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그리움의 크기

카잔 2014. 7. 24. 14:45

 

그리움을 만나는 곳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지

얼마나 함께 시간을 보내었는지

얼마나 자주 서로에게 전화했는지

 

그 빈도가 그리움의 크기다.

 

그와 함께 걸었던 길

그와 함께 차를 마셨던 카페

그와 맛나게 식사했던 음식점

 

그 공간이 그리움의 탄생지다.

 

자주 전화를 걸었던 장소도 있고

자주 전화했던 시간대도 있다.

살다가 그 시간, 그 공간을 지나칠 때

 

나는 그리움과 만난다.

 

그리움을 만나는 곳은 많다, 슬프다.

2014년 7월이 슬픈 건,

아직은 무심히 지나치지 못해서다.

 

오늘 잠실역에 갔더니, 그가 떠올랐다.

 

 

#. 1기 유니컨 수업 장소로 가려고, 석촌 호숫가를 걷다가 느낌 감상이다. 수업 후, 올 봄에 친구와 걸었던 석촌동 골목길을 찾아 갔다. ‘우리가 왜 그곳에 갔지?’ 길을 걸어도 기억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도무지 안 떠올랐다.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친구 수범이와 상욱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나눈 추억이 많은데 수범인 대개 “우리가 그런 적이 있었냐?” “내가 그랬냐?” 쪽이다. 그럼 상욱이와 내가 서로 확인하여 합심하여 녀석을 몰아세운다. “너 정말 기억 안 나?” 고개를 끄덕이는 수범이, 다함께 웃는 우정 셋.

 

잘 기억하는 놈이 떠나갔으니, 이제 나는 누구와 추억을 나누나.

지난 주, 평택에서 수범이랑 술 한 잔을 마시면서도 이 이야기를 나눴다.

술잔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다가 울다가 했다. 친구로 행복했고, 친구로 슬펐다.

 

#. 가끔씩 시를 쓰는 까닭은

시 아니고서는 슬픔이 너무 쏟아질 것 같아서다.

자위할 정도로만 내어놓고 넋두리될 것들은 가슴에 묻는,

그 절충의 자리가 내겐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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