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카잔 2013. 9. 9. 19:15


1.

나는 지금 천국에 있다. 온 마음을 다해   

내 손 안에 든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즐겼다. 

최고의 와인인 양 코와 혀로 커피향을 음미했고

몸에 좋은 보약인 듯 조금씩 홀짝이며 아껴 마셨다.

눈으로는 부드럽고 검짙은 고동색의 커피 빛깔을 응시했다.

마음으로 커피가 내 몸 구석구석 샅샅히 젖어들기를 바랐다.

커피가 입술 사이로 스며드는 '스읍' 하는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커피 한 잔이 있는 이곳, 나와 커피만이 존재하는 이곳,

커피와 함께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이곳, 

모든 것들이 흑백이 되고 오직 커피와 나만이 총천연색이 되는 이곳,

음미와 몰입이 있는 이곳,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2.

천국은 이내 사라진다. 

마음은 쉬이 흐트러지고 몰입은 지속하기 어려우며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들로 가득하기에.


오늘, 천국을 깨뜨린 마음은 이것이다. 

이렇듯 나 홀로 천국을 거닐어도 괜찮은가?

해야 할 일들을 밀쳐둔 채로 이리 놀아도 괜찮은가?


하루종일 놀기만 한 건 아니다. 

혼자서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쉬고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격지심과 자기성찰은 나의 천성이다. 

천성을 바꾸는 일은 힘들다. 죄책감을 덜어내는 법을 익히는 동시에

나를 컨트롤하여 해야 할 일들을 먼저 끝내두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요컨대, 천국에 좀 더 오래 머물기 위한 노력은

두 가지의 전략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몰입력과 음미력을 더욱 키울 것.

둘째, 몰입과 음미를 방해하는 것들을 선결할 것.


3.

2번 글이 끝나면서 커피잔이 비워졌다. 

빈 커피잔 속을 들여다본다. 커피가, 정말, 없다.


놀랐다. 이 곳 커피는 내가 종종 남기고 떠나기 때문이다.

내게 커피란, 마시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공간을 빌리기 위한 수단이다.

오늘은 커피를 음미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 마셨다.

수단과 목적이 하나가 되어 나와 어우러졌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과와 과정은 어우러져야 한다.

모든 과정은 그것 자체로 기쁨이면서도 결과를 향하여야 한다.

모든 결과는 그것 자체로 완성이면서도 즐거운 과정을 동반해야 한다.


4.

그제야 카톡을 주고 받던 이가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커피에 빠져들어 카톡을 나누다 그를 잊었다. 

카톡 창을 열었더니 내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농을 건넨다.

몇 마디를 주고 받다가 저녁 일정을 위해 서로 떠났다. 


커피도 남김없이 사라졌고, 

잠시 문자 대화를 나누던 이도 자신의 일상 속으로 돌아갔다.

고개를 들어 카페를 돌아보았다.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테이블이 둘, 홀로 앉은 테이블이 둘이다.


혼자 있으면 함께함이 그립고

함께 있으면 홀로있음이 그리운 것이 보통네들의 마음이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져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것이고

함께 있으면 번잡해져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빛과 그늘이 있다.

고독과 어울림에도 그늘이 있는가 하면 빛도 있다. 

고독의 그늘은 외로움이고, 빛은 자유다. 

어울림의 그늘은 번잡함이지만, 빛은 행복이다.


나는 빛을 향해서 전진한다.

혼자할 때에는 자유를 향해, 함께함 속에 있을 때에는 행복을 향해.

두 가지를 취하는 데에 능숙해 지면

함께할 때에도 자유롭고, 혼자할 때도 행복할 것이다.


혼자 있는 이 시간, 나는 자유다. 

자유를 맛보며 나는 행복해진다. 

누군가가 행복해지면 행복해질수록  

그는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된다.  


언젠가는

혼자 있든 함께 하든

자유와 행복, 두 가지 모두가

늘 나와 동행하게 되길 바란다.


5.

커피가 사라져도

친구랑 헤어져도

나는 다시 천국에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몰입과 음미의 대상이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것을 즐기는 자들은 행복하다. 

성찰과 글쓰기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나는 지금 다시 천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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