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는 아이폰을 증오하는 유저다

카잔 2012. 8. 5. 18:41


나는 아이폰 유저다. 아이폰을 증오하는 유저다. 아이폰을 사용해 온 일년 육개월 동안, 나는 아이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두 번이나 날렸다. 올해 초에 한 번, 지난 주에 한 번. 처음엔 내가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한 편은 아니기에, 뭔가를 잘못 터치했으려니 했다. 하지만 두번째로 날렸을 땐 아이폰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허나, 물증이 없었다. 


나의 아이폰은 구입한지 2주 정도 지나면서부터 홈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았고, 전원이 저절로 꺼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난 A/S를 받으러 가지 않았다. 무엇이든 적응하며 사는 편이라,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며 살기 때문이다. 감수한다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요청할 줄 모른다는 말이 더 맞겠다. 때론 합법적인 요청까지도. 


지금 나는 구입 당시 A/S 받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아이폰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켜왔기 때문이다. 홈버튼의 무반응은 정말 자주 있는 일이었고, 앱이 제대로 기동하지 않은 현상도 자주 발생했다. 게다가 주소록의 증발까지! 이건 부아가 치밀었다. 다시 입력을 해야 하니까. (주소록을 동기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틀 전에야 알게 됐다.)


오늘은 충격이 하나 더 추가됐다. 문자메시지가 몽땅 지워진 것이다. 그리고 난 분명히 목격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 터치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문자 메시지가 몽땅 지워지는 현상을. 심증 뿐이었는데, 홀로 만행을 저지르는 아이폰의 발작이 내게 딱 걸린 게다. 그런데 목격자 진술을 할 곳이 없다. 


그저 허망할 뿐.지인들과 주고 받은 소중한 메시지와 강연 정보 등의 중요한 메시지를 모조리 게워 낸 이 지랄 같은 아이폰을 쳐다보고 있을 뿐.


사실 문제가 자주 발생하여, 7월 달부터 새로운 폰을 구입하려 했었다. 과정은 이랬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을 구입하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갤럭시S를 사려고 하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9월이면 아이폰 5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9월까지만 참자고 생각하던 터에 지난 주부터 오늘까지 성가신 일들이 터진 것이다. 


지금 감정 같아서는 아이폰에다 욕이라도 지껄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이번 일이 아이폰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불량 아이폰과 야무지지 못한 내가 합작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 '아이폰 정말 지랄 같애. 엉망진창이야'라고 말할 수가 없다. '모든' 아이폰이 아니라 '특정' 아이폰만 그럴 테니까. 


책임의 일부는 불량 아이폰을 불평 없이 사용한 내게 있다. 그러니 차분히 감정을 다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내일 당장 갤럭시S를 사든, 아이폰 리퍼폰으로 교환해야겠다. 사실 스마트폰 구입 여부도 문자메시지와 주소록 유실 사건과는 직접적 관계도 없다. 나의 성향에서 오는 문제니까.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면 지금의 짜증과는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감정만으로 선택한 결정은 종종 후회를 남긴다. 스펜서 존슨은 자신의 책 [선택]에서,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 정보를 모아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가?

- 미리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가?


내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뭘까? 최신 스마트폰은 아니다. 그저 전화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면 된다. LTE 폰으로 인터넷이 빠르면 편하긴 하겠지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이로써 9월에 출시될 최신폰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나만의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 보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내일 한두 시간 정도 검색해 보자. 


구매를 서두르는 것은 금물이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즉흥 구매는 후회할 확률이 크다. 우선 A/S와 해지를 문의하며, 시간을 두고 결정하자. 내겐 스마트폰이 중요한 물건은 아니니 결정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주말이 되기 전까지만 정보를 모으고 선택하자. 나의 고질병(미루기)만 도지지 않는다면, 주말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나의 아이폰! 너를 증오한다는 말은 취소한다. 

하지만 왠지 너랑 나랑은 곧 헤어질 것 같구나.

새로운 (리퍼) 아이폰을 만나든지, 다른 녀석을 만나든지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