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넘어서고픈 나의 기질적 특성

카잔 2011. 4. 13. 17:57

2011년 5월부터 '유니크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합니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1인 기업가의 연대를 위한 사업입니다. 5~6명의 와우 연구원들과 시작할 듯 합니다. 오늘(4월 12일) 저는 14명의 와우 연구원들 앞에서 비즈니스 설명회를 했습니다. 리더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보여 주는 차원도 있고, 각자의 인생 설계에서 '유니크컨설팅'과 주고 받을 수 있는 호혜적 관계를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도 싶었습니다. 아래 글은 비즈니스 설명회를 다녀오며 쓴 단상(이지만 조금 긴 생각들)입니다. 조만간 제가 꿈꾸는 사업에 대한 소개글을 올리기도 하겠지요. ^^
 
불편함! 이것이 비즈니스 설명회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의 심정이었다. 나는 마음이 평온하지 않았다. 집이 아닌 호텔에서 묵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공간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설명회를 망친 것도 아니다. 재밌게 진행하진 못했지만 나의 마음과 열정을 전했다. 멋드러진 설명회는 아니었지만 내가 무얼 하려는지에 대한 상황은 전한 것이다. 등떠밀려 시작한 일도 아니다. 나는 이번 사업에 동기부여가 되어있고, 헌신할 준비도 끝났다. 그러면 뭘까? 불편함은 어디서 온 것일까?

확신있게 말하는 것의 어려움

나는 설명회에서 확신에 찬 것처럼 말하려고 애썼다. 함께 비즈니스를 하게 될 사람이, 그것도 선두에 서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사람이 "글쎄요. 그건 해 봐야 알지요" 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인생길에 대해서는 확신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전할 때도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못 한다. 미래의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가 확신하는 것은 하나의 사실 뿐이다. 어떤 힘겨움이 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도, 때로는 넘어져도 나는 다시 일어 서리라는 것!

나는 쉽게 결론을 내리거나 확신 있게 결정하지 못한다. 항상 모든 사항을 고려하려는 성향 때문이다. 약점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강점은 인생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인생길을 걷는 이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사실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받아들인다는 말은 '불확실성과의 동행'을 의미한다. 이것이 인생에 대한 지혜요, 겸손이다.

인생살이의 본질 중 하나는 우리네 삶의 여정이 불확실성 투성이라는 점이다. 자기 길을 찾으려는 사람에게, 비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불확실성이나 실패와 동행할 수 있는 힘을 키우세요"라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동행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원한다. 확실성 찾기는 지식을 추구할 때 필요한 자세다. 인생길을 걷는 우리에게는, 거듭 말하지만, 불확실성과 동행하는 힘이 필요하다.

설명회에서 나는, 리더로서의 비전을 향한 확신과 인생길을 걷는 여행자로서의 겸손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꽤나 확신하는 일에서도 "물론 아닐 수도 있지요"라고 말하는 편이다. 나의 의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려는태도인가 싶어 내 마음을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 아니었다. 내 발언에 대해 책임질 마음은 있다. 다만, 내일의 일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감의 부족도 아니고, 비관주의도 아니다. 나는 불확실성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이라 생각하며 그것을 온 몸으로 맞으며 걸어간다. 자신감과 명랑함의 부족은 불확실성 앞에서 주저할 때 찾아오는 것들이다. 어떤 이는 나를 용기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에는 불확실한 것들이 가득하고, 계획은 틀어지기 쉽고, 가끔씩 전혀 예상 못한 일이 터지기도 하니까. 그런데도 인생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 길은 하나 뿐이다. 불확실성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길!

불확실성과 함께 동행하려고 애쓰다 보니, 설명회에서 비즈니스에 대해 확신있게 말하려던 것이 힘겨웠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잘 알고 헌신할 준비까자 마쳐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성향 때문이다. 나에 대한 믿음의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나름의 식견을 지닌 것으라 여겨주기를 바래본다. 하지만, 비즈니스 리더로서 결정해야 할 때에는 단호하게 결정하고, 내가 내딛어야 할 걸음에 대해서는 확신있게 전진할 것이다. 나는 나를 넘어서고 싶다.


이제 좀 알리세요!

설명회 이튿 날, 비즈니스 설명회에 참석했던 와우 연구원을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 주제가 설명회로 이어졌다. 노트북이 켜져 있던 터라, 나는 설명회 때 보여주지 못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보며 몇 가지 설명을 보탰다. 키노트(애플 사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로 만든 발표 자료였는데, 맥북 전용 젠더를 챙겨가지 않아 참석한 분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자료다. 내가 정성껏 준비했다고 생각했던지, 그는 "이걸 왜 안 보여주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렇지? 나도 아쉬워."

"이제 좀 팀장님도 알리고 그러세요." 이 말을 통해 설명회 후에 느꼈던 불편한 마음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알린 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물론 나는 나를 드러내는 일에 거부감이 크지 않다. 글을 쓰는 것 자체도 자기 노출이다. 그것에 익숙한 나는 일상을 진솔하게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일부를 드러낼 뿐이다. 일부라도 '드러내는' 까닭은 쓰는 이와 읽는 이의 교류에 진솔함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내게도 드러내기 힘든 것들이 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대목'이 그렇다. 블로그에는 나의 일상이 들어 있다. 그럭저럭 내 자랑도 있고, 이런저런 나의 실수도 담는다. 하지만, 진짜 자랑하고 싶은 것들은 없다. 이를 테면, 어느 케이블 방송사에서 녹화한 방송 강연, 여러 매체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그리고 강연 후 고객사로부터 받은 높은 점수의 피드백, 독자가 보내 준 매우 기분 좋은 메일 등은 모두 블로그 포스팅의 제외 대상이다. 숨기려는 것도 아니고 겸손해서도 아니다. 그저 민망해서다.

그러던 내가 설명회에서 내 입으로 고객사로부터 받은 재강연 요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강연 평가가 좋았다는 자랑을 한 게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걸 왜 이야기했을까, 하는 생각과 약간의 괴로움이 든다. 어떤 이는 그런 이야기를 통해 확신을 더하거나 결정하는 데에 도움을 얻기도 함을 알면서도 실행하기란 참 힘든 일이다. 겸손해서 그렇다, 고 말씀하신 분도 계시지만, 겸손이라기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어떠한 힘에 내가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나는 왜, 잘 하고 있는 부분을 유난히 드러내지 못하는 걸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닐까? 사실보다 부풀려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종종 그런다. 서른 살을 넘기면서 그런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럼 왜 그럴까? 내게는 완벽에 대한 집착이 있어 '아직 나는 부족해'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이것 때문일까?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부담스러운 걸까? 명성을 얻고 싶은데 이런 부담들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올해부터, 혹은 올해에는 내가 하는 일을 자주 알리며 지내려고 한다. 나의 일을 소개한 명함도 만들고, 누군가를 찾아가서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도 해 보려 한다. 지금까지는 누군가가 무슨 일을 하며 사냐고 물으면, 강연과 작은 학습 커뮤니티 하나를 하며 삽니다, 라고 소개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다르게 말해야겠다. '와우스토리연구소'라는 조직에서 자기다움과 인생 경영에 대해 연구한다고. 새로 시작한 사업, 유니크컨설팅에 대해서도 짧게 소개해야지.

설명회 때 준비한 키노트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않은 데에는 내면 속에 이런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파워포인트라는 것이 실제 내가 준비한 것보다 뭔가 더 잘 준비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사실 잘 보이기 위해 준비하긴 했지만, 그건 준비한 '만큼'이지 준비한 것보다 '더는' 아니었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이고 싶다. 몇 시간 동안 준비한 자료였지만,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 않은 까닭이다. 결정적으로 젠더를 준비하지 못한 내 불찰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건강한 자책을 하기보다는 더욱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전의 내 모습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내가 갖지 못한 가치까지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고, 서로 상반된 가치를 모두 내 것으로 만들어 균형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글을 쓰지 않고 마치 내가 이미 그런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 나는 말을 줄이고 행동하기에 힘쓸 것이다. 하지만, 진솔함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을 순 없다. 언젠가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리더가 된다면, 오늘 같은 고민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주저했던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길. 그러니, 기억하자.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어제의 나를 넘어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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