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나의 초상 (5)

카잔 2014. 1. 19. 15:21

 

1.

나는 눈물이 많다.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이 글을 쓴다. 내 눈물의 근원은 감수성이다. 무언가를 진하게 느낄 때 운다는 말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절절히 느끼거나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할 때 혹은 이따끔씩 나 자신에게서 진정성을 느낄 때 나는 눈물을 흘린다.   

 

언젠가, 지인의 어린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날아가는 듯이 아득해지는 정신, 내 가슴의 정수를 향해 한없이 몰려오는 인생의 진실이 주는 허망함, 이러한 것들이 나를 울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울 일이 많다.

 

외부로부터 오는 눈물이 있는가 하면, 내면으로부터 샘솟는 눈물도 있다. 내가 진정으로 살아갈 때에 그렇다. 우연한 성공은 기쁨은커녕 심드렁하기도 하나, 치열한 노력으로 얻은 성공은 눈물나도록 기쁘다. 내가 손해보고 오해 받더라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도울 때에도 눈물이 난다. 모순된 나도 때로는 진실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게 대견해서일 것이다.

 

물론 몸이 죽도록 아프면 눈물이 나기도 하나, 그건 무언가를 느낀 감수성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니 눈물이라기보다 신음이라 부르고 싶다. 나는 눈물을 사랑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눈물에 이르기까지 감수성이 짙어지는 그 찰나들을 사랑한다.

 

2.

나는 실행력이 느리다. 대부분 실행 없이 생각만 하고 산다. 나를 잘 아는 이가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원인 분석은 그만하고 실행하셨으면 좋겠어요." 가슴이 뜨끔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생각들, 하지만 생각하는 것으로만 그쳐버리는 실행할 꺼리들 : '그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 '저 책을 어서 보내야 하는데' , '그래 이런 책을 쓰면 되겠다' 등등.

 

2012년 4월에 탈고한 원고는 2014년이 되어서야 출판사로 보냈고, 선물을 구매했다가 일년이 다 되어서야 전한 적도 있다.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기'는 가끔씩 나를 성찰할 때마다 다짐하게 되는 슬로건이다. 내 삶의 성장에 관련된 것들은 더디 실행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실행만이라도 번개처럼 실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은 번개지만, 실제는 똥개다. 

게으른 똥개처럼 늘어져 있거나 길가를 서성대기만 할 뿐이니,

실행은 분명 내 삶의 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3.

나는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라는 표현보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표현이 좋다. 전자는 인간의 필명성이 너무 두드러져 보이지만, 후자의 표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죽음이라는 숙명이 들이닥치기 이전에 누구에게나 삶이 주어져 있음을 암시하는 듯 해서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인생에 죽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쁨이 있고 사랑이 있다. 무엇보다 삶이 있다. 잘 죽는 유일한 비결은 제대로 사는 것이다. 이 말은 삶과 죽음, 죽음과 삶을 자주 생각하는 내게 위로와 힘을 준다. 

 

죽음을 간과하지도 않고 죽음에 압도당하지도 않는 균형 감각이 깃든, 내 영혼을 숨쉬게 해 주는 말이다. 오늘 우연히 원빈의 사진을 보았다. 나보다 한 살이 많지만 그의 피부는 스무 살은 어리게 보인다. 그는 여전히 살아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젊은 날에 죽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은 인류의 인구에 비하면 소수다. 확률적으로는 내가 요절할 확률보다 오래 살아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죽음은 누구나 거쳐가는 삶의 마지막 과정이요, 지혜의 근원 중 하나 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 나는 살아있음을 잊지 말자.'

 

20대 중반의 나는 헨리 나우웬의 『죽음, 가장 큰 선물』을 비롯하여 죽음을 다룬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저 스쳐가는 호기심으로 읽은 것이 아님을 이후의 내 삶이 보여주었다. 나는 여러 권의 책을 더 읽었고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죽음 사색이 어둡거나 절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명랑한 것은 아니지만, 침울한 것도 아니다. 죽음 사색은 맛없는 과일을 덤덤하게 먹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과일엔 영양분이 넘쳐난다.

 

인생에는 맛나고 영양분이 넘쳐나는 과일이 넘쳐난다.

나는 그런 과일들도 맛보고 싶다. 배움, 도전, 사랑, 용기!

그리고 조금씩 선천적 의지박약과 후천적 실행력결핍증을 이겨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