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피곤함, 인간관계 & 프루스트

카잔 2014. 8. 6. 19:09

 

1.

자주 피곤함을 느낀다. 행복을 요리하는 중이라면, 최고의 재료는 '건강'일 것이다. (재료가 있을 때엔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를.) 먹거리에 늘 신경 쓰는 편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아니, 문제는 없을지도! 체력이 부치는 건, 여름을 나는 중이거나 내가 5년 전보다 나이를 먹은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현상을 인지했으니,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삼계탕이라도 먹을까 보다.

 

피곤함의 증거 : 잠들기 전 하던 잠깐의 운동도 거르게 된다, 낮잠 시간이 길어졌다.

나름의 해결책 : 주 1회 보양식 먹기, 8월 동안 칼로리 섭취 늘리기, (실험삼아) 운동량도 늘리기.

 

2.

'인간관계 너비를 늘리고, 깊이를 더하자.' 요즘의 화두다. 올 한 해 새롭게 만난 사람이 있나, 하고 생각했는데, 떠오르는 얼굴이 없다. 업무 관계로 만난 마이크임팩트 직원과의 미팅, 이마트 HR 담당자가 고작이다. (다시 만나고 싶은 그들이지만, 업무차 만난 관계라 우정의 만남으로 카운팅하진 않았다. 앞으로 우정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지난 해에도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이 없던가? (...) 또 묵묵부답하게 되다니, 아쉽다! 

 

인간관계의 폭이 좁은 건 아니나, 수년 이상 알아온 사람들과 즐겨 교류하는 편이다. 정겨운 와우들, 편안한 지인들 그리고 가끔 만나는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이들과는 더욱 진하게 만나고, 가끔씩은 새로운 인간 관계도 맺고 싶어졌다. 미셸 푸코의 <저자란 무엇인가> 강독회 참가로 하나의 관계가 맺어진 건 긍정적이다. 끝나자마자 집으로 슝 날아오지만, 지적 자극을 받는 관계 형성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3. 

어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수업은 잘 끝났다. (매주 화요일마다 <20세기 프랑스 문학> 수업을 하는 중이다. 8월 말까지.) 워낙 긴 장편이고 중요한 작품이라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 안에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었는데, 나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주어진 시간에 하나의 주제를 정교하게 구성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은, 참 재밌다. 잘 하진 못해도, 나는 분명 이 일을 즐긴다.

 

수업의 전반적 골격은 롤랑 바르트의 '프루스트 읽기'가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바르트는 에세이 <프루스트와 이름>을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 이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타장한 견해인지를 다뤘다. 공부도, 수업도 재밌었다. 청중들도 그랬기를! (수업의 결론은 생략하고, 바르트의 견해만 소개해 둔다.)

 

바르트는 프루스트를 숭배했다. 바르트는 프루스트의 소설에 완전히 심취해서 프루스트라는 작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다. 프루스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유예진은 바르트의 프루스트 예찬을 잘 설명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바르트에게 성경과 같은 ‘삶의 지침서’인 이유는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일과 감정이 모두 이 소설에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자였던 바르트는 성경에서 삶의 지침을 발견하려 했던 것처럼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인간이 경험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갖가지 종류의 감정을 읽어냈다.”

 

“프루스트는 세상을 읽는 완전한 체계다. 다시 말해 이 설명이 매력적이라는 이유 만으로 프루스트의 체계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사건, 만남, 모습, 상황에서 프루스트가 한 번이라도 언급하지 않은 것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프루스트는 나의 기억, 나의 문화, 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마르셀의 할머니가 세비녜 부인을 ‘떠올렸던 것’처럼 나도 언제라도 프루스트를 떠올릴 수 있다. 프루스트를 읽는 기쁨(아니, 다시 읽는 기쁨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은 신성함과 경의를 빼고 성경을 참고하는 것과 같은 행위에서 느껴지는 기쁨이다.” - 바르트, 『텍스트의 기쁨』 中

 

바르트의 에세이 <프루스트와 이름>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 바르트에 따르면 프루스트의 이 저명하고도 무지막지하게 긴 소설은 3막으로 된 한 편의 극이었다. 1막은 쓰고자 하는 욕망의 발견, 2막은 쓸 수 없는 무능력에 관한 깨달음, 3막은 우연한 기억으로 되찾은 글쓰기 소명에 관한 이야기다. 마르셀이 욕망, 좌절, 부활의 단계를 거쳤듯 프루스트도 이 단계를 거쳤을 거라고, 바르트는 믿었다.

 

“프루스트의 소설을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요약한 바르트의 에세이 첫 문장은 그 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독서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이 소설은 비의도적 기억에 의해 과거를 되찾는 것도, 꽃 핀 처녀들에 대한 마르셀의 사랑 이야기도, 샤를뤼스의 변태적 동성애에 관한 것도 아닌 소년 마르셀이 글을 쓰고자 하는 소망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 유예진,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中

 

'™ My Story > 끼적끼적 일상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안일 3종 세트와 맞바꾼 것  (2) 2014.08.11
주위를 둘러보니  (4) 2014.08.09
인간적이고 행복한 그리고...  (0) 2014.08.04
그리움의 크기  (2) 2014.07.24
슬픈 귀갓길  (8) 201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