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내 삶의 맛나는 비타민, Jazz

카잔 2013. 8. 24. 10:18

 

눈을 뜨자마자 재즈를 들었다. 듀크 엘링턴과 콜맨 호킨스가 만나 함께 연주했던 <Limbo Jazz>를, 나는 대학 1학년 때 처음 들었다. 대학 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던 중이었다. 공부도 재미 없었고 동기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전공수업으로 청강하던 정역학과 공업수학이란 과목은 나와 어울리 않는다는 사실을 대학 첫 수업 때 바로 알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운전자처럼 당황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내게 힘을 주었던 것은 신앙생활과 독서였다. 두 가지와 함께 언급하기엔 영향력이 적지만, 음악 역시 내게 도움을 두었다. 음악은 내게 로는 휴식으로,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영감으로 삶의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주었다. 비타민은 필수 영양소다. 하지만 소량만이 필요하다. 음악은 삶에 즐거움을 주는 필수품이지만, 항상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다. 들을 때마다 활력소를 얻고 행복해진다. 오늘도 그랬다.

 

침대 위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Limbo Jazz>를 들었다. 푹신한 침대 위로 감미로운 음악이 스며들어 몸을 감쌌다. 음악은 나를 들어올려 십육전의 어느 봄날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스무 살의 청년이 캠퍼스 사이를 걸어가고 있었다. 다음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강의 시작 20분 전 즈음 도착한 그는 잠깐의 여유시간 동안 음악을 듣기 위해 휴대용 CD Player를 켰다. <Limbo Jazz>가 흘러나왔다. 소절부터 그를 사로잡았다.

 

그의 마음에 활력이 솟아났다. 강의실에 신선한 공기가 불어든 같았다. 피아노와 색소폰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진행하는 멜로디는 경쾌함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는 경쾌한 <Limbo Jazz>처럼 살자고 생각했다. 오래가지는 못한 결심이었지만, 수업을 열심히 들어보자는 다짐도 했다. 그는 곡을 좋아하게 됐다. 재즈는 대학 생활의 지난함을 덜어주었다. 공강 시간에는 CDP로, 친구와 만나 저녁에 재즈바에 가는 것으로.

 

다시 침대 위로 돌아왔다. 나는 스무 살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니다. 전공 공부로 힘겨워 일도 없다. (그보다 힘겨운 일들이 종종 찾아오긴 하지만, 그것 모두가 인생이다.) 세월은 흘렀고 나는 삼십 대 중반의 사내가 되었다. 지금은 시드니를 여행 중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서 재즈를 들었다. 재즈는 스무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고, 나는 잠시 추억 속을 거닐었다. 왠지 모르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아! 이게 행복이구나."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나를 즐겁게 하는 음악이 있고, 그 음악에 오롯이 빠져들어 시간을 보냈던 순간은 분명 행복이었다.

 

잇달아 서너 곡을 들었다. 데이브 브루브벡의 <Take Five>,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주로 아침에 들으면 좋은 곡들을. 누군가가 포스팅을 읽을 때가 아침인 것만은 아닐 테니, 내가 밤에 듣는 곡들도 적어 본다. 콜트레인의 발라드 곡과 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스탄 겟츠와 모건의 곡들을 듣는 편이다. 콜트레인의 <say it>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들어보시면 내가 어떤 느낌의 재즈곡을 좋아하는지 감을 잡으실 것이다. 나는 달콤한 곡이라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은 끈적끈적하고 느끼하다고 말들을 하시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