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히든 싱어> 신승훈편 관람기

카잔 2013. 10. 27. 19:57

 

오랜만에 <히든 싱어>를 보았다. '시즌2'로의 가수로서 임창정, 신승훈, 조성모가 출연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가장 보고 싶었던 이가 신승훈이었다. 참 많은 곡들을 따라 부르며 좋아했던 가수다. 노래로서는 이승철의 곡들을 더 좋아하지만 가수로서는 신승훈을 더 좋아한다. 오늘도 여지없이 진솔한 재치와 멋진 가창력을 모두 보여주었다. 글의 형식은 리뷰지만, 프로그램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이기보다는 (늘 그렇듯이) 주관적인 소견과 감상일 뿐이다.

 

1.

지난해 말, 우연히 <히든싱어> 첫회를 시청했는데, 첫 소감은 '와우'였다. 우선 재밌었고, 기획이 참신했다. 무엇보다 음악의 본질을 깨우치는 프로그램이었다. 본질은 그것을 더욱 그것답게 만드는 것이다. 음악을 더욱 음악답게 만드는 것, 무엇이 가수를 더욱 가수답게 만들까? 그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과 관련될 것이다. <히든싱어>의 슬로건,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가 나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는 어떤 것의 고유한 본질이 드러날 때 열광한다.

 

2.

즌 ONE보다 상금이 두 배 늘었다. MC 전현무는 시작 멘트 중의 하나로 "상금 두 배, 재미 두 배, 감동 두 배"라고 했는데, 상금은 두 배지만 과연 감동이 두 배가 될까 싶은 생각이 시청을 하면서 들었다. 1라운드에서 신승훈을 찾기가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듣기로는, 모창능력자가 우승을 했다는데, 이런 실력으로 어찌, 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청음 실력이 괜찮은 걸까? 이문세 편에서도 모두 맞혔고 내가 아는 가수들은 잘 맞히는 편이니.

 

다행히도 시시함은 1라운드에가 끝이었다. 2라운드부터는 2명의 목소리가 신승훈과 비슷했다.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거의 똑같았지만 오히려 저음 부분에서는 차이가 났다. 첫소절 때에는 신승훈을 찾기 쉬웠고 후렴구에서는 헷갈렸다. 매 라운드가 그랬다. 3라운드에서는 정말 맞히기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는 4라운드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신승훈을 맞혔다. 김경호가 2라운드, 3라운드에서 연거푸 틀렸는데 현장에서는 더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오리지널 가수라고 지목했다가 자신의 생각이 어긋나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될 터인데, 오늘 나는 모두 맞혔으니 그렇지 못했다. 개인적인 즐거움이 반감되었다. 요컨대, <히든싱어>의 재미와 감동을 끌어올리는 길은 모창능력자들의 '실력'이다. 그런 점에서 장진호 씨의 우승은 반갑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오리지널 가수와 혼동했다는 뜻이고, 혼동의 크기만큼 놀라움과 즐거움 그리고 감동이 커졌을 테니까.

 

3.

<히든싱어> 신승훈 편은 나도 감동했다.

모두 맞혔음에도 감동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어디에서 온 감동일까?

 

1) 한경일의 등장! 처음에 MC는 한경일을 전직 가수가 아닌 슈스케 출연자로 소개했다. 나는 한경일의 얼굴을 모르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지망생인 줄로만 알았고. 허나 자신의 이름 '한경일'을 듣자마자 예전 그의 히트곡들이 떠올랐다. 내가 알 정도면 꽤나 인기가 있었다는 말인데... 그가 왜 <슈스케>에 그리고 <히든싱어>에 도전했을까? 검색해 보니 <도전 1000곡>에서 이휘재도 같은 질문을 던졌고, 한경일은 이리 답했다.

 

"내 노래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자연스럽게 다 됐다."

 

“출연을 결정하는건 어려웠지만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 마음이 점점 강해졌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슈스케에서는 도중에 탈락했다. 그는 말했다. "일단 보컬 트레이너 계속 할 거고, 기회가 된다면 앨범은 계속 내고 싶다"고. 그는 남보다 쉽게 도전하는 기질을 가진 건 아닐까? 다음의 답변을 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슈스케 한 번 더 나오라고 한다면, 그건 못할 것 같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그의 마음 고생을 짐작하게 되는 답변이다. 신승훈은 가수의 이러한 도전이 쉽지 않음을 높이 샀다. 진짜 용기 있는 도전이라고. 나도 그 도전에 감동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전한 적이 있는가?

 

2) 신승훈의 재치와 유머도 참 보기 좋았다. 우승자가 "이 영광을 신승훈 선배님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했더니 "영광은 됐고 우승 상금을 나눠 줘"라고 하는 멘트들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그의 2위 소감도 인상 깊었다. (그가 작가나 달변가라면 좀 더 감동이 컸을 테지만, 소감을 그저 '만감'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쉽긴 했다.) "초심을 생각하게 됐고, 다가올 콘서트에서는 우승자의 노래를 들으며 나의 옛 목소리와 그 때의 열심을 떠올리고 싶다."

 

3) 김경호의 반응도 감동이었다.  그는 신승훈이 아닌 모창능력자의 우승에 매우 놀라워했다. "믿기지가 않는다. 모창 능력자가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을까를 생각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자신의 예측이 빗나가서가 아닌 어느 한 사람의 노력에 감동하고 놀라워하는 모습에, 나도 감동을 받았다. 마음 속으로는 '연습의 힘인지, 재능의 힘인지, 목소리의 비슷함에서 온 행운인지는 모를 일이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나는 김경호를 좋아한다. 방송으로만 관찰한 것이기에 제한적인 생각이긴 하겠지만, 그는 의리와 인간에 대한 매너를 가졌으면서도 순수한 면도 지녔다. 후배를 향한 따뜻한 시선, 선배를 향한 존경 등이 느껴져서 그를 향한 팬심이 생겨났다.)

 

4.

자기경영은 '삶의 비평과 실천'이다. 비평을 불러일으키는 통로는 다양하다. 책, 대화, 실패의 경험, 영화, 드라마, 술자리, 부러움과 질투 등. 오늘 나는 <히든싱어>를 통해 내 삶을 비평했다. 내 삶에 '용기 있는 도전'이 부족함을 느꼈고, 20대에 가졌던 나의 열정과 초심을 떠올려보았다. 내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창조적인 반성도 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격려해 줄 이를 떠올리기도, 존경하는 선배를 생각하기도 했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아래의 것들을 힘써 노력하자. 

- 예술가 정신을 탐구하자. 내 글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도록 애쓰자.  

- 작가의 삶으로 마음이 점점 기운다. 결정의 순간까지 와우들에게 열정을 쏟자.

- 다시 일상의 리듬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회복시키자. (식사, 운동, 업무)

- 읽을 책들 : 볼프강 울리히 『예술이란 무엇인가』, 류랑도 『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