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고통이 나를 일깨우니

카잔 2015. 12. 16. 14:04

허리를 삐긋했다.
숨이 턱턱 막혀
억, 억 하는 신음이
연신 흘러 나왔다.

 

희망이 나를 다독인다.
하루 가고 이틀 후면
나을 거라는 소망이
통증 틈에서 숨 쉰다.

 

친구가 아른거린다.
췌장 속에 팔개월 동안
악성 종양을 품고 살며
절망까지 감내했던 그.

 

삶의 희망이 사라지면
절망 아닌 공포가 된다.
"어젯밤엔 좀 다르게 아팠어.
이번 주일까봐 겁이 나."

 

요통으로 몸부림치며
어찌할 수 없었던
도망갈 수도 없었던
친구의 공포를 체감한다.

 

그는 떠났고 해가 바뀌었다.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나의 곁에서 그가 종종 속삭인다.
"내 친구가 되어 주어 고맙다."

 

고통이 나를 일깨운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유대감과
살아있음에 펄떡일 이유를.
살아있으니 겁 먹을 필요 없음을.

 

고통이 다듬은 감수성으로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싶다.
요통이 나를 떠나가고
끙 하는 소리 잦아진 후에도.

 

*

이틀 동안 허리가 아팠다. 누구나 한번쯤 허리 삐긋해지는 경험을 할 텐데, 이번엔 내 차례였다.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편안히 받아들였다. 인내는 강인한 정신이지만, 개선할 수 있는 일을 참는 것은 미련함이다. 나는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적극적인 대처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까지는 늘 인내를 택하는 쪽이었지만, 이제는 적극성을 제2의 천성으로 만들고 싶다. (잘 되려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내밀길래 다시 처박아 넣었다.)


그리움은 이런 의지적 태도와는 별개였다. 아픈 내내 친구가 떠올랐다. 그리움은 아름다운 감성이지만, 더 아름다워야 할 '현재'를 그리움에게 모조리 내어주기는 싫었다. 그래서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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