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카잔 2015. 10. 15. 08:11

1.

최고의 책읽기 방법은 슬로리딩이다. 천천히 읽을수록 독서의 효과가 향상된다. 많은 현대인들이 냉면을 들이키듯 후루룩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조사하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조차 그냥 건너 뛴다. 조사하거나 사전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

진중하게 시간을 내어놓은 이들이 학습에 성공한다. 벼락치기에 성공한 이들은 손에 쥔 단기기억에 잠시 만족하지만, 감(感)하고 동(動)하지 못한 지식은 모래알처럼 움켜쥔 손을 빠져나간다. 현대는 속도전을 벌이는 시대다. 소중한 이에게 느긋하게 편지를 쓰는 기쁨,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행복을 앗아간 시대다. 최고의 독서를 하려면 분주한 마음부터 컨트롤해야 한다. 고대든, 중세든, 현대든 시계의 속도는 똑같다. 다른 것은 우리 마음의 여유다.

 

3.

소비는 써서 없애는 활동이다. 경제적 의미로는 욕망 충족을 위해 재화와 용역을 소모하는 일이다. 책읽기도 소비가 될 수 있다. 책을 게걸스럽게 읽지만 남는 것이 없다면, 소비하는 독서다. 책의 내용을 '누리어 갖는' 향유하는 독서가 중요하다. 슬로리딩의 목표는 느리게 읽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게 읽으면서 책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4.

수업을 듣든 책을 읽든 학습이 되어야 한다.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거나 눈으로만 읽어나간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감 외에는 얻는 것이 적다. 배움에 대한 욕심이 넘쳐나면 익힐 시간이 사라진다. 욕심 아닌 열정이 좋다. 사유하고 실천하면서 몸으로 익힐 시간을 빼앗아갈 정도라면, 배움의 열정이 욕심으로 전이된 것이다.

 

5.

우리는 건강을 위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약속을 늘려야 말은 아니다. 약속이 아닌 활동을 늘려야 한다. 계단을 자주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는 건강에 좋다. 엘리베이터나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편안하지는 않지만 건강에는 좋다. 마찬가지로 지적 건강을 위해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책의 권수가 아닌 독서 시간을 늘려 좋은 책을 천천히 읽고 거듭 읽는 게 좋다. 책 한 권을 뗐다는 성취감은 줄어들 테지만, 지력과 삶의 변화는 더욱 커진다. 

 

6.

나는 버트런드 러셀의 에세이들을 천천히, 거듭, 읽었다. 천천히 세번씩 읽은 에세이들이 여럿이다. 그러고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세 편의 에세이를 후루룩 읽은 시간에 한 편의 에세이를 천천히 읽는 것이 더욱 유익하다. 세 편을 읽었다는 결과적 쾌감이 있지만, 그것은 이내 소비되는 감정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슬로리딩으로 향유하는 독서를 할 것이다.

 

7.

슬로리딩을 강조하는 히라노 게이치로나 에밀 파게와 같은 독서의 달인들이 있는가 하면, 책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명사(김정운 교수)나 속독을 강조하는 저자들도 있다. 효율적인 정보 습득을 위해서는 후자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독자의 목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거나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슬로리딩이 효과적이다. 정보 습득은 인터넷 서핑이나 다큐멘터리 시청이 독서보다 효율적일 때가 많다. 반면 저자를 조사하고, 모르는 내용을 공부하고, 토론과 실천을 병행하는 책읽기는 독자를 독서만의 고유한 가치와 유익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