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그가 물었다. 사는 게 뭐냐고.

카잔 2013. 4. 5. 10:06

 

"사는 게 뭐냐?"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흐느끼던 형이 내게 물었다. 형은 존경하던 스승의 병문안을 다녀온 터였다. 스승은 위독하셨다고 한다. 그는 스승을 만나온 십수년 동안 성실한 제자였고 스승의 진실한 우정이었다. 그는 스승을 존경했고 스승을 그를 사랑했다. 나는 종종 두 분의 아름다운 사제지간을 부러워하곤 했다.

 

조금 전, 그는 내게 이런 질문도 했었다. "너네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다고 했지?" 나는 중학교 2학년 때였다고 대답했다. 형은 살아오면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지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스승이 계신 병원을 나서며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 순간, 한때 나의 소중한 분들이었던 어머니, 배수경 선생님, 친구 재민이가 떠오른다. 형이 말을 이었다.

 

"인생이 뭔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인생이 뭔지 알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되니 인생이 뭔지 정말 모르겠다."

 

테이블에는 맥주병이 쌓여가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눈지 2시간이 되어가는 동안 그는 '죽음'이라는 표현을 내내 비켜갔지만, 이번에는 그만 툭 내뱉고 말았다. 머리 속에 맴도는 그 '돌아가심'이란 단어가 언어로 표현되었음에 어쩌면 형도 당황했을지 모르겠다. 나는 함께 하는 내내, 아무런 말도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마음 속에 생각이 있긴 했다.

 

'형, 나이를 먹는 것도 인생이고 결혼을 하는 것도 인생이겠지요.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까지 몰랐던 인생의 어떠한 면을 또 알게 될 테고요. 마찬가지로 언젠가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것 역시 인생의 본질이겠고, 오래 살수록 소중한 누군가와 이별하며 사는 것도 인생이 아닐까요. 그러니 산다는 것은 곧 죽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나는 생각을 입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는 지금 인생이 무엇인지를 삶으로 체험하며 배워갈 테니까. 그러고보니 인생의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형에게 배워야겠지만, 상실과 사별에 대해서는 내가 알려드릴 형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부모님, 나를 아껴주신 선생님, 그리고 고등학교 때 독서실을 함께 다녔던 친구와 헤어져왔으니까.

 

늦은 시각이라 형을 집까지 모셔 드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다시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산다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쓰면서, 나는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무섭거나 슬프게 들리지 않기를 바랬다. 20대부터 종종 죽음에 대한 텍스트를 읽어온 내게는 익숙한 이 단어가 다른 이들에게는 편하게 들리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해 본다.

 

 

 

인생은 선물이다. 한평생 아름답고 의미있게 살아볼 만한 가치있는 것이다. 지나간 세월에 아쉬워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매순간을 생생하게 살면 된다. 산다는 것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다가가는 것'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점점 시들며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있음'으로 지내다가 죽음과 멋지게 만나는 것이다.

 

나는 소중한 이와의 사별 경험을 여러 번 했지만,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다. 혹 다시 내게 그런 기회가 올지 몰라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해 두었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은 마지막 작별 인사의 중요성과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방법은 "고마웠어요. 사랑했어요. 미안해요. 잘 가요." 네 마디를 진실되게 전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에서는 죽음을 목전에 둔 이들의 말을 들려준다. 그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삶이 우리에게 사랑하고, 일하고, 놀이를 하고, 별들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으니까." 그들에게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였다. 우리에게는 "삶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일"이 달렸다.

 

만약 내가 오늘 세상을 떠난다면, 나 역시 내 소중한 가족과 연인에게 비슷하게 말할 것 같다. 삶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신이 당신께 주신 것들을 믿고 활용하며 아름답게 살라고. 후회와 두려움을 떨치고 지금 오늘을 살라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말 사랑했는데... 더 많이 표현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달라고, 말할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이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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