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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선택에 관하여

카잔 2015. 11. 25. 08:47

책의 선택에 관하여

요즘의 독서생활 단상 (4)

 

1.

올해 들어서부터 부쩍, 중요한 책들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매주 신간이 쏟아지고, 언론은 새로운 책과 엄청난 책들로 나를 유혹한다. 지적 욕망이 열렬한 독서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금세 산만한 독서 행위를 하거나 피상적인 책을 손에 들고 만다. 한방향 정렬이 되지 못한 책 읽기, 어느 하나도 전문성에 이르지 못한 잡다한 지식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이런 독서가라면, '집중력'이라는 화두에 집중해야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책읽기의 방향을 확인하고, 자주 나를 단속해야 했다. 전문성을 갖고 분야(주제)는 무엇인가, 읽어야 할 필수도서는 무엇인가, 왜 그 책을 읽는가, 방금 읽은 책의 주제와 핵심내용은 무엇인가 등을 자문한다. 그리고 내가 읽는 책이 나의 전문성과 계획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따졌다. 책을 읽기만 하는지(읽기만 해도 뭔가 해내고 있다는 기만적 느낌을 조심해야 한다), 이해하고 소화하고 있는지는 살핀다.   

 

2.

1번 내용을 이야기하면, 내가 책읽기를 심각한 과업으로 여긴다는 오해를 산다. 천만의 말씀이다. 나의 천성은 책임감이 없고, 훈련을 유독 싫어한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책은 이내 내려놓고 만다. 나는 규칙, 훈련보다는 자율, 낭만을 좋아한다. 나의 또 다른 천성은 성찰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는 말이다. 지적 호기심 또한 나의 천성이다. 무엇이든 알고 싶어한다. 지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삶의 방식이다.

 

1번 내용은 낭만, 성찰, 호기심이 버무러진 자연스러운 내 모습이다. 읽고 싶은 대로 아무 책이나 잡아들고 읽는 나를 성찰하고 나면, 이런 귀결에 다다른다. '아! 책을 너무 산만하게 읽어왔구나. 이러다간 잡다하게 많은 것들을 얕게 아는 사람이 되겠구나. 나도 하나 정도는 깊이 있게 알고 있다. 나의 지적 호기심에 걸려든 주제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다.' 내게 독서는 별다른 노력이 드는 일이 아니고, 남독에 이르기 쉽기에 나를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들여다보는 작업, 성찰 또한 나의 습관이다.

 

3.

20대와 지금의 책 선택 노하우는 조금 달라졌다. 가령, 20대에는 일간지의 토요일자에 실리는 북섹션을 늘 챙겨 읽었다. 가끔씩은 책에 대한 책을 읽어 좋은 책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한 분야에 대해 첫발을 들일 때면, 그 분야의 선배나 전문가들에게 좋은 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나의 독서생활을 도와 주었다. 요즘에는 가끔씩 북섹션을 본다. 내가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과 독서의 목적이 분명해서 다른 책들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많지 않아서다.

 

북섹션이 아니더라도 화제 도서는 인터넷 서점 메일링이나 서점의 매대에서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책에 대한 책을 읽는 일도 드물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 저자들의 책에 대한 정보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때부터는 나보다 공부를 적게 하는 저자들도 눈에 들어왔다. 읽어야 하는 책이 줄어들어서 기분 좋았다. 교만은 아니리라. 여전히 읽어야 할 책이 많음을 잘 인식하고 있으니. (이를테면, 책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역사서이긴 하지만 로버트 단턴의 금서 이야기 『책과 혁명』은 책과 독서에 대한 사색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전히 출간되기만 한다면 구입해서 읽을 최고의 독서가들도 있다. (이를테면, 마이클 더다.)

 

20대나 지금이나 여전히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원칙도 있다. 자신에게 끌림을 주는 흥미 지향적 독서, 그 책을 선택한 이유를 해결하는 목적 지향적 독서, 자신의 꿈에 다가서는 비전 지향적 독서, 인류의 정신과 문화적 유산이 담긴 고전 지향적 독서를 하라.(『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p.120) 20대부터 이렇게 책을 선택하여 읽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강한 끌림을 주면 읽고, 독서비전을 이뤄주는 책을 읽는다. 비전과 고전이라는 키워드는 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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