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우선적으로 읽을 교양 고전들

카잔 2016. 2. 11. 17:33

시카고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와 같은 학교의 교수였던 모티머 애들러는 각각 편집장과 부편집장을 맡아 많은 학자들과 8년간 협업하여 54권의 『서양의 위대한 책들 Great books of the western world』(1952년, 이하『Great books』)을 출간했습니다. 호메로스부터 프로이트까지 2,800년을 가로지르는 저자 74명의 443 편의 저작 목록입니다. 20세기 후반에는 6권이 늘어나 60권이 되었으니 수록된 저작 목록은 좀 더 많아졌습니다.

 

 

1권과 2권은 60권의 주요 개념을 소개하는 색인(신토피콘)이고 3권부터 서양의 고전이 실렸습니다. 3권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3권에는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의 비극 전편(각 7편)이 수록되었으니 각 권마다 분량이 방대합니다. 55권부터는 20세기의 자연과학, 사회과학 그리고 문학과 철학의 고전들을 담았고요.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 카프카의 『변신』,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의 문제들』 등입니다.  

 

저는 지성인이기를 꿈꿉니다. 꿈에 걸맞은 실천가이고 싶습니다. 일생동안 꾸준히 『Great books』의 목록들을 읽어가렵니다. 3권부터 빠짐없이 순서대로 읽지는 않겠지만, 주요한 책들 또는 제게 편안한 책들부터 꾸준히 이어갈 생각입니다. 특히 올해는 고대 그리스의 고전들을 집중적으로 읽어 보려고요. 이러한 열망을 가진 터에 명절 동안 읽은 『교양이란 무엇인가』는 나의 고전 읽기를 재촉하는 것 같았습니다.

 

『교양이란 무엇인가』는 도쿄대학교 교양학부의 부설기관인 '교양교육개발실'에서 교재 개발의 일환으로 기획된 독서론 강의를 엮은 책입니다. 워낙 많은 교양 관련서를 읽어온 터라 교양론에 대한 탁견이나 새로운 지식을 얻지는 못했지만, 독서 목록이 주는 울림이 컸습니다. 사실 뻔한 목록입니다. 다만 저의 갈급함과 결합되어 "이번에는 기필코"라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갈급함은, 교양에 대한 저의 목마름을 말하고요.

 

 

도쿄대학교의 두 교수(다카다 야스나리, 나카지마 다카히로)가 <벽 저편의 교양서>라는 챕터에서 소개한 책들입니다. 두 교수는 동서양의 문명에 관해 폭넓은 식견을 가진 다섯 명의 학자들에게 도서 추천을 부탁했습니다. 사진 속 목록은 두 명 이상의 학자들에게 추천 받은 책들이고요. 『신곡』,『일리아스』는 다섯 명 모두에게 추천 받은 책입니다. 문학, 역사, 철학을 막론하고 그리스 고전들이 고루 이름을 올렸네요.

 

독서와는 별개로 살았던 십대 시절이 아쉽긴 합니다만, 교양을 쌓기에 늦은 나이란 없겠지요. 지금부터라도 시간 날 때마다 때로는 시간을 내어 독서에 열심을 내 보렵니다. 2016년에는 『일리아스』,『오뒷세이아』,『그리스 비극 걸작선』,『향연』,『니코마코스 윤리학』,『펠로폰네소스 전쟁사』,『적과 흑』,『악의 꽃』을 제대로 읽고 싶네요. 한 해 동안 이 책들만 완독해도 독서 결실이 풍성할 것 같습니다.

 

동서양의 위대한 책들을 읽겠다는 열망은 오래 전부터 가져온 열망입니다. 7~8년 전,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을 읽으면서도, 로버트 허친스와 모티머 애들러가 주도하여 이뤄낸 the Great Books Program(국내에선 시카고 플랜이라 잘못 알려진 '허친스 플랜'의 고전 읽기 프로그램)을 접했을 때에도 열정이 뜨거웠지만 진득하게 실행하지는 못했네요. 이번에는 정말 다르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