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와인일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카잔 2013. 9. 4. 20:35

 

 

나는 여러가지의 일지를 씁니다. 자기조절력 일지와 독서일지는 매일 쓰고, 일년에 한두 번씩은 시간사용내역서라는 일지도 쓰지요. 십년이 넘은 습관들입니다. MS OFFICE 엑셀을 사용한 일지들입다. 지속적으로 기록하면서 스스로 고민하다 보면. 저절로 형식적, 내용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더군요.

 

언젠가 자기경영서를 쓸 때, '모니터링'이라는 주제로 모든 일지를 공유할 생각입니다. 최고의 비결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거라 믿거든요. 마음이 끌리는 날이 오면 블로그 포스팅에 올려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으로 쓴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 자체도 좋은 일입니다. 지식은 공유될 때 발전하고 유용해지니까요.

 

블로그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일지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로는 아픔이 있습니다. 2011년 1월에 노트북 데이터를 유실하는 바람에 십수년 동안의 일지가 날아간 일 말입니다. 독서일지와 자조력 일지는 곧 나의 개인사이기도 한데, 그것을 잃은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습니다. 제가 기록광이라 데이터 유실의 아픔이 참 큽니다. 

 

갑작스레 일지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9월부터 새로운 일지 하나를 더 추가했기 때문입니다. 8월 31일부터 와인일지를 시작했거든요. 그러고 보니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것이 나의 강점인가 봅니다. 나는 조금 깊이 공부할라 치면 이렇게 날마다 기록하고 평가하고 성찰하곤 하니까요. 하다못해 이렇게 와인을 마시는 일까지 말이죠.

 

사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처럼 일찍 폭로(?)하는 일은 내겐 생경합니다. 독서일지를 쓰고 있음은 수년이 지나고서야 이야기했고, 독서일지의 양식을 업그레이드를 하고 난 후에도 수개월이 지나고 나서 유니컨들에게 공개했거든요. 제가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고, 스스로 새로운 방식을 검증하는 시간도 필요하기에 그렇습니다.

 

그런 제가 와인일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얼른 공유하는 것은 늘 익숙한 방식으로 살기보다는 때로는 타고난 기질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와인인지를 공유하지는 못하겠네요. 그것 공개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인데도 말이죠. 부끄러워서요. 허접한 양식일 테고, 오래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고요.

 

오래 이어가지 못하면 또 어떻습니까. 저도 압니다. 와우팀원들에게는 하다가 단절되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렇게 믿고요. 노력한다는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라는 명제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좀 더 엄격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지는 두어달 지속해 보고 쓸만하다 싶으면 올려 보도록 하지요.

 

와인일지 대신 제가 마신 와인 중에 가장 나를 흥분시켰던 리스트를 써 봅니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벤다는 심정입니다. 사실 와인에 별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제가 와인일지를 올리든, 베스트 와인을 선정하든 별 관심사가 아닐 텐데 혼자 난리 부르쓰를 추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이곳은 개인 블로그이니까요. 아무렴 어떨까요? ^^

 

* 부르고뉴 꼬뜨 샬로네즈. 프랑스 부르고뉴/ 샤또 드 샤미이/ 피노누아.

* 바롱 필립 피노누아. 프랑스 랑그독 루씨용/ 바롱 필립 드 로칠드/ 피노누아.

* 로버트 몬다비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미국/ 로버트 몬다비/ 카쇼 & 메를로.

Galway Vintage. 호주 바로사 밸리/ 얄룸바/ 쉬라즈.

* 몬테스 알파. 칠레/ 몬테스/ 카베르네 소비뇽.

* 르 꼴롱베. 프랑스 보르도/ 앙드레 뤼통/ 까쇼 & 메를로.

(제품명. 국가 원산지/ 제조사/ 품종 순.)

 

1~3만원 대의 와인이 대부분이고 10만원을 넘는 와인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생산년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저렴한 와인들이라 빈티지를 따로 적지는 않았습니다. 엘로우 테일 쉬라즈 등 몇 가지 맛난 와인도 더 있지만, 리스트에 올릴 정도인지는 몰라 우선은 생략했습니다. 한 번씩 더 맛보면서 리스트를 다듬어가야겠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와인을 맛보는 날입니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를 처음으로 맛보게 되는데, 사실 조금 떨립니다. 작은 기대감이 주는 흥분 때문입니다. (피노누아 하면 부르고뉴의 와인을 최고로 치니까요.)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7년째이고, 제 돈으로 자주 구입하여 마시게 된 것은 이제 3년째입니다. 지금까지는 폼으로 마셨고요.

 

2013년 9월은 맛나고 즐거워서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달입니다. 와인을 마실 때 느껴지는 고상함도 여전한 이유지만 그보다는 와인의 맛이 주는 기쁨이 더욱 큽니다. 와인과 곁들여진 역사와 문화 지식을 공부하는 것도 굉장히 즐겁습니다. 1~2년 정도 지나면, 와인 포스팅이 부쩍 많아질지도 모르겠군요.

 

블로그가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하면... 좋은 거지요?

지키고 유지할 것들을 잃지 않은 변화와 발전이라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