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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행진과 독서 내공

카잔 2015. 11. 24. 08:08

독서 행진과 독서 내공을 위하여

- 요즘의 독서생활 단상 (1)

 

1.

모처럼 며칠 만에 책 한 권을 읽었다(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 쉽고 얇은 책이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이든 부피든 묵직한 책을 읽어온 요즘인지라, 한 권의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어낸 건 오랜만이다. 약간의 성취감을 느꼈다. 성취감은 노고에 비례하는 법이다. 쉽게 읽었기에 기쁨이 크지는 않았지만, '다음 책도 끝까지 읽어야지' 하는 정도의 욕망을 부추기는 데에는 충분한 성취감이었다. 

 

책상에 '읽다 만 책'을 쌓아두어도 압박감을 받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독서생활을 역동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종종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책의 마지막 장까지 완독(完讀)하고 싶은 네 권의 교양서다. 『동물원에 가기』,『생명연습』,『수잔 손택의 말』,『인기 없는 에세이』. 읽었던 책들도 있고, 읽다 만 책들도 있다. 새로운 책은 없다. 중요한 사실 : 나의 독서 행진에 활력소가 되어 줄 책들!

 

2.

올해 읽은 책들을 훑어보니 끝까지 읽어낸 책이 거의 없다. 예전처럼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읽거나, 이책 저책 찔끔찔끔 읽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아한 이유가 있다.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도 완독하기가 어려운 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이다. 올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책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과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이다. 두 권 모두 절반도 읽지 못했다. 문자는 읽혀도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구절이 워낙 많아, 진도가 더딘 책들이다.

 

요즘도 매주 이 책들을 읽는다. 인식의 확장과 전환을 불러일으킨 대목이 많기에 완독이 주는 성취감과는 다른 류의 지적 희열을 맛볼 때가 많다. 앞서 언급한 책들이 독서 여정을 행진하게 만든다면, 이런 책들은 나를 의자에 앉혀 사유하게 한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3~4쪽짜리 짧은 에세이 하나를 일주일 내내 거듭 읽기도 했다. 독서 내공을 높이기 위해서는 완독이란 단어를 잠시 제쳐두고, 이처럼 느긋하고 정성스럽게 읽는 정독(精讀)도 필요하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두 권의 책을 완독하지 않을까 싶다.

 

3.

올해 안으로 읽기로 한 책들 VS 실제로 남은 올해의 시간. 둘을 비교하며 연말의 여러 일정을 생각하니, 결국 올해 목표를 또 내년으로 넘기게 생겼다. 연례행사처럼 행하는 이 미루기 습관을 새해에는 정말 고치고 싶다. 이런 다짐 역시 매년 반복되었던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다.

 

12월은 한해를 갈무리하는 시기다. 나는 독서생활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어제,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을 가지런히 정돈했다. 지적 깊이를 위해 읽어야 하는 필수 도서들(지적 독서), 마음 가는 대로 손에 들게 될 교양 도서들(유희적 독서) 그리고 자기경영 수행자로서 읽어야 할 지혜를 담은 책들(실용적 독서).

 

* 지적 도서 : 수잔 손택의 에세이 7권, 발터 벤야민의 에세이들,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의 즐거움』,『글쓰기의 영도』,『S/Z』! 이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읽을 책들이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저먼 지니어스』로 독일의 지적 전통을 이해하는 일이 그 다음이 되겠다. 니체를 얕게나마 이해해야 푸코 읽기가 수월해질 테니, 틈나는 대로 니체를 공부하는 것도 지적 독서의 중요한 목표다.

 

* 교양 도서 :『그리스인 조르바』,『데미안』,『모비딕』,『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네메시스』,『예술의 힘』,『헤로도토스의 역사』,『저항의 인문학』,『정치의 무늬』,『미메시스』,『불평등한 어린 시절』

 

* 실용 도서 :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어떻게 인생 목표를 이룰까』,『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인생수업』,『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실행 천재가 된 스콧』

 

앞으로 2~3년 동안 읽어야 할 분량이다. 완독과 정독 모두를 활용하며 읽어갈 것이다. 나는 기술한 순서대로 읽지는 못할 것이다. 다른 책들에게도 기웃거릴 테고. 정갈하게 실천한 생각이 없음에도 이 목록을 작성한 이유는 분명하다. 위의 책들은 내 집중력의 초점이 되거나, 나의 비전으로 향하는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아마 목록이 추가되겠지만, 내년 한해를 살면서 위의 책들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