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착각들

카잔 2012. 2. 3. 10:56

1.
오랫동안 양준혁 선수를 좋아해 왔다. 그가 삼성에서 LG로 이적당할 때 열받았고, 그가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기뻐했다.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기를 염원했고 그가 은퇴할 때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가 없는 프로야구가 아쉽다. 그리고 그립다. 야구장에서 빠라빠빠빰 위풍당당, 빠라빠빠빰 양준혁! 을 신나게 외쳐대던 때가.


왠지 양준혁 선수를 만나면 그도 나를 반가워할 것 것만 같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른다. (놀랍게도 그는 내가 다녔던 회사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난 외근 중이었던가 퇴사한 이후였던가 그랬다). 어쩌다 나는 그가 나를 반가워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연예인이 마치 지인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 말이다. 
 


2.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 『불안』,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등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글짓는 실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라고 생각했다. 나는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찰스 핸디, 말콤 글래드웰을 아주 좋아한다. 아! 그들처럼 쓰고 싶다. 물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알랭 드 보통은 프랑스어로 쓰는 작가 아니냐고 질문할 분이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랬다. 그는 영어로 글을 쓴다. 그것도 아주 멋진 문장을 써 낸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 출신이고 지금은 런던에서 거주하는 작가다. 나는 왜 그가 프랑스어로 글을 쓴다고 착각했을까?

3. 
저 훌륭한 작가들과 비슷하게라도 글을 쓰려면, 한 달에 백여 권의 책을 훑는다는 알랭 드 보통처럼 책을 읽거나 말콤 글래드웰처럼 치밀하게 조사하고 탐구하거나 찰스 핸디처럼 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통찰력을 키워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왜 대가를 치를 생각은 하지 않고 꿈만 꾸는 걸까?


"우리는 어둠 없는 빛을 원하며 겨울의 고난 없이 봄의 영광을 원한다. 그런 파우스트적인 거래는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지 못한다." 파커 파머의 말에 깊이 감동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파우스트처럼 굴고 있다. 왜 나는, 오늘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일이면 왠지 뭔가 이루질 거라고 착각하고 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