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사소한 습관은 없다!

카잔 2014. 5. 1. 08:07

1.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을 때였다. 샤워를 하겠다던 친구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이내 다시 나왔다. 샤워기에 뜨거운 물을 틀어 놓았기에, 물음을 던졌다. "물은 왜 틀어놨어?" "그러면 따뜻해지거든." 공기가 더워지면 옷을 벗어도 춥지 않다는 이유였다. 친구에겐 절수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3~4분 동안 뜨거운 물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에 나는 비판적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느 추운 날, 내게 일어난 일이다. 샤워를 하려는데, 화장실 공기가 서늘하여 나도 모르게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서 샤워 문을 닫고 나왔던 것! 거실에 나와서야 무얼 했는지 인식하며 기겁했다.

 

얼른 들어가 물을 끄고 잠시 멍하게 서 있었다. 샤워기를 틀어 물을 맞으며 생각했다. ‘나는 분명 녀석의 행동에 시비를 따졌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다니! 그저 친구의 행동을 눈으로 목격했을 뿐인데...’ 아이들도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는구나, 싶었다. 내게 놀라움을 안긴 일이었다.

 

2.

어른으로서의 모범이 비단 대형 선박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집안에서의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이왕이면 선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미워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나는 분명 친구의 행동을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그처럼 행동했다. 시나브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오늘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무엇을 읽었는가? 그것이 나에게 미칠 영향을 자주 생각해야겠다.

 

4.

물론 친구는 습관처럼 행했을 뿐이다. (하나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우정이 흔들릴 일도 없다. 그도 누군가가 따라하게 되리란 사실을 염두에 두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의 시비를 가릴 마음은 없다. 습관의 구속력을, 그리고 하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주목하고 싶을 뿐이다.

 

몽테뉴는 『수상록』의 습관에 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플라톤이 공기돌 놀이를 하고 있는 한 아이를 꾸짖었다. 아이가 대꾸했다. “작은 일로 나를 꾸짖으시는군요.” 그러자 플라톤이 대답했다. “습관이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란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사소한 습관이란, 없다!

 

5.

습관은 우리의 감각과 의식을 얼마나 무디게 만드는가! 몽테뉴는 사물에 대한 이해력과 판단력을 중히 여겼다. 그리고 습관이 판단력의 눈을 잠들게 한다고 썼다. 『수상록』을 읽으며 나의 습관들을 돌아보았다. 고쳐야 할 습관과 가져야 할 습관을 가려 정리했었다. 새달이 시작되면서 그 목록을 마음속에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