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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 활동에 대하여

카잔 2015. 11. 24. 23:29

독서 후 활동에 대하여

- 요즘의 독서생활 단상 (3)

  

1.

한 권의 책을 완독하고 나니, 얼른 다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솟아났다. 나는 욕망을 잠시 눌러두었다. '떠오르는 대로' 읽은 소감을 정리해 두기 위해서다. 책을 읽은 후에 이어지는 활동이 중요하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독서 후 활동의 중요성!) 두 가지가 독서 후 활동의 키워드다. 실천 그리고 사유! 나는 한 구절이라도 책의 내용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거나 한 대목이라도 붙잡아 자기 머리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결국 본인이 꽃피우는 독서의 결실도 두 가지다. 실천하여 삶을 바꾸거나 생각하여 깊어지거나.

 

2.

나는 독서 후 무언가를 끼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내용이 무엇이든 좋다. 소감, 단상, 감정 등을 적어도 좋고, 책의 구절을 옮겨와도 좋다. 형식이 어떠해도 괜찮다. 그림으로 표현하든, 핵심내용을 번호를 매겨가며 정리하든, 술술 글로 풀어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끼적인다는 행위 자체다. 당신도 독서 후 활동의 중요성을 알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것이다. 끼적여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으면, 기억이 안 나더라도 다음에 또 읽으면 된다. 읽기의 즐거움도 있지 않은가. 애석하게도 우리는 책만 읽을 순 없다. 그렇기에 책읽기 + 끼적임을 통해 읽은 것을 익히는 것이 남는 장사다.

 

끼적임은 글쓰기의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메모에 가까운 행위요, 사유의 도구로 메모를 활용하려는 의도다. 처음 독서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는 노트를 하나 마련하여 독서일지를 써 나갔다. 일지쓰기는 독서에 대한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되었다. 독서일기는 곧 생각일기라 불러도 될 정도로 이런저런 생각을 펼쳐 나가도록 도와 주었다. 노트도 좋고, 블로그도 좋고, 책의 간지도 좋다. 실천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책을 읽었는가. 그렇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10개 구절만 옮겨 적어보시라. 이것은 훌륭한 독서 후 활동이다. 옮겨 적다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 단상을 덧붙여 두면 된다.

 

3.

책읽기 VS 글쓰기. 글쟁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읽기가 부실하면 글이 허약해지고, 쓰기에 불성실하면 지갑이 가벼워진다. 읽기가 극대화되면 쓸 시간이 줄어든다. 쓰기에 집착하면 자칫 쓰기 위한 삶을 산다. 이것은 모두 단순화시킨 논리이기에 고려할 점들이 남아 있지만, 읽기와 쓰기 사이의 대략적 관계는 짐작하시리라.  

 

읽는 것이 쓰는 것을 앞선다. 스무 살부터 시작된 나의 독서 인생을 들여다본 결과다. 20대에는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확연히 많았다. 서른을 전후로 읽기와 쓰기의 간격이 조금은 좁아졌지만 여전히 읽는 것이 멀찌감치 앞서갔다. 무엇보다 20대인 나의 책읽기는 읽는 대로 실천하는 독서였다. 그때에도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더 큰 관심은 내 삶의 변화와 도약이었다.

 

책을 향유하지 못하고 소비만 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은 삼십대 초반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나는 실천하는 독서 습관을 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쓰는 습관을 덧붙이고 싶었다. 읽는 대로 사유하고, 읽는 족족 쓰자고 다짐했다. 쓰지 못하면 밑줄 친 구절에 대해 생각이라도 하자! 요즘엔 독서한 것으로 사유하고 글쓰기가 그런대로 되어가고 있다. 『공항에서 일주일을』도 다 읽은 후, 여러 구절을 곱씹어 보았다.

 

읽었는데도 쓸거리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때에도 글쓰기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없다. 쓸거리가 없는 순간은 공부에 매진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읽는 족족 쓴다는 말은, 읽으며 쓸거리를 얻은 경우의 말이다. 읽었는데도 영감을 얻지 못한 경우라면... 계속 읽어가라는, 그리고 생각하라는 표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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