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하이에나 독서가가 읽은 책들

카잔 2013. 11. 25. 11:0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책읽기입니다. 지난 밤 잠들기 직전까지 읽다가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잠깐이라도 뒤적이고 난 후에야 하루를 시작합니다. 책을 펼치다가 '아! 기지개부터 켜야지' 할 정도로 제겐 습관이 된 일입니다. 그리 대단한 습관은 못 됩니다. 자칫하면 '생각하기'보다 '읽기'가 앞서기 십상이니까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논어』 위정 편

 

책을 자주 읽는 편이라, 일주일이면 여러 권의 책이 제 손을 거쳐 갑니다. 끝까지 읽기도 하지만, 읽는 재미가 시들해져 도중에 그만 두는 책도 있습니다. 예닐곱 권이 제 손을 거쳐간다고 해도 실제 읽은 분량으로 따지면 두어 권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주로 어떤 책을 읽느냐고요? 저는 거의 모든 분야의 책을 읽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하이에나 독서가입니다. 하이에나처럼 잡식이라는 말입니다. 하이에나는 사나운 맹수입니다. 스스로도 사냥할 줄 알지만, 때로는 다른 맹수가 남겨놓은 썩은 고기와 뼈를 갉아먹기도 합니다. 소화기관이 매우 강하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책이든,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책이든 제 눈에 들어오면 읽습니다. 독해력도 좋은 편이고요.

 

비유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도구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이 당신을 포도나무라 비유한 것은 가지와의 접붙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니, 예수님이 와인을 좋아하시나 하는 식으로 확대해석하면 안 되지요. 제가 하이에나처럼 눈이 쫙 찢어지고 성격이 매서울 거라 생각하실까 저어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난 주에도 여러 종류의 책을 읽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세 대목을 공유합니다.

 

#1. 고종석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에세이스트입니다. 그의 명쾌한 논리, 훌륭한 균형 감각을 좋아합니다. <모국어의 속살>은 그가 한국일보에 일년 동안 '시인공화국의 풍경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묶은 책입니다. 시인공화국의 정부라고 칭한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부터 젊은 시인 채호기의 『수련』까지, 그가 아끼거나 환멸한 시집 서평입니다.

 

<삶 자체에 견주면, 시라는 것은 하잖은 물건이다. 시를 포함한 문학이나 여타 예술은, 별의별 거룩함의 너울을 거기 씌우려는 이해 당사자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보면, 액세서리에 지나지 낳는다. 브로치나 가락지가 몸의 액세서리인 것과 달리 문학이 마음의 액세서리이긴 하지만 그것이 결국 액세서리라는 사실은 엄연하다. 브로치가 가락지 없이 살 수 있듯, 사람은 문학 없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은 사람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액세서리다. 그리고 시는 문학적 아름다움의 가장 윗자리에 있다. - 서문 중에서> 

 

#2. 버트런드의 『인기 없는 에세이』는 당시까지 어느 책에도 수록되지 않았던 에세이를 엮어 『게으름에 대한 찬양』과 같은 책으로 만들자고 해서 탄생한 책입니다. 작성한 시기도 주제도 제각각이지만, 러셀의 '빼어난 문장과 엄밀한 논리와 확고한 신념'은 여전합니다. 러셀 에세이의 백미를 읽고자 한다면, 대표 에세이를 골라 엮은『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가 더 나을 겁니다. 저는 비록 이 책부터 읽었지만 말이죠.

 

<문명인이란 자신이 칭찬할 수 없는 경우를 마주할 때 비난하기보다 이해하기를 목적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는 해악에 사로잡힌 사람을 비난하려 하지 않고 인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그 해악의 근원을 발견하여 제거하려 한다. - 버트런드 러셀>

 

#3.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나이듦과 죽음을 다룬 소설입니다. 필립 로스는, 사견입니다만, 하루키보다 노벨문학상에 접근해 있는 작가라 생각합니다. (무책임하지만,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 기회에) 『에브리맨』은 작가의 감상이나 조언 없이 모든 사람이 늙고 죽는 존재임을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매주 동지적인 명랑한 분위기에서 만났음에도, 대화는 어김없이 병과 건강 문제로 흘러갔다. 그 나이가 되면 그들의 개인 이력이란 의학적 이력과 똑같은 것이 되었으며, 의학적 정보교환이 다른 모든 일을 밀쳐냈다. "당은 어떤가요?" "혈압은 어때요?" "의사는 뭐래요?" "내 이웃 얘기는 들어었나요? 간으로 퍼졌다는군요." - 『에브리맨』>

 

세 장면을 찾는 데에는 5~10분이 걸렸는데, 그건 시간문제였지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찾고서 이렇게 글로 옮기며 음미할 수도 있었고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던 공자 선생의 말을 쫓은 것 같아 기분도 좋네요. 끌림 있는 책을 만나 여러분의 삶에도 책 읽는 시간이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책이 아닌 영화여도 좋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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