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여유와 관계를 지향하는 삶

카잔 2012. 6. 8. 10:26

 

1.

책을 읽으며 길을 걸었습니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차량 진입로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우회전하며 들어오는 트럭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먼저 건너고 차가 멈춰서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그냥 제가 양보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이 멈처 서는 것은 기름이 닳는 일도 아니니까요. 어려운 일도 아니구요.

 

우회전하는 차량의 조수석 쪽 창문이 열렸습니다. 검게 그을린 주름 패인 얼굴이 보였고, 그 얼굴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습니다. 웃는 얼굴을 아니었지만 고마움의 표정이었습니다. 나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나는 일부러 창문을 내려 고마움을 전해 준 그 분께 감동했습니다. 작은 일로도 고마움의 인사를 주고 받은 아침, 기분 좋았습니다.

 

2.

내가 항상 그런 여유로운 양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쁠 때에는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을 밀쳐 나간 적도 있을 것입니다. 동일한 사람이 때론 양보를 하기도 하고, 때론 새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선한 행동은 그의 인격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삶의 방식이나 환경을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점이지요.

 

분주하게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유를 잃어갑니다. 속도와 성장만을 우선시하다보면, 몰염치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주고 받은 인사는, 내가 어떤 속도로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길을 걷다가 차량에게 길을 양보할 수 있을 정도,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람을 밀치고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속도로 살아겠습니다.

 

3.

어제,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 왔습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요, 남편의 아내요, 직장에서는 관리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느끼고 있는 삶의 고민을 적으며 제게 작은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나는 짧은 회신 후에 "평안하고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라고 인사를 전하며 메일을 맺었습니다.

 

메일 내용에는 "필요로 하는 것을 전해 드리기 위해 나의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내겠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간혹 만나고 싶다는 메일이 와도 정중하게 거절하던 저였기에 이런 회신은 저로서도 의외의 반응입니다. 하지만 난, 2012년 하반기에는 사람들과의 교류에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간 너무 개인적으로 살아왔다고 자각하는 요즘이거든요.

 

오래가지 못할 노력일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야겠습니다. 만남을 기피했던 이유는 사람들마다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활용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으면 더욱 생산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저이지만, 삶은 혼자서 사는 것도 아니고 생산성만이 삶의 유일한 의미인 것도 아니니까요.

 

나는 너무 빨리 달려가려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일주일에 한 두 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고 싶진 않습니다. 여유로운 삶, 사람들과 교류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유와 관계를 위한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그런 노력의 농도가 옅어진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