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짧은소설 긴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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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2016. 2. 24. 00:19
[짧은 소설] 남자는 여자를 떠나려 했다. 여자는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놀랐지만, 인생사는 갑자기 일어나는 법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달랬다. 아버지는 예정된 날이 아닌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회사에서는 한 마디의 언질도 없이 갑자기 그녀를 해고했다. '갑자기'는 인생사의 본질이었다.

 

이번이 두번째 통보였다. 일년 전에도 남자는 이별을 고했었다. 그때는 붙잡았지만 이번에는 안 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여자는 부탁했다. "내게 조금만 시간을 줘. 마음 정리할 시간을."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그의 눈빛에서 사랑이 아닌 동정을 본 것 같아 슬퍼졌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튿날 오전 10시 20분에 여자는 카카오톡을 보냈다. "어제는 잘 들어갔어?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11시 3분이 되어서야 답변이 왔다. 여자는 곧바로 회신했다. 회신 시각도 11시 3분이었다. 그는 여자의 카톡을 금방 확인하지 않았다. 남자는 카톡을 남기자마자 카톡방을 나갔다가 한참 후에야 확인하고 회신했다. 

 

그녀는 카톡이 오자마자 회신했다.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남자는 또 카톡방을 나가고 없었다. 여자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남자가 자기를 적당히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나의 연인과 잠시 카톡 나눌 시간은 있지." 예전에 그가 다정하게 건넸던 말이 떠올라 여자는 눈물을 흘렸다.

 

한 달이 지났다. 그를 만나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지만 만나지 않으면 자신이 금새 잊힐까 봐 겁이 났다. 여자는 용기를 내어 한 번 만나자고 말했다. "마음을 정리해 가는 중이야. 다른 마음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나와." 둘은 다시 만났다. 저녁식사 시간인데도 카페로 향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그들을 감돌았다.

 

여자는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우리 이렇게 한 달에 한번쯤 편안하게 만나서 식사를 하든지 커피 마시며 잠깐 얘기를 나눌까?" 남자는 웃으며 "그것도 괜찮지" 라고 말했다. 여자는 안도했다. "하지만 사는 얘기를 나누기엔 분기별 한 번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 마땅한 이치를 찾았다는 듯이 그가 덧붙였다.

 

남자의 말은 돌맹이였다. 여자의 가슴에 고인 눈물샘으로 떨어진 돌맹이는 파장을 일으키더니 동심원을 그렸다. 여자는 자신이 더 이상 애정의 대상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했다. 슬픔의 동심원이 점점 커졌다. 여자의 내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졌다. 여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게 더 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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