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교수가 쓴『세상 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2015)을 읽는 중입니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은 세 가지입니다. 1)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저술 분야 수상작이라는 점과 2) 물리학을 교양 수준으로나마 알고 싶은 지적인 열망 때문입니다. 3) 좀 엉뚱한 이유인데,『세상 물정의 사회학』(사계절, 2013)과 출판사가 다른데 어찌 자매편과 같은 제목을 달게 되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독서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중간 평가를 하자면, 1) 수상할 정도까지의 좋은 책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물리학은 접하기에도 세상 물정을 알기에도 가벼운 내용 일색입니다. 교양서로 자리매김하려면 이 정도의 난이도로 맞춰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하는 중이네요. 2) 통계물리학이 무엇인지, 일상과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겠습니다. 3) 좀 더 읽어봐야겠네요. 제목의 사연과 추천하신 분들의 감탄에 공감하려면.

 

"리트윗의 진원지는 어디일까"라는 제목의 글에 나오는 '연결망 효과'는 개인적인 화두라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척도 없는 연결망 Scale-free network' 이라는 개념에 대해 궁금하여 별도로 찾아보기도 했고요. 종 모양의 그래프를 나타내는 정규확률분포와는 달리 척도 없는 분포는 무작위의 모습입니다. 각설하고) '연결망 효과'에 관한 저자의 설명을 보시죠.

 

정보가 마당발인 친구, 그 친구의 친구들과 같은 식으로 몇 단계 만에 수많은 사람에게 파급되는 '연결망 효과'의 힘은 정말 크다. 특정 뉴스가 실시간 뉴스 검색 상위로 오르면, 뉴스 내용에 우선해 상위에 올랐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그 뉴스를 보게 되고,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른 책은 바로 그 이유로 더 많이 팔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p.72)

 

저는 '연결망 효과'의 역할과 기만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마당발은 '인간관계가 넓어서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정보를 순화시키는 이들입니다. 종종 부정확한 지식을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하고요. 인터넷은 자료의 천국입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만이 정보가 된다는 애들러의 구분에 따르면, 인터넷은 정보의 천국은 아닌 셈입니다. 이런 양면성에 대한 사유가 저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2.

라파엘 오몽의 『부엌의 화학자』도 읽고 있습니다. 두 권의 교양과학서를 겹쳐 읽는 셈인데, '교양과학서'는 올해 독서 목표의 세 번째로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최우선 순위는 '고대 그리스의 고전'이고요.) 『부엌의 화학자』는 파리 제11대학교의 화학 교수 '라파엘 오몽'입니다. 단지 과학자가 쓴 대중적인 교양서 이상의 책입니다. 프랑스 최고의 인기 셰프인 '티에리 막스'와 협업하여 <프랑스 요리혁신센터>를 이끄는 라파엘 오몽은 "과학과 예술은 함께 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보여 줍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예술과 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저명한 과학저술가 에른스트 페터 피셔도 『과학한다는 것』에서 (에곤 피델의 견해를 소개하며) "만약 대중들이 과학적 작업에 대하여 상상할 수 있게 하거나 연구에 대해 실감을 느끼기를 바란다면 예술적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나아가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하여 '예술로서의 과학'이라는 제목 하에 과학문화를 이해하는 교양층을 만들어내기 위한 제안을 담았습니다. 『부엌의 화학자』는 '예술로서의 과학'을 보여주는 하나의 케이스입니다.

 

3.

케빈 랠런드와 길리언 브라운의 공저 『센스 앤 넌센스』는 교양서라고 하기엔 두껍고 전문적입니다. 책 표지의 문구는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라고 소개합니다. 이 책을 여섯 글자로 소개하면 '진화론 교과서'가 제격일 겁니다. 이 책을 읽는 재미가 큽니다. 제가 개념 정리와 지적 얼개 구축을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1) 진화론적 접근방법을 이용하여 인간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접근 방법에 따라 다섯 분과로 구분한 내용 2) 인간의 행동과 진화를 다룬 대중서적들의 위상을 파악해 주는 내용. 위상 파악은 제게 정말 재밌는 작업인데, 다음과 같은 작업입니다. (저자들의 탐구 방식이 제가 『범람하는 인문학』이나 『시간 예술가』를 집필한 방식과 똑같아서 놀라기도 했네요.)

 

인간의 행동과 진화를 다룬 대중서적들은 이미 많이 출판되어 있다. 예컨대 『이기적 유전자』,『제3의 침팬지』,『다윈의 위험한 생각』,『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밈』 등이 그것이다. 이 책들은 하나같이 인간성에 대한 독특하고 자극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의 진화에 대해 단일한 관점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며, 진화심리학 또는 미메틱스와 같은 특정 학파와 견해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p.8)

 

리처드 도킨스, 제레드 다이아몬드, 스티븐 핑거 등 쟁쟁한 이들의 책에 대한 비판입니다. 인용문은 널리 알려진 책들이라고 해도 비판적 독서를 해야 함을 보여 줍니다. 어떻게 비판해야 하는지는 책을 전부 읽어야 알게 될 테고요. 한 가지는 언급해 두고 싶네요. 위상 파악은 지성을 쌓는 필연적인 과정이지만, 자칫 독단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개별 텍스트에 대한 개인적인 독해 없이 전문가의 견해만을 추종하면, 관점은 갖되 텍스트에 대한 구체적 지식은 빈약하게 됩니다. 구체 없는 관점은 치우친 이상주의 또는 과도한 독단이 됩니다. 훌륭한 관점은 개별 지식 -> 넓은 안목 -> 하나의 관점의 순서로 탄생하니까요.

 

Posted by 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