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일상 속에서 만난 단상들

카잔 2012. 1. 15. 00:17

1.
12일. 점심을 먹고 글을 하나 써서 포스팅했다. 정오 무렵부터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오후 2시가 가까워지면서 팔다리가 뻐근하고 묵직해졌다. 늘 마시던 와인이 바뀌어서 그런가, 하며 오침을 청했다. 자리에 누웠는데 몸이 으스스하다.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느 때 같으면 20분이면 일어나는 오침인데, 4시간 동안 잠을 잤다. 저녁 무렵 눈을 떴다. 이곳저곳 몸이 쑤셨다. 내일 8시간 동안 강연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순자』의 한 구절이 절절히 다가온다.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
아! 아프지 않고, 마감기한에 촉박하지 않고, 불안한 일이 없는 일상의 평온함이여!
아픔이 지나가고, 여유가 오고, 마음이 평온하면 그저 감사하고 행복함을 만끽해야지.

2.
13일 아침, 몸이 무거웠다.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9시간이나 잠을 잤지만 소용 없었다. 조금만 더, 를 반복하며 누워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허겁지겁 강연 준비물을 챙겼다. 강연장은 불광동, 차를 몰아서 갔다. 두 가지에 의존해야 하는 날이었다. 나의 체력과 일을 할 때의 몰입감. 나의 체력은 8시간을 잘 버텨 주었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몸은 아팠지만, 정신은 즐거웠다. 

어떤 경험이든, 우리에게 유익과 가르침을 줄 것이다. 나는 10대 때 신나게 운동했다. 그것이 내게 좋은 체력을 안겨다 주었다. 삶을 아무렇게나 살아도 좋다는 건 아니다. 보다 진한 유익을 주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찾으려는 노력이 그렇다. 나는 직업적인 면에서 나를 찾았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강연을 할 때에도 내게 힘을 준다. 열심히 경청해 준 한동 학생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내 인생이 고마웠다.

3. 
이틀 연속 푸욱 잠을 잤더니 14일에는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신체적인 회복 탄력성이 높다는 사실이 내 나이에 대한 감사함을 상기시켰다. 열살 쯤 더 나이들면, 정신적인 성숙으로 인해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진 컨디션으로 화성시에 소재한 청호인재개발원에 다녀왔다. 한국가스공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있었다. 나는 청호인재개발원 정문을 30m 앞에 두고서야 수년 전에 이곳을 다녀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에 가면, 내가 언제, 무슨 강연으로 왔었는지 찾아보리라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가장 만족스럽게 강연을 진행했다. 아주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언제 그 곳에 갔었는지 찾아보았다. 무슨 주제로, 어떤 회사를 대상으로 한 강연인지를 금방 알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하지만, 포기해야 했다. 내가 정확히 일년 전에 모든 자료를 상실했음을, 순간적으로 잊었던 거다. 이것은 좋은 징조다. 순간적으로 잊다니,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이 잊게 되길 바란다. 세월은 강하다. 아주 큰 상실의 절망감보다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