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인터넷 서핑은 시간도둑이다

카잔 2016. 2. 15. 23:37

당신의 인터넷 서핑, 이대로 괜찮으세요? 시간활용 차원이나 유용한 정보의 습득 면에서 효과적인지, 낭비적 요소는 없는지 묻는 겁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마저 대한민국으로 전달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에서 일어난 이색 뉴스가 인터넷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저는 수년 전, 뉴욕의 노 팬츠의 날(No Pants Subway Ride, 노 팬티의 날이 아님)에 관한 기사를 클릭한 적이 있습니다. 무료한 일상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바지를 벗고 지하철에 탑승하는 날입니다. 여섯 명에서 시작된 이색 이벤트가 유럽 국가들에게까지 전해졌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지성이나 의미를 채워주는 정보는 아닙니다.

 

이런 기사를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자칫하면 우리의 시간이 중요하지 않은 기사에 소비될 수 있음을 인식하자는 말입니다. 이런 기사를 읽는 것으로만 활용하기에는 인터넷은 무척 유용하고, 습관적으로 수십 분을 불필요한 인터넷 서핑으로 보내기에는 하루는 매우 소중합니다. 현대인에게 인터넷은 두 얼굴의 동반자입니다. 시간도둑이거나 조력자거나.

 

무한한(!)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의사결정, 학습, 오락, 교류의 조력자입니다. 때때로 시간도둑으로 변신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에게 인터넷은 정말 훌륭한 도구입니다. 이야기를 조금 좁혀서 인터넷을 학습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할까 합니다.

 

인터넷이 학습의 도구가 되려면, 주도적인 사용자가 되어야 합니다. 평생 몰라도 되는 기사나 포스트를 읽느라고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면 주도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중요한 지식의 순위가 아닙니다. 연결망 효과에 의해 실시간으로 관심을 받는 뉴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보가 마당발인 친구, 그 친구의 친구들과 같은 식으로 몇 단계 만에 수많은 사람에게 파급되는 '연결망 효과'의 힘은 정말 크다. 특정 뉴스가 실시간 뉴스 검색 상위로 오르면, 뉴스 내용에 우선해 상위에 올랐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그 뉴스를 보게 되고,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른 책은 바로 그 이유로 더 많이 팔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김범준 『세상 물정의 물리학』 p.72)”

 

오늘 클릭한 기사는 연결망 효과에 의해 선택된 건가요, 아니면 주도적인 필요에 의해 선택된 건가요? 후자가 되려면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알고 싶은가’를 물으면 됩니다. 토론토 대학의 철학과 석좌교수인 토마스 허카는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지식의 종류를 세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제 언어로 다듬어 정리하면 세계를 아는 지식, 주변을 아는 지식, 자기를 아는 지식이 됩니다.

 

가장 중요한 지식은 무엇일까요? 어느 하나의 지식보다는 세 지식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저는 하나를 보태어 네 가지의 지식으로 구분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쓸데없는 지식입니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쓸데없는 지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물론 역설적인 의미입니다. 쓸모없는 지식이 너무 많아 정작 유용한 지식으로의 접근 가능성이 차단되곤 하니까요.

 

20년 전만 해도 우리의 일상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저희 집에 인터넷이 들어온 해는 1998년입니다. 1996년에는 뉴욕에서 벌어진 이벤트가 제 관심을 끌 확률이 극히 낮았습니다. 인터넷 활용이 잦은 이들의 시간관리 기술 하나는 읽지 않아야 할 기사를 읽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말을 학습에 적용한, 게티스버그 대학 다니엘 드니콜라 교수의 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오늘날 아주 중요한 학습기술 중 하나는 배우지 않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