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포스팅

카잔 2013. 4. 18. 12:44

 

나는 지금 뭔가를 끼적일 수 밖에 없다.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느니 밀린 일을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오전부터 일을 손에 잡고 있었지만, 일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내 손을 빠져 나갔다. 오전 시간을 하릴없이 허투루 보냈다.

 

열일 제쳐두고 글 하나를 끼적이기로 했다. 글쓰기는 힘이 들 때마다 내게 힘을 주고 내 삶과 화해하도록 도와 주니까. 그러니 나는 오늘 오전에 일어났던 나의 일상을 적어 포스팅하련다. 아! 글을 쓰고 나면 오늘 하루를 힘차게 살아갈 의지 한 웅큼이 생겨나기를!

 

메일함을 열었더니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이 공유한 선생님 강연 동영상이 와 있었다. 나는 선생님의 동영상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질 테니까. 오늘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들을 해야만 했다. 어쩌면 슬픔을 감당키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긴급한 메일 하나를 처리했다. 수신인이 연구원이어서인지, 메일을 전송하자마자, 며칠전 돌아가신 선생님 생각이 났다. 눈물 한 방울이 새싹처럼 솟아나더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손바닥으로 닦아내고 다시 메일 회신 하나를 썼다. 메일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안에 눈물도 쌓여 있음을.

30분 울어야 할 울음을 20분 만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난 채 10분도 울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장례식장이나 추모 행사 때에는 울지 않았다. 사부님과 눈물로 작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떠나신 후,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애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일이 손에 안 잡히면 그저 TV 나 보면서 기분을 전환하려고 했다. 이것이 나의 실수였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선생님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울었어야 했다, 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어제와 오늘의 내 일상이 역동적이지 않았다. 역동은커녕 에너지가 없고 무료하고 허전하다. 지난 5일 동안 책도 읽지 못했다. 독서일지에 5일 연속으로 X가 표시된 적이 있었을까? 아마 처음일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날은 한 달 평균 2일, 3일인데, 5개 연속 X 라니!


나는 애쓰지 않기로 했다. 필요한 만큼의 애도 기간을 나에게 줄 것이고, 이를 위해 당분간은 마음 가는 만큼의 일정만 잡아야겠다. 주말에는 선생님의 강연 동영상과 함께 여행했던 사진을 보아야겠다. 눈물이 나면 마음 놓고 울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늘과 내일엔 일을 해야지. 이렇게 쓰자마자, 주말에 와우 TMT(전체기수 MT)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주말까지는 열심히 지내고 다음 주 월요일에 혼자 짧은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선생님의 책 한 권을 끼고서 북한산에 가든, 한적한 카페로 가야겠다. 


나는, 아직,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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