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축제는 함께 즐겨야 제맛!

카잔 2013. 10. 7. 09:11

 

와인 좋아하세요? 저는 요즘 와인의 매력에 흠뻑 취해 지낸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와인을 마시고, 와인 관련책을 즐겨 읽습니다. 지난 금요일엔 <2013 대전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발>에 참가했습니다. 와인 13병과 와인 관련도서를 잔뜩 샀네요. 

 

오후 6시 즈음에 행사장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도 즐거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튿날의 일정을 생각하여 서둘렀습니다. 익일 일정보다는 함께 즐길 친구가 없었기에 쓸쓸함을 피한 겁니다. 이곳은 웃고 즐기는 축제의 현장이니까요.

 

사실 나는 혼자서도 잘 놉니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여행을 떠납니다. 중국엔 38일, 유럽은 54일 동안 홀로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고요. 여행 중 혼자 먹는 식사가 조금 곤혹스럽지만, 그것은 혼자여서가 아니라 홀로 식당에 들어서기가 미안해서고요.

 

혼자만의 여행에서 식사보다 어려운 상황은 축제에 참가했을 때입니다. 여행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축제를 혼자 즐기기는 몹시 어렵더군요. 독일 여행 중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라는 <옥토버 페스티발>에 참여했었는데,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웃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긴긴 여행 중 처음 느낀 외로움이었지요. 홀로 참가했더라도 친구를 사귀면 될 테지만, 그러기엔 독일어 실력과 숫기도 모두 형편 없었고요.

 

여행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축제는 함께 즐겨야 제맛이다! <옥토버 페스티발>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그런데도 <와인&푸드 페스티발>에는 혼자 가고 말았네요. '페스티발'이 아닌 '와인'에 꽂혀 갔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와인을 대하는 방식이 어떠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나는 와인을 음미하고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와인을 둘러싼 지식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더 큰 재미를 느낍니다. 페스티발 참가 목적도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고 좋은 가격에 와인을 구매하기 위함이었기에, 세미나 참석에 2시간, 와인 구매에 2시간을 보냈지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인이나 친구들과 와서 행사장의 분위기를 느끼고 맛난 식사를 즐겼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홀로 오지 않았음을 보고서야 저들은 '와인'이 아닌 '페스티발'에 초점을 두고 즐기러 왔음을 발견했습니다. 

 

'페스티발' 마저도 지식 차원으로 접근을 하니, 종종 재미없게 산다는 말을 듣나 봅니다. 저는 반론을 펼치지요. 제 삶에도 재미는 있으니까요. 공부와 독서 그리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대화 속에서 깊은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가 그렇습니다.

 

내게 재미를 권하는 이들이 말하는 재미는, '유희'를 말함이겠지요. 재밌게 놀 줄 아는 즐거움 말입니다. 제 삶에 유희가 부족한 것, 맞습니다. 올해 가을 여행은 혼자가 아닌 함께 떠나야겠습니다. 적어도 축제에 갈 때만이라도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가렵니다.

 

인생도 하나의 긴 여행입니다. 홀로 태어나서 홀로 떠나니 고독한 여행입니다만, 여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 우정을 맺어 유쾌하게 즐기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내 삶 속에 일과 생산성만이 아니라, 놀이와 낭만도 가득 채워넣고 싶습니다.

 

검색창에 '가을 축제'라고 쳤더니 화면 가득히 축제가 펼쳐집니다. 봉평 메밀꽃 축제, 부산 자갈치 축제, 추억의 7080 충장축제, 진주남강 유등축제 등등. 서울에도 아시아송페스티발을 비롯한 축제가 있네요. 책상 위엔 일감이 널려 있지만, 세상엔 축제도 가득하네요.

 

우리는 종종 시선이 머무는 곳만을 보며

그것이 세상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의 삶에 세상의 온갖 좋은 것들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중요한 직업적 성취가, 때로는 일상의 유쾌한 축제가 펼쳐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