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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 제왕의 첩> 영화리뷰

카잔 2012. 6. 11. 10:02

 

 

 

1.

<방자전>은 내가 본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야했다. 그리고 조여정은 아주 섹시했다. <후궁 : 제왕의 첩>을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조여정의 노출신이었다. 하지만, 노출신은 많지 않았고, 조여정의 전라 연기도 수위가 낮았다. 벗겠다고 말한 영화가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 때 분노와 아쉬움을 느낄 터인데, <후궁>은 그렇지 않았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2.

스토리가 흥미진진했다. 영화는 하나의 장면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빠른 장면전환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일부 관객들의 스토리가 허술하고 비약적이라는 평가는, 전개가 빠르다 보니 중요한 한 두 장면을 놓쳤거나 영화를 보는 중에 연결하여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 스토리의 허술함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3.

<돈의 맛>은 부의 유혹을 다뤘다면, <후궁>은 권력의 유혹을 다뤘다. '유혹'은 달콤한 뉘앙스를 풍기니, 그보다는 권력의 '종말'이라도 좋겠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어떤 결말을 만드는지'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그리고 쟁취 당하지 않기 위해 죽고 죽이는 상황이 이어지니까.

 

4.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것은 인간의 어두운 면 한 구석을 제대로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나는 어두운 구석이든, 밝은 구석이든 제대로 보여주어 인간이해를 높여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범죄와의 전쟁>이나 <부당거래>는 엔딩장면까지 치밀한 구성이었던 데 반해, <후궁>은 막바지에 가서 조금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화연(조여정)이 권유(김민준)에게 "이 아이는 누구 아이도 아냐. 내 아이지"라고 말한 대목부터가 그랬다. 그때부터 조여정은 변한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하는 여인으로. 그녀가 변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권력을 잡으면 달라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비의 죽음에 오열하던 효녀, 몸종에게 아낌없이 폐물을 내어주던 이가 권력의 화신으로 너무 빨리 변했다.

 

5.

어쩌면 스토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들과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숨죽이며 살던 화연이 궁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터득한 것인지도 모르니까. 만약 그렇다면 영화 후반부가 작위적이라고 느낀 것은 빠른 전개를 내가 따라가지 못했거나 조여정에게 감정이입이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조여정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반증이다. 아비의 죽음에 오열하던 장면 등 조여정이 빛나는 장면이 많았다.

 

6.

만약 영화의 스토리에 찬탄한 다른 관객들도 나처럼 영화의 막바지에 불편함을 느꼈다면 이런 추측이 가능하겠다. 권력의 끝맛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의도가 지나친 결과라고. 과욕은 무리수를 두게 되니까 말이다. 나는 영화 <은교>의 베드신에서 은교(김고은 양)의 음모까지 보여준 것은 감독의 과욕 혹은 무리수였다고 생각한다.

 

7.

조여정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화연’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작품에 모든 것을 던졌고, 극중 인물에 몰입했다. 나는 자기 일에 미친 사람들의 모습을 동경한다. 한 배우가 작품에 흠뻑 젖어드는 몰입의 경험을 한다는 것, 나도 경험하고 싶다. 이것이 <후궁>이 내게 준 유익이다.

 

<덧>

배우 ‘이경영’에 대한 반가움을 느낀 영화기도 하다. 영화 초반, 옆모습을 보고서도 ‘어, 저 사람 이경영 아냐?’ 하는 반가움이 들만큼 그는 십대의 내가 좋아하던 배우였다. 개인적인 과오와 시련의 시기를 겪은 그가 힘차게 재기하기를 기원해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