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잘가요, 스티븐 코비!

카잔 2012. 7. 17. 19:17





1.

NAVER에서 날씨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실시간 검색순위 6위로 '스티븐 코비'가 떴다. 직감적으로 '사망'이란 단어가 떠올라 얼른 클릭했더니, 네이버 인물정보 란의 맨 앞에 큼직막한 검은색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나는 20대가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책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강력하고 영속적인 유익을 누리도록 해 준 책이 있다. 그야말로 행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책들. 그 목록의 첫번째 책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다. 


20대의 가장 소중한 학습 경험은 공감적 경청과 주도성이라는 2개의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한 것이다. 대구 남부도서관에서, 공강적 경청 대목(습관 5번)을 읽다가 감격에 겨워 책을 덮고 열람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원칙 중심의 리더십>을 읽으며 느꼈던 사유의 방대함과 <8번째 습관>에서 느낀 체계적인 이론, 그리고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에서 얻은 시간관리의 원칙들은 스티븐 코비로부터 받은 감격이요, 소중한 선물들이다.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3.

2005년 11월 11일과 함께 2012년 7월 16일(미국시간)은 내게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피터 드러커와 스티븐 코비가 세상을 떠난 날. 


나와 동시대를 살았던 구루들의 사망 소식은 양가 감정을 느끼게 한다. 소중한 배움을 얻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 그리고 그 가르침에 걸맞은 삶을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재 모습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 


훌륭하게 살아가는 데에는 수많은 비법을 '알아가는' 게 아니라 명쾌한 통찰을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강점 위에 커리어를 구축하라, 상호 이익을 모색하라,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마라, 비전과 목표를 가져라 등의 교훈을 익히는 것 말이다. 


4.

스티븐 코비는 4월 자전거 추돌사고로 의식을 잃은 후에 건강 상태가 나아지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인생의 은사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언젠가 그의 워크숍에 참석하고 싶다는 소원도 나를 떠났다.


내게 깊은 영향을 준 구루들의 사망 소식은,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선, 언젠가는 나도 그들이 간 길을 따라 갈 거란 사실이 떠오른다. 그들의 생애와 업적을 전하는 기사들을 통해서는,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상념에 잠긴다. 


무엇보다 내게 깊은 영향을 준 사상가들을 충실히 따르지 못한 내가 못마땅하다. 지적 탐구자로서 어느 한 사람에게, 어느 한 사상에 충분히 젖어들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못마땅하다. 정말 친한 친구가 없어서 친구가 결혼할 때의 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정말 사랑한 사람이 없어서 맛난 음식을 먹을 때에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5. 

5~6년 전, 스티븐 코비의 전작을 읽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생각을 야물찬 다짐으로 이어가지 못했고 그 결과 실천은 흐지부지 되었다. 만약 그 생각을 실천으로 알차게 이어갔더라면, 오늘 내 가슴은 더 허전했으리라. 어쩌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와의 사별에 가슴이 무너지는 삶을 살고 싶다. 뼛속깊이 배우거나, 가슴깊이 교제하거나, 눈부신 기쁨을 함께하거나, 눈물나도록 용서하거나, 화끈하게 뛰어놀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슬픈 날이다.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준 구루와의 이별이 슬프고, 여전히 밋밋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과의 만남이 슬프다. 내일부터는 읽던 책을 미뤄두고 스티븐 코비의 책 한 권을 읽어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