시했다. (이승엽은 2003년 삼성과 연봉 6억 3천만원에 재계약하여 프로 9년차 역대 최고연봉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이대호는 "7억원 밑으로는 사인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히며 연봉조정 신청을 한 것이다. 자부심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연봉조정 신청이란 게, 과일 가게에서 웃으면서 "에이 아주머니 사과 하나만 더 얹어 주세요"라고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는 차원이 아니다. 구단과 선수에게 매우 조심스럽고,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연봉협상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회사에 다닐 적 일이다. 어느 해, 회사는 그해 최대 연봉인상률 폭을 15%라고 못 박았다. 직원들은 '넘지 말아야만 할 것 같은 그 선'을 감안하여 자신의 연봉협상에 들어갔다. 나는 어땠냐고?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에서, 그것도 실적으로 평가받는 영업부서에서 그게 말이 되냐고 분노했다. 두 가지 마음이 갈등했다. 지난 해 나의 성과를 제출하며 30% 인상을 요구하려는 마음 vs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나는 용기를 냈을까? 안전 지향적으로 대열에 합류했을까?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그 이후 회사 생활을 1년 더 했다는 것! 하하.)


요컨대, 이대호의 연봉조정 신청이 쉽지 않은 결정이란 말이다. 이런 일이 어디 이대호 뿐이겠는가. 우리 가슴 속에는 연봉협상 시즌 때마다 조직에게 못다한 말이 있지 않은가. 원래부터 세상은 과소평가가 만연한 곳인지도 모른다. 2,500년 전 공자도 제자들과 함께 노나라를 떠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여러 나라의 제후들을 만나 자신의 인(仁)과 예(禮)에 기반한 자신의 사상을 설파했지만, 제후들은 공자를 등용하지는 않는다. 결국 13년 간의 여행을 마치고 노나라로 돌아와 교육과 저술에 전념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논어』 학이편의 이 구절은 공자의 삶, 다시 말해 자신의 학문을 현실 정치 속에서 펼치지 못했던 그 여행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대호에게 공자 말씀을 전하며 참으라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저 말씀은 개인의 수양 차원에서 필요한 말이다. 사회 구조적인 부조리에는 오히려 의롭게 분노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야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받는 사회에서는 마냥 참아서는 안 될 때도 있다. 

공자의 저 말씀이 필요한 이들은 자기성찰에 게으른 사람들이다. 왜 나를 몰라주지? 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아 줄 만한 능력도, 성실함도 없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에게 공자의 원투 펀치를 전하고 싶다. One punch는 이미 말했고, Two punch는 학이편의 마지막 구절이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구구절절 공자 말씀을 인용한 것은 이대호의 용기를 악용하는 이들이 있을까봐 염려해서다. 부디, 이대호의 치열한 연습량과 프로 정신부터 벤치마킹하시기를!

이대호가 멋있는 3가지 이유

자, 이제 이대호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나는 3가지 이유로 이대호를 높이 평가한다.

1)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연봉조정 신청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처럼 연봉조정 신청을 고민하던 후배 강민호에게는 "아직 연차도 어리고 금액차도 크지 않은 데다 개인 이미지에도 해가 될 수 있으니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을 막연히 이상적으로만 본 게 아니라, 힘들고 조심스러운 사안임을 알면서도 용기를 낸 것이다. 이대호는 한 인터뷰에서 "나도 더 어리거나 했다면 구단 입장을 고려해 조정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난 이제 해도 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동료들도 나를 응원해 줄 것"이라고 했다.

2) 그는 자신의 본업을 기억하며 무엇에 충실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대호는 연봉조정 신청을 한 1월 11일에도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연봉 조정과는 별개로 자신이 해야 할 훈련에 임한 것이다. 그의 머릿 속에는 연봉협상 타결이라는 당장의 사안도 들어 있겠지만, 2012년 시즌에 대한 비전도 들어 있을 것이다. 자신이 프로 야구 선수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훈련에 임하는 성실을 잃지 않았다. 다음 기사를 보라. "그는 당초 연봉 협상을 조기 마무리한 뒤 15일 사이판으로 건너가는 투수·포수조와 함께 출발해 다른 야수들보다 5일이라도 빨리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다."

3) 이대호 선수 아내 역시 남편을 훌륭히 도운 듯하다. (이건 그의 아내 이야기지만, 부부는 하나라는 관점으로 이대호의 멋진 이유에 넣었다.) 아내는 연봉조정 신청을 말렸다고 한다. 이대호 선수의 말을 들어 보자. "아내도 처음부터 말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신청했다고 하니까 되레 힘을 주더라." 과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그의 아내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자신의 생각을 남편에게 조심스레 전했으리라. 남편의 합리적인 판단을 도우려는 의도였으리라. 이것은 남편이 최종 결정을 하기 전까지의 노력이었고,  남편의 결정 후에는 이대호의 결정을 존중하고 오히려 힘을 실어 주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어떤 말을 했을까?

협상의 결말이 궁금하다


협상이 어떻게 종결될지 궁금하다. 배재후 단장은 "추가 협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선수 요구액(7억원)을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단정했단다. 구단 측의 주장은 억측이다. 이승엽과 같은 조건의 협상이란 말은, 그간의 시대 흐름을 고려하지 못한 '그저 듣기 좋은 말'로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발빠른 기자는 이승엽 당시와 지금의 물가 상승률을 비교한 기사를 썼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환산기준으로 잡을 때 2003년의 화폐가치는 2009년의 1.201배다. 따라서 2003년에 이승엽이 받았던 6억3천만원은 2009년에는 7억5천663만원의 가치를 지니고 작년의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조금 더 많은 금액이다. 거꾸로 환산할 때 2009년 6억3천만원은 2003년 돈으로는 0.833배가 되면서 5억2천479만원으로 쪼그라든다."

"롯데는 연봉액을 제시하면서 개인과 구단의 성적, 프로야구 연봉시장의 규모, 동료가 이대호의 연봉인상에서 느낄 상대적 박탈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이대호 선수의 연봉조정 신청을 보며, (그의 용기있음에) 환영하고 (나도 용기를 발휘하고 싶어) 흥분하고 (용기를 낸 도전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용기를 내기에 앞서 '최고의 선수'가 된 이대호 선수의 프로다움이 멋지기도 하다. 롯데 팬들은 10억이라도 주고 싶을 것이다. 최고 연봉액을 받는 최고 실력의 선수가 우리 팀(내가 응원하는 팀)이라는 사실은 팬의 자부심이기도 하니까! 문득, 스타 플레이어가 드물다고 농구계를 걱정하는 허재 감독의 표정이 떠오른다. 스타는 선수들의 치열한 노력으로 탄생하는 것이지만, 구단의 지원이 그 스타를 더욱 빛내 줄 수 있음을 롯데 자이언츠는 모르는 것인가!

[관련기사]
스포츠 동아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아내는 말렸지만... 때가 됐다>
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이대호 연봉, 물가에 비춰보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