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이제는 친구가 된 녀석

카잔 2011. 3. 13. 13:19


식사를 하러 다녀 오는 길에 저는 사람보다 개들을 더 많이 만납니다. 어쩌면, 지난 월요일부터 금요일 저녁에 친구가 저희 집으로 놀러 오기 전까지는 사람들과의 대화보다 개들과의 대화가 더 많았는지도 모릅니다. 정신 나간 사람이 자기 속사람과의 대화에 몰입하듯 개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닙니다. 고작해야 "안녕? 개야" 정도입니다. 이 정도의 대화도 처음에 비하면 매우 진보한 것입니다. 어이구, 개XX야, 라는 식의 욕은 사라졌으니까요.

한번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몇 마리의 개가 있는지 헤아려 보았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여덟!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만나는 집주인이 키우는 개까지 모두 여덟 마리나 됩니다. 여덟 마리의 개들이 제가 지나갈 때 마다 짖어 대니 욕을 하는 것도 제 성질이 나쁜 탓만은 아닐 겁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지나다니는 길 바로 곁에 매여 있는, 저를 미친 놈 쳐다 보듯 바라보며 짖던 그 개가 참 얄밉습니다. 개껌을 사 주어야겠다고 했던 놈 말입니다.

개껌을 구하지 못해, 지난 목요일에는 들고 오던 두부과자 하나를 주려고 녀석에게 다가갔습니다. 뭔가 주려는 것을 알았던지 짖던 일을 멈추고 꼬리를 슬쩍 흔듭니다. 이것 역시 고마운 일입니다. 처음에는 한 발짝 다가서면 으르렁대던 녀석인데, 조금씩 친해지는 것 같아 아니 나를 조금씩 익혀가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많이 다가서지는 못해, 휙~ 하고 과자를 던졌습니다. 킁킁대더니 낼름 입 속에 넣었습니다. '잘 됐다!' 앞으로 좀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려던 찰나, 이 놈이 컥, 하고 과자를 뱉어내었습니다.

녀석은 흥미를 잃은 듯 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과자에는 관심이 없네요. 개 주인이 싫어할지도 몰라 과자를 치우려고 손을 뻗었는데, 갑자기 녀석이 으르렁대며 제 손을 물려고 달려 들었습니다. 두부과자를 집은 제 손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물렸을지도 모릅니다. 손등에 녀석 이빨이 '스친' 자국과 침이 묻었을 만큼 긴박했던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뭘 뺏어가려고 생각했나 봅니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바보 같은 놈! 다시 욕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금요일이 되었습니다. 집을 나서면 녀석을 지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별 신경을 다 쓴다 싶은데, 테헤란로 직장인들이 밥을 먹으러 가며, 오늘 날씨 좋~네 혹은 낮부터 차가 막히네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을 별 생각없이 말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자극이 없으니 그 놈의 짖어댐이 신경쓰이는 거지요. 오잉? 제가 지나가는데도 녀석이 짖지를 않네요. 왠일인가 싶어 봤더니, 밥 먹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밥 먹느라 짖기를 멈춘 것인지(그렇다면 정말 바보 같은 녀석입니다), 친해져서 이젠 안 짖기로 한 것인지(그러면 고마운 일입니다) 지금으로선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조용히 지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젯 밤에는 귀가길에 우유를 사서 왔습니다. 녀석이 짖지 않아 매우 기특했습니다. 바닥에 우유를 흘려 주었더니 맛나게 먹더군요. 바닥이 개집 반대 방향으로 내리 경사가 져서 개가 모두 핥기도 전에 흘러가 버렸습니다. 한 번 더 부어 주었는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친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안녕! 잘 자. 내일 또 올께." 드디어 오늘!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녀석이 처음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를 반겨 준 첫 날입니다. ^^

오늘은 식사를 하러 갈 때에도, 돌아올 때에도 녀석은 짖지 않았습니다. 나를 사람 쳐다 보듯 바라봐 주었습니다. 오후에는 외출이 아니라, 녀석을 만나기 위해 잠시 나가보기도 했습니다. 손에는 막대 소시지 하나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안 짖으면 줘야지~' 하고 다가갔습니다. 녀석은 소시지를 받아먹을 정도로는 제 마음을 알았나 봅니다. 손을 뻗어 입에 물려 주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초기에 성급히 다가섰다가 갑자기 으렁거려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거든요.

잠시 후, 저녁 식사를 위해 나갔더니 소시지가 없습니다. 먹었나 싶어 막대를 찾아 보아도 보이지 않네요. 봤더니 경사진 바닥 때문에 개집에 메인 녀석이 접근할 수 없는 지점으로 소시지가 굴러가 있더군요. 주워서 다시 가까이 던져 주었습니다. 그러고서 밥을 먹고 왔더니 나를 매우 반겨 주었습니다. 나도 반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소시지는 또 저 멀리 굴러가 있어서 이번에는 막대를 빼내어 소시지를 집 가까이 던져 주었습니다. 덥썩 주워 먹는 걸 보고 돌아왔습니다.

13일에 쓰던 글을 일주일이 지난 오늘 다시 이어 씁니다. 이후, 우리는 매우 친밀해졌습니다. 녀석은 이제 짖기는 커녕, 제가 가면 꼬리를 흔들며 반겨 줍니다. 나는 다가가서 녀석의 목덜미와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녀석이 썩 깨끗하지는 않기에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만 쓰다듬어 주지요. 얼른 손을 닦을 수 있으니까요. 이틀 전에는 육포를 좀 떼어 주었더니 무지 좋아하더군요. 내가 좋아하는 감자칩이나 소보루 빵을 갖다 주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기쁜 반응이었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주고 있는지, 내게 편한 것을 주며 섬김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8마리 중에 가장 귀여운 녀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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