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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선수의 팬이 되다

카잔 2012. 6. 7. 23:20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팀의 '류현진'이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야구팬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야구에 작은 관심을 가진 분들도 그의 이름을 아시겠지요.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투수니까요. (제겐 류현진이 최고!) 나는 2010년부터 그의 실력에 찬탄했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높이 샀는데... 이제 나는 류현진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왜 류현진의 팬이 되었는지를 밝히면서, 내가 갖고 싶은 삶의 태도 하나를 되새기려는 의도로 쓴 것입니다. 류현진은 2012년 시즌, 6월 초순인 현재까지 최악의 불운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기마다 역시 류현진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수준급의 피칭을 선보였지만, 번번히 후속 투수들이 경기를 말.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한 타자가 홈런 두 세개를 뻥뻥 때려 팀의 승리를 이끄는 듯 했지만, 막판에 경기가 뒤짚혀 자신의 홈런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야구는 철저한 팀 경기여서 팀의 승리가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스포츠입니다. 그래도 타자들은 홈런 기록이라도 남지만, 투수에게는 승리의 기록조차 남지 않습니다.

 

기자들과 야구 팬들은 류현진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의 불운을 안타까워합니다. 선후배와 동료 선수들, 특히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불펜과 마무리 투수들은 미안하기가 말할 수 없을 지경일 겁니다. 한화의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을 볼 때마다 "미안해서 말을 못 붙이겠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오늘(6.7) 경기는 한화가 7-3으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왔습ㄴ다. 이번 만큼은 류현진이 승수를 올리겠구나 싶었지만, 9회에 7-9로 역전을 당하고 말았지요. 정말 속 상했습니다. 점수 차이도 컸고, 한화 타자들이 방망이도 무섭게 돌아갔던 날이기에 마지막 순간의 역전패가 허망했습니다.

 

류현진은 올시즌 퀄리티스타트[각주:1]를 기록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이 벌써 6번이나 됩니다. 윤석민 선수가 최악의 불운을 겪었다는 2007년 시즌, 그가 일년 동안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승리를 얻지 못한 것이 7번입니다. 류현진 선수의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7번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을 것입니다. 나는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류현진 선수가 그저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면, 한화팬이 아닌 나로서는 그의 팬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불운을 겪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이 팬이 되기엔 뭔가 부족하지요. 내가 류현진의 팬이 된 것은 그의 놀랄 만큼 긍정적인 마인드와 뛰어난 평정심 때문입니다. 류현진을 보고 있으면, (조금 과장하여) 속세에 초연한 도인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최근 그는 2게임 연속으로, 7이닝 2실점 두자리수 탈삼진이라는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한 기자는 '흠 잡을 데 없는 불운한 투수'라고 그를 포현했습니다.  경기 막판에 팀이 역전을 당해서 자신의 승리가 날아갈 때, 투수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 묻어납니다. 내가 투수라면, 리그 최고 수준의 아쉬움을 자아낼 것이 뻔합니다.

 

하지만, 류현진의 표정은 부처님 수준입니다. 오늘(6.7)도 9회초 팀이 역전을 당해 승리투수 요건이 사라졌지만, 류현진의 표정은 제가 본 투수 중의 최고의 태연함과 침착함이었습니다. 연속되는 불운을 감안하면 부처님이라는 표현이 그리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최악의 반응을 보이는 기아의 로페즈 선수와는 극과 극의 모습이지요.

 

류현진의 대인배다운 모습! 내게는 큰 감동과 울림을 줍니다. 요즘의 카메라는 경기의 모든 순간과 선수들의 표정을 잘도 잡아냅니다. 덕분에 역전을 당할 때의 류현진 선수의 표정을 잘 살필 수가 있는데, 오늘 류현진의 모습을 보고서 내가 류현진의 팬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양준혁 이후로, 나의 마음은 류현진과 이승엽에게 반반씩 가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까운 경기가 많았지만, 그걸 자꾸 생각하면 안 된다. 승리랑 상관없이 현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류현진의 아버지 말입니다. 내 마음이기도 합니다. '오늘 등에 통증이 온 것만 아니면, 역대 최소경기 탈삼진 기록을 세웠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아쉬움은 뒤로 하고 우선 그가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야구장에서 그를 볼 수 있도록!

 

'불운도 스포츠의 일부다. 팀 스포츠를 하다 보면, 동료들의 도움을 얻을 때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불운과 동료 선수들의 컨디션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러니 행운이나 동료들이 도움이 찾아오면 깊이 감사해하고, 불운이나 동료들의 실수가 찾아오면 그들을 탓하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류현진 선수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여 적어본 문장입니다. 불운과 다른 사람들의 실수는 인생살이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받는 도움을 고마워하고, 불운을 탓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근면하는 모습은 훌륭한 인생경영자의 특징일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는 고마워하고, 탓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렵니다. 류현진처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1. 퀄리티스타트는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3자책점 이하의 기록을 뜻합니다. 한 마디로 뛰어난 피칭을 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