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클래식 공연보다 소시 콘서트!

카잔 2012. 5. 21. 21:31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를 아시는지요? 매월 둘째 목요일 오전 11시, 첼리스트 송영훈의 해설과 함께 진행되는 클래식 콘서트입니다.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명곡 위주의 선곡, 전문가의 해설, 그리고 착한 입장료 덕분에 인기가 높은 문화 공연입니다. 전석이 2만원으로 똑같으니 예매순으로 앞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3층만 1만 5천원이지요. 


<11시 콘서트>가 높은 인기를 끌자, 주말 버전이 탄생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토요 콘서트> 말입니다. 가격과 시간대, 행사 목적이 모두 같고 요일만 다릅니다. 해설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김대진 선생이 맡았습니다. 나는 두 개의 콘서트에 지난 해 부터 관심을 가졌었지요. 그러다가 이번 5월에 독서카페에서의 문화번개로 <토요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토요 콘서트>를 관람한 목적은 분명합니다.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과 주말 오전을 색다르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인들과 함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클래식 콘서트가 아니었더라도 나는 참여했을 테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했지, 그 체험이 어떤 것이냐는 둘째 문제였습니다. 


폼 좀 잡아 보려는 목적도 있긴 했지요. 하지만 그리 중요한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공연 초반 내내 나는 졸았으니까요. 잠을 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만큼, 세션 1의 45분 동안 쌔근쌔근 숨을 내쉬며 잤습니다. 생각해 보니, 문화 공연을 관람할 때면 나는 늘 초반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후반부에 몰입했던 것 같네요. 


뮤지컬 <모차르트>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도 세션 1은 졸음에 시간을 할애했고, 세계 4대 뮤지컬이라던 <미스 사이공>은 90퍼센트를 휴식에 투자했습니다. <맘마미아>, <명성황후>, <에이지 오브 락>처럼 졸지 않고 보았던 뮤지컬도 있긴 하나, 분명 나는 자주 졸음에 빠집니다. 비싼 돈을 내고 라이브 뮤직을 들으며 빠져드는 고품격 단잠을 즐긴 셈입니다. 


손꼽아 보니, 나도 문화 생활을 꽤나 즐겼네요. <민들레 바람되어>, <수상한 흥신소>, <마술가게> 등의 연극을 보기도 했으니까요. 최근 한 해가 아니라, 제 생애 전체를 뒤적여서 끄집어낸 경력이긴 하지만 말이죠. 다행하게도 연극을 볼 때에는 졸지 않는 편입니다. 소극장엔 등받이가 없으니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아 졸 수가 없긴 하지요. 문득 의문이 듭니다. 


(가끔씩이긴 하지만) 나는 왜 문화 공연을 관람하는가? 


폼 나니까. 정말 폼이 안 나는 이유지만 사실입니다. 클래식 음악회를 가는 이유는 내 삶에 어떠한 품격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클래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도 있지만, 고품격 문화를 향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보다 큰 이유입니다. 향유하는 법을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사실입니다.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서는 내 삶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19세기 영국의 지성, 매튜 아놀드는 예술의 효용을 '삶의 비평'에서 찾았습니다. 예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인생살이를 성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극이나 영화의 스토리는 내 삶의 비평 도구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 줍니다. 배움을 얻고 어떤 주제나 인생이나 누군가에 생각하게 되니까요.


뮤지컬의 매력은 거대한 무대 장치와 배우들의 실시간 연기를 통해 예술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우라는 (수많은 곳에서 동시 상영될 수 있는) 영화와 같은 복제 예술품에서는 사라져 버리니까요. 연극도 실시간의 예술이지만 뮤지컬과는 스케일이 다르구요. 뮤지컬에서도 얻는 게 있지만, 투자 대비 효과 면에서는 연극이나 영화가 더 좋습니다. 

 

내가 문화 예술을 관람하는 목적이 정리되었네요. 영화와 연극의 스토리를 통해 내 삶을 스스로 비평하는 것. 뮤지컬을 통해 예술 작품의 아우라를 체험하는 것. 클래식 공연을 통해 폼 한 번 잡아 보는 것이 그것입니다. 종종 찾는 대중가수들의 공연은 내 삶에 흥을 더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나는 클래식 공연보다 가요 콘서트가 더 좋습니다. 

 

세계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의 연주회와 소녀시대의 콘서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두번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이 소녀시대를 선택합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신이 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졸지는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언젠가 베토벤 연주회를 소녀시대처럼 즐길 날이 올까요? 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예술 작품이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도 클래식을 들으면 정신이 고양되고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을 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빈도가 가요나 재즈를 들으며 흥겨워지거나 삶의 열정을 회복하는 횟수에 비하면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선은 내 삶을 비평하거나 즐겁게 해 주는 예술에 초점을 맞추렵니다. 물론 클래식을 통해서 삶을 비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 둔 채로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