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연말연시 & X-mas 이브

카잔 2015. 12. 24. 19:05

연말연시

 

바람이던가

휙휙 지나가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에 잡히지도 않네

 

일정과 약속 품은

다이어리는

영혼의 기록과 의미는

담지 못했네

 

마음은 푸근하니

벗들과 함께한 시간

시간을 채웠던 대화

대화로 영근 그윽함

 

또 바람이던가

年末이 훠이 흘러가니

年始가 찡긋 살랑이며

살갑게 다가오네

 

365일 새 날들을

잔나비라고 부르던가

힘써 재주를 부려야겠네

떨어져봐야 하늘을 날지

 

*

휙휙 지나가는 연말의 날짜들을 보니 매일 일기를 쓰면 좋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화수 3일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월요일 12시간, 화요일 11시간을 사람들과 어울리느면서 보냈다. 수요일에는 용인에서 3시간짜리 강연을 진행했고 저녁에 다시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라고 해 봐야, 나는 막걸리 한 병 또는 와인 반 병이지만.)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종일 애일당에서 보냈다. 두어시간은 책을 읽었다. 한 시간 동안 정리정돈도 했다. 리버럴 아츠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며 이에 관한 개념을 정립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새해 글쓰기 계획도 다듬었다. 어느 새, 밤이 되었다. 시간은 아직 저녁이고 세상은 크리스마스로 흥겹게 들떴지만, 이곳은 조용하다.

 

김광석을 들을까 하다가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이의 꿈>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노래지만, 지금은 조금 시끄럽게 들린다. <언젠가는>을 들었더니 좀 더 낫다. 언제나 가슴을 치는 가사다. 후속곡 리스트로 김광석, 가을방학이 좋겠다. 처음부터 김광석을 시작했어도 좋았을 텐데... 순간 이것이 '공개'되는 포스팅임을 '의식'했다. 나 답지 않게.

 

2016년 병신년에는 세상이 내게 부여하는 '너다움'을 사양하고

스스로 발견해 온 '나다움'을 향해 달려야겠다.

원숭이처럼 재주도 부려 봐야지. 나무에서 떨어지면 뭐 어떤가.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은 드물고도 힘들다." - 『에티카』에서, 스피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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