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평생공부 가이드』개요

카잔 2016. 1. 20. 11:01

 4주짜리 리버럴 아츠 수업을 진행하면서 두 권의 필독서를 정했습니다. 『평생공부 가이드』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입니다. 교양교육을 지켜야 하는 이유나 리버럴 아츠에 대한 개념 정의보다는 리버럴 아츠의 '개인적 실현'에 중점을 둔 선정입니다. 교육 정책 입안자나 담당자가 아닌, 학습을 통해 지혜와 지성을 쌓기를 열망하는 분들이 수업에 오시니까요.

 

모티머 애들러의 『평생공부 가이드』는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을 이해하고 있으면 더욱 깊이 있게 읽게 되는 텍스트입니다. '지식의 골자'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공감하게 될 테고요. 학문 분과에 연연해하지 않는 '종합적 학식'을 쌓고 싶은 분들은 두 번을 읽어도 좋겠습니다. 책의 개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독서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길 바랍니다.  

 

1부에서 애들러는 현대인들의 지적 나태를 지적한다. 비판 대상은 백과사전, 대학, 도서관이다. “이들 사이에는 뚜렷한 유사점이 있다. 셋 모두 일정한 규모를 갖추고 나면 당대에 알려진 영역 전체, 인간 학식의 범위 전체를 포괄한다고 주장한다.”(p.59) 하지만 백과사전과 대학은 알파벳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애들러의 문제의식이다. ‘알파벳주의’란 “알파벳순 배열 이상의 좋은 배열법을 궁리해 낼 수 있는데 이를 거부하는 지적 결함”을 가리키는 애들러식 표현이다.

 

그는 ‘연대순 배열’을 알파벳주의와 함께 지적 나태라고 지적했다. (저자조사를 할 때 저술목록을 연대순으로 배열하면 책들을 가치 판단하는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이것은 지적 게으름이다.) 도서관은 고유한 분류법을 사용하지만, 항목들간의 중요도나 관계를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알파벳주의와 같은 한계를 가진다.

 

2부는 20세기 이전의 지식을 개관한다. 많은 사상가들이 나름으로 지식의 갈래를 주장해 왔다. 지식이 다뤄진 역사를 살피면, 오늘날의 학문 분과의 발생 이유, 존재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상가들의 지식 갈래는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지금 우리가 활용하는 지식의 갈래(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에 대한 절대적 확신은 위험함이 아닐까.

 

3부의 제목은 ‘백과사전의 결함을 치유하기 위한 현대의 노력’이다. 프로피디아, 서양의 위대한 책들, 신토피콘이 키워드다. 프로피디아는 지식의 골자(지적 얼개)를, 신토피콘은 ‘위대한 관념’(주제의 집합, 주제어 색인)을 뜻한다. 헬라어를 가져와 괜히 어렵게 보이지만, 프로피디아, 서양의 위대한 책들, 신토피콘을 간단히 표현하면, 지적 얼개, 고전, 근본개념이 된다. 애들러는 10개 카테고리의 프로피디아, 저자 74명의 443편의 책을 담은 것이 『서양의 위대한 책들』, 102개의 위대한 관념을 제안했다. 『서양의 위대한 책들』은 1952년에 54권이 출간되었고, 1990년에 2판으로 60권이 출간되었다.

 

4부는 결론을 위한 ‘철학적 성찰’이다. 결론에서 다룰 내용 중 근대 지식의 개관과 알파벳주의라는 문제의식으로 설명하지 못한 대목에 관해 논리적 근거를 대는 부분이다. 정신의 자산이라는 개념과 파이데이아와 에피스테메가 핵심이다. 4부에서는 결론에서 다룰 핵심 내용들에 관해 관념적 정의를 내린다.

 

결론은 실제적 제안이다. 공부의 첫걸음으로 “읽고 토론하라”는 주장이 인상 깊었다. 애들러는 철학과 시를 동등하게 보지만, (그가 철학자임을 감안하더라도) 역사학의 힘을 간과한 건 아쉽다. “프로피디아(지식의 골자)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교양인”(210쪽)이라는 언급에서는, 현대의 전문화된 학식 체계를 감안할 때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애들러의 기준에 부합하는 교양인으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생겼는데, 찾아볼 가치가 있겠다.

 

'♥ Book Story > 즐거운 지식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권의 교양과학 도서  (0) 2016.02.06
책, 세심하게 읽지 마라  (0) 2016.01.25
『평생공부 가이드』단상  (2) 2016.01.11
독서는 작은 자살이다  (2) 2015.12.07
책의 선택에 관하여  (0) 201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